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분쟁·분열의 현실
- 언론인의 입장에서 본 문제점을 말한다.
최명국교수 (기독교연합신문주필, 백석대학교)
Ⅰ. 들어가는 말
-분쟁·분열 극복할 수 없나
우리사회는 지금 지역이기주의를 비롯 세대 간의 갈등, 이념, 가치관 신념의 갈등, 반미 대 친미갈등, 노사, 빈부, 여야, 계층, 보수와 진보 언론에 이르기까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교계도 예외 없이 교권, 금권 주의 등으로 인해 분쟁·분열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양상을 보면서 ‘우리사회 및 한국교회의 통합(화합)은 가능한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사회든 교계든 가릴 것 없이 분쟁 당사자들의 과격한 행태들은 국론 및 교회분열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호존중과 조화가 아니라 상대방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힘겨루기이다. 흑백논리와 양극화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 자신도 모르게 ‘야성적인’ 투사로 길들여져 가고 있지 않느냐 생각할 때 사회통합과 교회화합은 저 멀리 강 건너편에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개신교계는 핫이슈로 여러 가지 불미스런 사건들이 잦아졌다. 교회내분으로 인한 목회자 폭행사건, 일부 연합기관의 금권선거논란, 수년간 진통을 겪고 있는 모 교단 교단장 대표선거를 둘러싼 갈등, 교회 세습 문제를 비롯 대형교회들의 재정운용관련, 헌금횡령과 투명성 논란, 목회자의 도덕성 문제 등으로 인한 크고 작은 분쟁들이 뉴스화 되어 우리사회에 부정적 이미지를 노출시켰다. 일반 언론에서는 ‘돈선거... 세상이 종교를 걱정한다’는 제하의 기사와 사설을 싣고(경향신문 2011. 12. 29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던 모 대형교회 사태를 크게 부각시키도 했다.
한국교회의 갈등 분쟁의 모습이 속속 불어져 나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증폭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갈등과 분쟁, 분열이 그치지 않는 우리사회와 교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화해와 협력’이란 주제는 수없이 다뤄져온 테마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 논제(과제)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 교회연합신문이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가진 세미나에서 한국 장로교단의 명단이 발표되었는데 그 수가 무려 300여개에 이르고 있음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일이 전화확인을 해서 조사한 명단이라고 하는데 조사과정에서 누락된 교단도 더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엄청난 수의 장로교단 수의 증가는 한국교회의 분쟁과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가의 수준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같은 숫자는 지난 100년 동안 기적과도 같은 성장을 가져왔던 한국교회의 성장비결이 다름 아닌 분열을 통한 성장의 반증이라는 또 다른 분석을 들으면서 개운치만은 않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Ⅱ. 갈등극복 ‘선언’은 구호에 불과한가
금년(2012년) 주요교단 인사들의 신년메시지는 대부분 ‘갈등해소’가 공통적인 화두였다. 이는 갈등·분쟁·분열 극복과 화합이 얼마나 시급하게 이뤄내야 할 교회의 과제인가를 보여준다. 한기총 대표회장의 2012년 신년 메시지는 “새해엔 대내적으로 교회의 교회됨을 회복하기 위해 말씀과 기도로 성경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외적으로 한반도의 평화, 복음통일, 올바른 가치관 확립, 갈등해소등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기독교 교회협 총무 메시지에는 “새해엔 우리 사회 안에 깊이 뿌리내린 이념, 세대간, 남북간, 가진 자와 못가진자의 갈등과 분열의 골이 메워지길 소망한다. 2013년 WCC 제 10차 총회를 준비해나가는 가운데 다양성 속의 하나됨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래 목회 포럼 대표는 “지금 한국교회가 먼저 해야할 일은 영향력 확장이 아니라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다. 교회에 필요한 것은 시대를 품고 역사의 방향을 제시하던 예언자 정신이 더욱 필요하다. 지역간, 계층간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일치와 연합의 모델이 되어 갈등 속에 있는 우리 사회 통합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회 분쟁과 분열에 교계 지도층 특히 목회자들의 책임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반성이라도 하는 듯 목회자들의 윤리강령제정과 선언들이 빈번하게 발표되었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교회의 분쟁·분열 양상들을 보면 이 같은 선언들은 전혀 지켜지지 않는 한낱 ‘수사(修辭)’에 지나지 않는다는 극도의 실망감마저 갖게 된다. 이 윤리강령과 선언들이 그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오늘날 같은 교계 분쟁사태들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만큼 좋은 내용들이 담겨져 있지만 그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고,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동안 선언된 목회자 강령들은 목회자의 올바른 처신과 한국교회의 분쟁·분열을 막고 화해와 화합에 힘쓰자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한기총이 1993.6.14일에 발표한 목회자 윤리강령 제 10항에는 “목회자는 공익과 윤리적 질서를 위한 사회활동이 아닌 파당적인 정치활동에는 관계하지 않는다” 고 되어있고, 한국복음주의 협의회가 1995. 10.6일에 발표한 목회자 새윤리 실천강령10항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바른 목회 실천협의회가 1997. 9. 8일에 발표한 바른 목회 윤리선언4항은 “목회자는 명예를 추구하거나 권력을 추구해서는 안되며 지위를 얻기 위해 과도한 경쟁에 나서거나 이를 위한 어떤 수단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 협의회가 1997. 11. 31일에 발표한 목회자 윤리강령 3항에는 “교회, 노회, 총회에서 직분자 선거를 함에 있어서 탈법적이고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부끄러운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고 명예와 지위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으며 교권을 남용하거나 이를 통해 이득을 꾀하지 않는다” 고 되어있다. 한국장로교 목회자 협의회가 1997.11.4일에 발표한 ‘미래한국교회를 위한 장로교목회자선언’의 사명3 <기독교윤리창출>항목에는 “우리는 종교개혁을 통해 탄생한 장로교회가 기도, 근면, 절제, 금욕을 중심으로 한 청교도 윤리를 창출함으로서 권력과 탐욕이 지배하는 사회를 그리스도 사랑의 능력이 통치하는 사회로 변화시키는데 공헌했음을 주목한다.
이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는 극도의 이기주의와 탐욕이 지배하는 이 땅에서 말씀선포, 봉사, 나눔, 사역을 통해 새로운 기독교 윤리를 세워나가는 일에 앞장서고자 한다”고 되어있다.
한국기독교 목회자 협의회가 1998.11.26일에 발표한 창립선언문은 “분열의 낡은 역사를 깨뜨리고 하나됨의 역사를 창조하시는 성령의 역사 앞에 겸허하게 순종한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바른 모습보다는 교회의 양적 성장과 대형화에 집착, 가난한 자들을 외면한 채 맘몬의 위세 앞에 위축되어 주머니나 양식이나 돈이나 두벌 옷을 가지지 말라는 주님의 선교명령을 외면했음을 회개한다”면서 제 1항에는 “어떤 이유나 변명에도 교회분열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분열이라는 부끄러운 역사의 추를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리스도의 몸된 ‘하나의 교회’로 되돌릴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제3항은 “각 교단안에 뿌리내린 세속적 부조리와 복음에 합당치 못한 행태들을 갱신해나가는데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기독교 대한 감리회가 2006.10.27 발표한 목회자 윤리강령 선언문의 4항은 “우리는 소명받은 동역자로서 일체감과 유대감을 가지고 동료목회자들을 돕고 격려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회가 2011.10.20일에 발표한 종교개혁정신에 입각한 목회자 강령에는 “종교개혁 494주년을 맞은 오늘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이 일어났을 때 못지않게 세속화되었다. 성경에 대한 무지, 강단의 세속화, 교권주의, 공명주의, 분파주의, 미신적 사고, 교회의 기업화, 성적부도덕, 목회자의 독선, 물신숭배 그리고 지나친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로 인해 한국교회는 맛을 잃은 소금처럼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 세상으로부터 배척을 당하기에 이른 것이다.”라는 내용의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이 강령에는 3항에서 “복음의 사역자로서 한알의 밀알처럼 희생하여 세속적 힘을 가진 교회가 아니라 섬기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 성경적 가치관과 기독교 문화창달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고 했고, 7항에서는 “우리는 교회의 직분이 계급이 아니라 섬김의 역할임을 믿고 자파세력 확장을 위해 물질, 학연 또는 지연 등 인위적 방법을 동원하여 하나님의 뜻을 흐리게 하는 일을 철저히 배격할 것을 다짐한다.”고 선언했다.
한국교회가 이처럼 분쟁과 분열의 핵심이 되는 요인들을 제거하고 갱신과 일치를 선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안팎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지도층 특히 목회자들에게 순교자적 희생정신이 있느냐는 엄숙한 물음에서 선언이 구호에 그치고 마는 이유를 찾아야한다고 본다.
잘 아는대로, 루터가 종교개혁의 목소리를 높이자 그 효과가 불같이 번져가 급기야 유럽전역으로 파급되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아무리 개혁을 외치고 화합을 다짐해도 현실로 나타나는 변화의 조짐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IMF사태가 벌어지자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회개·연단의 기회라고 고백했다. 이것이 1997년이었고, 지금은 2012년이다. 그런데 지금도 분쟁·분열을 멈추지 못하고 새삼스럽게 또 개혁과 화합을 말한다.
분명히 루터의 ‘말’과 우리의 ‘말’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생명을 건 순교자적 희생이 그 말안에 내포되어 있는가 아닌가 하는 차이점이라 생각한다. 교회의 권위앞에 루터의 말은 순교자적 희생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보편화한 오늘날 우리는 ‘목숨걸고’ 말하고 지키려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보여주어야 할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예수 때문에 욕먹고, 손해보고,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한국교회는 분쟁·분열을 극복하고 개혁될 수 있을 것이다.
Ⅲ. 무엇이 문제인가?
1. 비윤리적 행동 - 물신주의
작금 한국교회 분쟁·분열의 원인제공은 교회 지도자들의 비윤리적 행동에서 비롯되고 있다. 교단 및 단체장들의 금권선거, 교회재정의 불투명한 운영, 교회재산의 사유화시비등 사회의 도덕과 윤리보다 탁월하다고 자처해왔던 기독교 지도자 윤리는 교회 안팎으로부터 심한 지탄을 받고 있다. 사회의 비리에 대해 비판할 자격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분쟁과정에서 드러난 부끄러운 일들은 설명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특히 일부 연합기관 대표및 교단장 선거가 돈 선거라는 비난을 받고 있고 개교회안에서도 선거형식은 취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항존직 선거조차 돈과 관련되어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처럼 분쟁·분열의 원인을 제공하는 중심에는 예외없이 돈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목협 열린대화마당(2012.1.9) ‘목회자와 돈’ 심포지움에서 기조발제한 이상원소장(기독교윤리연구소, 총신대신대원 교수)에 의하면 “사실 돈과 관련된 교회의 타락은 이미 중세교회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세 말엽 전유럽의 교회를 타락의 구렁텅이로 몰아갔고 급기야는 유럽의 기독교를 가톨릭과 개신교로 분열케 한 도화선도 성직자와 관련된 돈 문제였다.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는 방만한 규모의 재정을 요구하는 성당건축과 성직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돈을 받고 구원표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교인들로부터 돈을 갈취했고 이러한 돈 모으기가 종교개혁을 촉발시킨 요인이었다.”
이처럼 돈은 부정부패의 중심에 있고 돈 문제로 인해 분쟁과 분열이 발생하는 경우를 정치권을 비롯한 도처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교계에서는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하려는 교단들도 있을 정도다.
일부 목회자들의 교회재정을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비윤리적 행동이 교회내 분쟁을 일으키는 주요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이긴 하겠으나 헌금을 영리사업에 투자하는 경우, 교회외적확장을 위해 직분을 맡기는 경우, 예배당과 신도를 묶어 후임교역자나 타교회에 팔아넘기는 사례 등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돈 문제가 한국교회 분쟁의 원인중의 하나란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시사저널과 한국 반부패정책학회가 공동조사한 ‘2011년 한국사회부패지수’ 측정결과 12직업군 중에서 종교인이 7번째로 부패한 직업군에 포함됐고 종교인 중에서는 타종교 종사자에 비해 기독교 목회자가 가장 부패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87.5%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0년 발표한 ‘한국 교회 사회적 신뢰도’와 별 차이가 없다. 우리 국민가운데 개신교를 신뢰한다는 사람은 17.6%에 불과했고, 해마다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신뢰를 얻기위해 중요하게 바뀌어야 할 것은 28.3%가 교회지도자들이라고 답했고, 갱신되어야 할 점은 38.8%로 언행일치를 꼽았다고 한다.
불교사회연구소가 지난 2011. 11월에 실시한 ‘한국의 사회 문화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개신교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53.2%)이지만 동시에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종교(57.0%)로 꼽혔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개신교가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사회에 여러 비리 의혹을 재생산해냄으로서 사회의 파문과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여론조사들을 종합해보면 교회가 사회분열을 치유하겠다는 선언 이전에 교회 먼저 분쟁·분열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교계 부패의 한복판에는 직분과 돈 관계가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물신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분쟁을 극복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참고로 한 가지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소개하고자 한다.
1993년 김명혁목사님과 함께 루마니아의 오라디아 제2침례교회를 방문했을 때의 얘기다.
그 교회의 담임 ‘피터 비두’목사의 한 마디는 지금도 논자의 가슴에 남아있다. “한국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지금 루마니아 교회는 물질적으로 매우 궁핍하지만 10년 후엔 한국교회를 닮아갈까봐 걱정”이라고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한국교회는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만 세속화(물질주의)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루마니아 교회가 기독교 신앙의 순수성을 지니고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독재자 차우세스크 정권하에서 과거 한국교회처럼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평가처럼 한국교회는 물신주의에 오염되어 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외형의 크기, 돈이 목회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자신을 높이는 업적주의나 소영웅주의에 물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분쟁과 분열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류 모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 분쟁과 분열의 원인을 영적인 문제로 보기도 한다. 성령충만 했던 기간이 지나가고 성장 포만감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영적공백기를 맞게 되니 이 공백을 악령(물신주의)이 점거한 것 아니냐면서 분쟁·분열의 해결방안이 없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故 옥한흠 목사는 한국교회를 사데 교회에 비유한 바 있고 김 모 목사는 라오디게아 교회에 비유하기도 한다.
2. 교권의 수단화가 문제
최근에는 개신교가 일반사회로부터 소위 권력화되는 종교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 어쨌든 개신교에서 교권(종교권력 내지 교회권력)문제가 여러 종교적 문제중에서 매우 큰 문제로 등장하면서 오늘의 교계분쟁이 힘과 권력에 대한 집착과 숭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가 적지 않다.
강병오교수(서울신대)는 ‘목회자 윤리-교권문제’(한목협 ‘열린마당2012.1.9’)라는 심포지움을 통해 신학의 영역에서 권력의 의미에 대한 ‘틸리히’의 분석을 소개, 틸리히는 사랑과 정의같은 내재적인 도덕성을 바탕으로 이기성의 권력이 극복될 수 있다고 보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권력이 갖는 강제성 측면에서 볼 때 집단으로서의 교회는 자체가 갖는 강제력 때문에 파괴적 힘을 발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럴 때 교회의 자정능력이나 순수한 사랑이라는 도덕적 호소 내지 합리적 설득으로는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이기적이고 강제적인 힘을 제어하거나 견제하기 힘들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권력의 비정상적 강제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윤리적 방안이 요청된다고 했다. 특히 교회가 자기 이익성을 확대하는 이익단체나 기관으로 전락할 경우, 개신교는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모 기자는 일부 연합기관을 비롯 한국교계의 분쟁은 한마디로 교권문제라고 지적한다. 분쟁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기관에 대해 ‘섬기고 헌신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분쟁과 파행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지도자들이 ‘자리가 곧 권력’이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직에 있어서 대표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면 이러한 인식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요즘 교계의 분쟁과 지탄을 받고 있는 문제들을 취재하는 기자들 중에는 이 같은 교계 문제들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기자직을 떠나고 싶다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개교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변하지 않고는 교회가 갱신될 수 없다는 점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직분이 권력화하면 반드시 다툼이 일어난다. 직분이 권력이 아니라면 돈까지 쓰면서 직분을 얻으려고 하는가라고 질타하는 이들이 많다. 신동식 목사(빛과 소금교회)는 ‘목회자와 돈’ 심포지움에서 ‘교회직분과 돈의 관계’ 주제 발제를 통해 직분이 교회 성장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직분이 본질이 아니라 수단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일부목회자는 연합기관 및 단체, 교단장의 명칭이 갖는 상징적 무게가 너무 큰 것이 문제라면서 명칭을 겸손한 이름으로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3. 자정능력이 문제
목회자간에, 목회자와 교인들 간에, 민·형사상 고소, 고발 행위가 난무하면서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성경적이고 합법적으로 해결해야할 교회법의 권위와 위상을 땅에 추락시켜 버렸다. 개 교회와 교단·단체 안에서 벌어진 목회자와 신자들의 다툼과 분쟁을 교회법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법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 안에 더 이상 어떤 정화능력이나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기독교 연합신문2012. 1.1). 교회문제가 세상법의 지배를 받는 것은 부끄러운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다.
교회분쟁을 제재할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종교(기독교)의 특성상 하나님 앞에서만 판단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쟁·비리 당사자들은 사회에서는 어떤 비난을 받아도 하나님 앞에서만 떳떳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교회문제가 세상법정으로 가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법원의 한마디에 교회문제가 좌지우지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교회의 자정능력은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조차 의심받고 있다. 한국교회가 분쟁·분열을 멈추고 개혁되고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그 누구도 좀처럼 쉽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개혁과 변화 같은 요구보다는 ‘해체론’이 거론되고 있어 일부 연합기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4. 사람이 문제 - 성경적 삶을 보여주는 지도자인가
어느 사회나 성장과정에서 분쟁은 항상 있어왔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성장과정과 분쟁을 함께 조망할 때 논의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회자도 있다. 다만 무엇이 성장과정에서 주류로 되어있는가에 따라 성장이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교회가 복음적으로 정상적인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분쟁은 ‘성장통(成長痛)’이라는 다소 긍정적 시각과 반대로 교회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교회를 퇴보시키게 된다는 부정적 시각으로 설명된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성장과 분쟁이 교감되어왔는데 현재는 불미스런(비정상적인)분쟁이 부각되면서 교회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상적인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상적인 크리스천 지도자가 과연 얼마나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주장에서는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이 같은 주장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명목상의 크리스천이 아니라 온전한 크리스천을 만드는 일이다. 온전한 크리스천, 온전한 영적지도자들이 증가하면 분쟁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영적 지도자들이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처신하며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정상적인 교회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할 것임을 강조한다. 이 주장에 논자도 동의한다.
지도자가 바로 서고 정상적인 크리스천(참된신자)이 많아질 때 교회는 건강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 반대가 되면 정상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고 분쟁과 분열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근자에 느끼는 것은 일부 교회지도자들이 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분쟁과 분열이 부각되고 교회는 침체와 둔화, 외부로부터의 비판등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부 지도자들의 이미지 추락은 한국교회 전체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문제이다.
5. 교회적 아젠다 - 모든 크리스천이 공유하는가의 문제
분명한 사회적·교회적 아젠다가 무엇인지 모든 교회와 크리스천이 함께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분쟁·분열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초기 한국교회는 봉건제도의 개혁, 제국주의 등 외세침략에 대처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양하고 사회개혁의 초석이 됐다.
일제 침략 수난기에 접어들면서 105인 사건, 신사참배 강요등 수난을 거듭한 한국교회는 6·25전쟁이후 1960-1970년대에는 폐허속에서 나라재건과 ‘잘살아보자’는 사회적 이슈가 있었다. 70년대에는 소외계층을 위한 노력과 함께 민주화를 위한 열망과 기도가 한국교회의 아젠다가 되었고 그 이후 80년대에는 전군 신자화, 민족복음화, 캠퍼스 복음화 등 복음화 운동이라는 대형아젠다로 교회가 그 이슈에 집중할 수 있었다. 90년대에는 ‘교회성장’이라는 아젠다에 온 힘을 경주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 교회 침체와 둔화속에서 위기의식이 확산되어 교단마다 ‘교인배가운동’이 아젠다로 등장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남북분단극복이라는 커다란 민족적 아젠다가 있기는 하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아젠다들은 그렇게 절박한 문제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80년대 특히 88올림픽 이후부터 90년대에 걸쳐 물질적으로 크게 부요해지자 한국교회는 성장포만감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부목회자들의 부패와 명예욕 등으로 분열이 고착화되고 있으며, 일부에선 통합노력이 있으나 미미한 상태이고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대사회적인 영향력은 상실되고 있다. 보수·진보의 갈등과 대립도 사회의 양상과 다름없다.
교회가 당면한 사회적 · 교회적 아젠다가 무엇인지 문제의식을 공유할 때 분쟁은 줄어들고 크리스천들은 자신들이 당면한 아젠다에 집중하여 큰 관심을 갖게 되며, 그 아젠다에 대해 개혁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되어 교회성장은 정상적인 순환과정으로 흘러갈 수 있게 된다.
한국선교초기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대응해야할 사회적 교회적 아젠다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들이 개혁성향을 띠고 있었다는 데서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조상의 제사를 폐하는 것은 가문에서 축출당하는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고, 죄없는 자를 구금할 시에는 기독교인들이 반발, 권력 남용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1899.3.1자 대한 그리스도인 회보와 황성신문에는 “지방관들이 야소교가 있는 마을에 부임하기를 꺼려한다”고 기록, 지방관들의 착취에 기독교인들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인구 1천2백만 중 세례교인은 1만 명도 안됐지만 교회의 영향력은 컸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사회적 ·교회적 아젠다는 무엇인가? 있다면 그 아젠다를 모든 교회와 크리스천이 공유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느냐 못하느냐는 교회의 힘을 뭉치게도 하고, 흩어지게도 한다.
논자가 교회적 아젠다 몇 가지를 제시해본다면 교회 신뢰회복을 위해 ‘건강한 교회’ 만들기를 비롯 갑자기 도래할지도 모를 남북통일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 피폐되어가는 농어촌 교회와 도시교회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그리고 분쟁·분열의 극복을 위해 그동안 선언된 목회자 윤리강령들을 그대로 지키는 일 등이다. 이러한 아젠다들을 모든 교회가 공유하고 힘을 집중한다면 갈등과 분쟁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6. 교계언론 - 중재자 역할 감당의 문제
교계 분쟁에 있어서 교계 언론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그런데 교계언론은 지금 너무 많아져 난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계언론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교회 분열이다. 한국교회의 분열역사에서 교단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교단매체들도 함께 늘어났다. 분열 이후 교단들은 자파의 홍보와 ‘분립’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언론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결과 교단지의 숫자가 크게 늘게 되었다(교회 연합신문 2011.11.13). 물론 연합지의 성격을 띤 매체들도 많이 늘어났다.
정통성을 인정받는 몇 몇 교단지와 연합지를 제외한 수많은 매체들이 이런 맥락에서 발간되다 보니 언론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론매체의 난립은 정도를 걸으려고 애쓰는 언론들과 교회 및 기관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일례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존 언론사들이 그나마 어렵게 수주하던 광고마저 외면당하는 사례가 많아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론사 난립과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교계분쟁 문제보도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단의 사건에 대해 사실과 진실보다 언론사에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남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파적 보도는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몇 년 사이 교계사건 중 분쟁이 오래 지속된 경우를 살펴보면 진실을 밝혀 분쟁을 종식시키는데 힘써야 할 언론이 오히려 어느 한편에 서서 사실을 왜곡하여 싸움을 부추기는 경우가 더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모 신문은 지적하고 있다. 언론 특히 교계언론은 ‘사실을 사실대로’에서 한 차원 높여 ‘사실을 진실 되게’ 보도해야하는 막중한 사명이 있음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교계 이슈는 일반 사회와는 달라서 종교라는 특성상 국민(독자)들의 반응이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라도 교계 안에서 벌어지면 이에 대한 비난은 눈덩이처럼 커져 수많은 ‘안티’들을 양산하고 기독교 이미지에 커다란 훼손을 안겨주기도 한다.
때로는 언론들이 편파적 보도로 항의를 받을 때가 있다. 교단들의 연합체인 연합기관에 있어서 분쟁의 소지가 있는 사안을 놓고 교단들간에 입장이 상이하게 대립할 경우 기사의 논조가 사실과는 상관없이 자기교단의 입장에 맞춰지기 십상이다. 교단지가 자기가 속한 교단에 불리한 보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교단간의 분쟁기사는 소속 교단지에 따라 그 논조가 상반되게 보도될 가능성이 있다. 교단지가 편집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한 교단의 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건전한 연합지(초교파적 언론)의 육성으로 공정한 보도를 통해 교계분쟁을 잘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교계가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이다. 나아가 교계언론을 비롯한 일반 사회언론에 종사하는 기독언론인들을 ‘정도를 걷는 언론인’으로 육성하는 일도 필요한 일이다. 기독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교계가 기독언론인들을 한국교회의 갈등과 분쟁의 중재자로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심 가졌으면 한다.
7. 중간지대가 없다.
일반 매체들 중에는 기사 속에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강하게 함으로써 국민들 사이의 갈등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회 언론들은 필요한 정보보다 불필요한 정보를 과장하고 자기주장을 극대화함으로써 사회적 문제에 대한 (특히 정치인)수용자의 판단을 대신 내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수용자는 이런 상황에서 사실을 제공받아 이를 판단하고 해석하는 정보의 수용자가 아니라 언론의 편가르기의 대상으로서 어느 한편에 서야 하는 입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두 편으로 갈린 사회에서 두 매체의 잘못을 동시에 보는 사람은 설 자리를 잃고 그 중 한편을 듣도록 강요받는다. 일반 언론이든 교계언론이든 폭넓고 균형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언론이 필요한 때이다.
갈등·분쟁의 해결책은 일반적으로 물리적 수단 아니면 커뮤니케이션(소통)수단에 의존하게 된다. 한국은 후자보다는 전자의 비합리적 수단에 의해 대부분 풀어가려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비합리적 수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합리적 수단으로 갈등을 종식한다해도 그것은 해결이 아니라 갈등의 잠복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보수냐 진보냐, 노조의 권익이냐 사용자의 권익이냐, 빈곤층이냐 부유층이냐의 양자택일과 흑백논리의 이분법적 담론구조가 중용적 가치를 모색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교계도 마찬가지다. 내편 아니면 네편, 이것 아니면 저것, 나는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분쟁·분열의 불씨가 되고 있다. 가치의 중간지대가 용납되지 않는 한국의 사회적 담론구조가 문제이다. 예컨대, 대북한 성향을 놓고 벌이는 다툼과 갈등이 한 예이다. 친북이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의 어려움을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도와줄 수 있다는 ‘중간지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또 갈등 당사자간 상대방의 주장과 관심에 반대는 할지언정 이를 인정하려는 이해와 관용의 결핍이 문제이다.
이 문제의 개선과 해결은 교회를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할 과제에 속한다. 기독교계는 집단 관심의 충돌과 갈등해소를 위해 중립적이고 공평하게 그리고 성경에 입각한 바른 기독교적 가치관(샬롬)의 프레임을 갖고 사회적 집단의 관심들을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재정의하고 아젠다화하여 갈등 당사자들이 공론시장(마당)에 나와 토론할 수 있도록 공정한 참여 기회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 시대의 한국적 ‘공동선(Common Good)'에 집단 관심이 어느 정도 이바지 할 수 있는지 기독교계의 견해와 타협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견해의 간극을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이 시대 한국사회의 ‘공동선(Common Good)'이 무엇인지 한국교회가 이를 정의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우리 사회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질문)은 한국교계현실이 우선 우리 사회 각 계층에서 표출되는 의견제시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교계도 사회집단 갈등의 한복판에서 어느 한 갈등주체에 지나치게 치우쳐져 편파적이란 인식을 주고 있고, 둘째 교회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교계의 분쟁·분열 해소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 떠들면 혹시나 하고 인터넷에서 진실을 확인하려는 네티즌들의 ‘매체불신’이 생산되듯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교계의 태도에 반응하는 네티즌들의 태도역시 가히 극단적인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교계 내부의 분쟁·비리 등이 폭로되면 여기엔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인 ‘안티’들의 공격이 가해진다.
교계의 분쟁과 목회자들의 일탈 문제 등이 보도되면 수용자들은 찬반의 내용을 깊이 살펴 이를 판단하고 해석하는 균형 잡힌 정보의 수용자가 아니라 무조건 비판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양상이다. 그것은 일면 보도내용이 균형 잡히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수도 있다.
따라서 교계에서는 언론인 뿐 아니라 지도자들에게서도 얼마만큼 균형잡힌 시각과 윤리가 자리 잡고 있는가 성찰할 필요가 있다.
Ⅳ. 나가는 말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최대 이슈는 사회적으로는 ‘사회통합’, 교계적으로는 ‘분쟁·분열의 극복과 화합’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교계단체, 기관, 교단, 개 교회에 이르기까지 이 틀 안에서 서로의 의견을 좁혀가야 한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사회 통합이나 교계의 분쟁극복은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성 안에서 만나는 조화와 성취라는 점이다. 또, 통합(화합)에 접근하기 위해선 그만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게 된다.
언론인의 입장에서 본 논자는 교회안의 분쟁과 대립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대립된 둘을 하나로 만들자’는 것으로 인식하고 매우 어려운 접근이긴 하지만 교계지도자들과 언론인들이 ‘함께’ 평화(샬롬)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분쟁 극복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분쟁은 무엇보다 사람(지도층)이 문제이고, 물신주의와 교권, 명예욕이 문제라고 앞서 지적했다. 여기에 한국교회는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과 이런 현실에서 과연 교계언론이 분쟁 극복과 화합에 중재자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그 한계점을 피력했다. 또 언론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갈등분쟁을 극복하고 화합에 이르기까지 커뮤니케이션(소통)도구로서의 언론매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화와 토론의 장에 언론인들의 참여를 통해 함께 분쟁 극복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도 고려해봄직하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교회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은 화해의 성취이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분쟁·분열 극복을 위해 수많은 회개와 결단선언을 했지만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다. 쪼개진 성(城)을 고치려 하지 않고 황무지의 여우처럼 자기 안전만을 찾으러 다닌 것을 경고한 구약 예언자의 소리처럼(겔13:3-8) 교계지도자들이 깨어진 성을 고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반성해야 한다.
여기엔 논자는 물론 교계언론인들도 포함된다. 아무리 잘 뛰는 육상선수(한국교회)라 해도 밟지 말아야 할 트랙을 밟으면 실격당하는 것처럼 무엇이든지 과하거나 독선적인 것은 자제해야한다. 과욕, 과민반응, 과속, 과격, 집착 등이 심하면 중독이 된다. 한국교회 분쟁의 불씨도 거의 다 이런 것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어떤 좋은 방안을 내놓는다해도 결국 물신주의와 교권욕, 그리고 자신만이 절대선이라는 집념을 과감하게 벗어나지 않는 한 분쟁 극복은 물론 별다른 갱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한국 교회는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말이 아니라 행동을 요구한다. 말의 옳음에 머물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려는 순교자적 자세가 보여질 때 분쟁·분열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 키워드 : 분쟁, 화합, 지도자 윤리, 교권욕, 물신주의, 아젠다, 교계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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