분열된 교회의 화해와 협력 - 에큐메니칼 입장에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화해와 협력의 가능성과 방법에 관하여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해 보려고 한다.  하나는 분열된 교회들의 "교회 일치"에 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분열에고 불구하고 이루어 내어야할 "선교와 봉사"를 위한 화해와 협력의 과제이다.

1. "교회 일치"의 과제

-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볼때 교회분열은 죄책고백의 대상이다. 그리스도의 몸을 찢은 현실에 대한 죄책일 것이다. 초기  한국 장로교의 경우 분열해 나갔던 또는 분열해 나가게 했던, 서로 분열했던 간에 개혁교회 전통을 명시하는 많은 신조들 가운데서 하나의 공통된 신조 (예: "웨스터민스터 신조", 선교사들이 전해준 "장로교 신조")를 인정하고 지니고 있으면서도 성서해석 방법이나 신학적 입장 등의 차이로 분열된 경우가 이에 속할 것이다. 오늘 날 과거 보다는 훨씬 성숙해진 신학과 신앙의 입장에서 보면 분열의 원인으로 지칭된 것들이 "틀림"의 대상이 아니라, 다양성을 지니는 "다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제시하는 장로교들 간의 "한지붕 여러가족"이 분열을 넘어서는 첫단계 교회일치의 모형일 수 있다고 보아 환영하고 싶다.

- 중세기 말의 동서교회 분열, 종교개혁으로 인한 신구교 분열, 신교 내부의 교파분열 등으로 세계교회사 차원의 분열도 있다. 예컨대 개신교의 경우 장로교, 루터교, 감리교, 침례교, 오순절교회 등등의 "교파전통에 따른 교회" (confessional family, confessionalism) 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나라, 역사, 국경, 언어, 등등의 차이를 넘어 같은 교파전통의 교회들이 함께 모여 만드는 교회일치의 모습이 있다. 세계장로교연맹(WCRC), 세계루처교연맹(LWF), 세계감리교연맹(WMC) 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연합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조화라 칭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갈라짐은 하나의 교회를 살찌게 하는 "다양성" 이라 본다. 그러나 한국장로교 같이 같은 교파전통에 속하면서도 분열된 경우는 긍정적인 교파적 다양성이 아니라 극복되어야할 분열된 교회, 곧 "교단분열"(denominatioalism)이라 부른다.

- 에큐메니칼 운동에서는 일치의 모델을 크게 두 가지로 상정한다. 하나는 루터교 세계연맹이 제안한 것으로 교파전통에 따른 교회들(confessions) 상호간에 서로 화해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파전통별 일치"(unity as reconciled diversity) 모델이다. 한장총의 "한지붕 여러가족"이 이런 일치모델의 원용형태일 것이다. 또 하나는 WCC가 제시하는 모델이다. 교파전통을 뛰어넘어 오히려 지리, 역사, 문화 등의 삶의 자리 중심으로 모든 교파가 모여 교파전통은 살리되 하나의 "공동체적 협의구조"(conciliar fellowship)를 일치의 우선적인 그릇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런 일치의 틀을 "협의회"(council)라 하고, 세계적 차원에서는 World Council of Churches, 나라별 차원에서는 National Council of Churches 등으로 불리어 진다. 한국의 경우 KNCC가 바로 이런 일치모델의 하나일 것이다. 이 두 모델은 각기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취사선택도 있을 수 있고, 둘다 수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 교회일치의 문제는 일치의 "틀"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왜 일치냐 하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상황에서 보면 "기구" 중신의 일치의 맹점은 거의 항상 교권과 자리 및 이원다툼이라는 비신앙적 비신학적 요인들이 크게 자리한다. 필자는 일치를 이미 이루었으면 그리고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우선적으로 실천해야할 과제사 있다고 본다. 한나는 "모이는 교회의 삶"을 통한 일치이다. 즉 "예배일치"이다. 신학적 성향이나 교리입장을 말하기 전에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일치를 이루자는 것이다. 전국교회가 주일마다 같은 성경본문 (한 본문일 수도 있고 또는 여러 비슷한 본문을 주고 선택케 할 수도 있음) 으로 말씀이 선포되는 강단의 일치가 있을 수 있다. 한 성경을 모든 교회가 같이 채택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고, 동시에 찬송가도 "통일된 찬송가"로 하되 교파별, 교단별로 원하면 별도의 "부록찬송"을 덧붙여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찬송이야기에 덧붙일 것이 있다. 기존의 가사를 수정하지 말고 절수를 보완확대해감으로 입에 익은 은혜로운 가사를 지킴과 동시에 내용상 그때마다 필요한 구절을 선택할 수 있는 풍부한 다양성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교회일치가 선교와 봉시를 위한 일치여야 한다는 점이다.
2. "선교와 봉사"를 위한 일치

- 교회의 존립 근거도 그렇고 교회의 일치노력의 목표 역시 구원의 복음을 전파하고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에큐메니칼 정신의 핵심이다. 세계 제1차 대전이 지나고 세계교회는 "교리는 갈라서게 하지만, 봉사는 하나 되게 한다."(Life & Work, Stockholm 1925)는 캐치프레이스를 내세우고 연합운동이 출범했다. 이미 그 이전인 선교대회는 "금세기에 세계를 복음화 하자"(IMC, Edinbourgh 1910)는 목표로 선교를 통한 에큐메니칼 운동이 시작되었다.  일치의 목적은 바로 교회일치, 선교일치, 봉시일치인 셈이다.

- 한국 상황에서 우리 교회는 한국사회의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 간 갈등, 성적갈등 등의 산적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할 정신적 보루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이일을 위해 나서야 한다. 백성의, 사회의 화해가 절실히 필요하다. 경제 선진국은 진행 중이나 정신, 도덕, 윤리 등의 측면에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 내부의 갈등과 치부는 사회가 사회를 화해시키기보다 사회가 교회의 존립을 걱정하는 지경에 까지 왔다. 일치는 교회의 철저한 회개와 자기갱신을 통한 화해자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 한국사회는 분명히 다종교 사회이다. 선교와 봉사는 그리스도 주님의 성육신에 따라야 한다. 먼저 "소금"되는 봉사요, 그것이 "빛"을 주는 선교로 귀착될 수 있을 건이다. 다른 종교인들도 함께 사는 동족이요 백성이고 민족구성원이다. 종교인들간의 평화는 필수적이다. 종교인들간의 화해도 필수적이다. 그리고 삶의 현장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신뢰에서, 희망심기에서, 이웃사랑에서, 그리스도의 헌신과 구원의 은혜 때문에 훨씬 더 진실하고 성실하고 신심이 깊고 넓어야 한다. 평화공존 속의 선의 질적 경쟁이 바로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제대로 전하는 길이라 믿는다. 기독교의 영적 지도력이 다시금 시험대에 서있다고 본다. 그리스도의 복음에 확신과 헌신이 진정으로 강인할수록 그리고 폭이 넓을수록  다원사회에서의 선교가 제대로 열매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현장은 바로 생명살림, 정의실현, 평화이루기 같은 실질적인 삶의 영역에서 이루어 질 것이다.

- 마지막으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회의 일치된 노력이다. 교파간의 갈등 못지않게 남북갈등은 분단이 내어놓은 죄악이다. 자유 민주사회를 이끌고 사는 우리는 북한의 체제나 제도를 내용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의 상대로서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이 쌍방이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1장1조에 있는 :상호간의 인정과 존중"의 뜻일 것이다. 말하자면 통일지향의 "평화공존"이며 그런 정신하에서의 "분단 평화관리"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통일지향에서 "북한동포"가 평화통일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다종교사회에서 다종교인들과의 화해와 협력이 선교와 봉사의 현장이듯이, 북한 동포가 우리의 화해와 협력의 상대이어야 한다. 굶고 고난 받는 모든 북한백성을 위한 "기도"와 "인도주의적 지원"은 성경말씀대로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통일의 그날까지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북한 백성의 복음화를 위한 첩경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