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관점에서 본 남북의 화해와 통일









주도홍(백석대학교 교수,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요4:3-4, 40-41
“(예수께서) 유대를 떠나사 다시 갈릴리로 가실 새, 사마리아를 통과하여야 하겠는지라. ... 사마리아인들이 예수께 와서 자기들과 함께 유하시기를 청하니 거기서 이틀을 유하시매 예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믿는 자가 더욱 많아”





들어가는 말

   복음주의적 관점이란 성경이 말하는 바를 바로 이해하여 순종하는 관점이다. 그 복음의 핵심은 예수님이며, 예수님이 복음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살아계신 예수님이 오늘 한국교회에게 무어라 말씀하실 지를 깊게 묵상하고 순종하는 모습이야말로 복음주의적 관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지금까지의 생각을 주님의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 그 분의 음성을 청종하며 그 분의 모습을 따르는 진정한 제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요4장 거의 전체(요4:1-42)를 할애하며 묘사되는 예수님의 사마리아 방문을 묵상하며, 21세기 지구촌의 사마리아 땅인 북한을 향해 예수님은 어떻게 말하고 행하실 지를 생각했다. 가까이서 예수님을 따른다는 12제자들의 예측과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예수님은 사마리아 땅을 향해 나아가야만 했고(But He must go through Samaria. 요4:4), 사마리아를 향한 자신의 뜻과 삶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길에서 예수님은 비참한 상황에 놓인 수가성 사마리아 여인과의, 제자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우물가 대화를 진하게 나누며 그녀의 참 소망과 기쁨이 되었고, 사마리아의 최초 여인 선교사로 생명의 복음을 뜨겁게 전하는 계기를 열었다. 연이어 예수님은 사마리아 사람들의 초청에 응하였으며, 거기서 그들과 함께 이틀을 유하며 사마리아를 향한 예측할 수 없는 사랑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이를 향해 제자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는데, 모든 것이 자신들의 뜻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예수님이라면, 21세기 사마리아 땅인 북한을 행해 어찌할 줄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한국과 한국교회를 향해 어떤 말씀을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실 지를 숙연히 그리고 담담히 생각할 수 있어야 하겠다. 물론 이 때 상당수 우리는 여전히 당시 제자들의 입장에 서서 예수님의 사마리아 행을 강력이 막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그럴 때만이 우리는 요4장이 말하는 진리 자체이신 예수님의 삶에 충격을 받으며, 회개하고, 겸손히 순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제자들을 따를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본론

   ‘기독교통일학회’는 성경적 통일관을 한국교회에 제시하고 계몽하며 작은 부분에서라도 실천하기 위해 2006년 진보와 보수를 넘어 70여명의 세례 받은 크리스천 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물론 현재는 신학, 정치학, 교육학, 법학, 사회학, 철학 분야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수백 명의 학자와 교수들 그리고 목회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독교통일학회가 지난 2011년 6월 9-10일 양일간 제11차 학술심포지엄으로 ‘제3차 기독교 북한 선교 기관 및 NGO 단체 대회’를 사랑의교회 본당에서 그리고 프레지덴트호텔에서 1박을 하며 개최하였다. 참여한 36개 단체들은 한반도의 분단을 직시하며 5가지 항목으로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이미 어느 한 쪽으로 굳어진 입장에서 선언문을 발표하기보다는 때 묻지 않은 보다 순전한 마음으로 성경의 요청에 순종하려 노력했다. 복음의 음성에 입각하여 한반도에 흐르는 차가운 냉기를 몰아내고 훈훈한 사랑의 온기를 회복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가 중심에 흐르는 선언이었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함께 아우르고, 남한과 북한을 함께 주목하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말하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그의 자녀들인 크리스천을 평화를 유지하는 것(peacekeeping)을 넘어 적극적인 화해의 사도로 부르시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해하고 화목하고 사랑하기(Peacemaking)를 바란다는 점을 기억하였다.


1) 하나님은 성령 안에서 이뤄질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기뻐하신다.
한반도의 분열과 미움을 극복하는 하나 됨은 하나님의 뜻이며, 하나님의 계획과 주권 속에 있다. “조용한 개신교 혁명”을 일컫는 독일의 통일도 인간의 계획과 뜻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국가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은 죄악의 고통으로 인해 신음하는 한반도가 진정한 평화로 그리고 하나 되는 통일로 나아가길 기뻐하신다. 전쟁과 미움으로 인해 나누어진 한반도의 모습을 하나님은 결코 기뻐하지 않으신다.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화목하여, 용서하며, 사랑하고, 하나로 나아가길 원하신다. 무엇보다도 하늘의 평화에로 부름 받은 크리스천은 이 땅에서 천국의 평화를 당겨 맛보며 맛보이며 살아가는 자가 되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평화를 이 땅에서라도 만들어가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천국을 적극적으로 누리는 자들이어야 한다.

2) 교회 안에서까지 행해지는 극단적 이념대결을 참회하며, 십자가의 구속으로만 남남갈등을 극복할 수 있음을 믿는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으로 일컬어지는 이념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이며, 인간의 생각이다. 복음은 하나님의 생각이며, 지혜이며, 사랑이다. 고로 이념과 복음을 대치시키는 행위는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서로 대치하며 싸울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이념을 앞세우는 국가의 몫이다. 통일 후를 조금만 생각해도 2300만 북한 사람들의 이질적 이념을 어떻게 조화시켜 갈 지를 생각할 때도 결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하루아침에 몇 십년간 가져온 머리에 박힌 사상이 바뀔 수는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여기에 능력의 복음의 준비와 역할이 요구된다. 복음은 이념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며, 이념으로 찢기고 나누어진 사람들을 넓은 품으로 안으며 싸맬 수 있다. 공산주의든지 자본주의이든 21세기 현재의 모습은 물질주의의 횡포와 권력을 쉽게 피해가지 못하고 있음을 직시한다. 그러기에 이념은 하나님의 복음에 굴복되어야 하며 순종하여야 하고, 치유를 받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특히 이념에 의해 상처 입은 사람들은 십자가 복음을 통해 치유를 받으며, 새 힘을 얻고 위로와 새 삶의 의미와 기쁨을 회복하여야 한다. 누구든지 주께 나아와 그의 음성을 들으며 새로워져야 한다. 여기에 인류의 소망과 살 길이 있다.

3) 북한의 인권과 기아가 똑같이 한국교회의 중요한 관심사임을 믿는다.
보수와 진보로 나누인 한국은 한 쪽을 붙들어야만 하는 강요를 받는다. 과연 예수님은 진보일까, 보수일까? 보수는 인권을 외치고, 진보는 기아문제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인권 없이 인간일 수 없고, 기본 생존권을 누리지 못한 채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없다. 먹지 못해 수백만이 죽어가고, 인권을 유린당하며 수십만이 또한 감옥에서 또는 형장에서 처절하게 죽어가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을 함부로 멸시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모멸하는 행위는 큰 범죄행위, 아니 살인행위이다. 기아문제 역시 너무도 중요한 인간의 생존권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마땅히 먹어야 살고,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권리를 가진다. 이를 제한하는 권리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통치자는 자신들이 어떤 죄를 짓고 있는지 깨달아야 할 것이며, 기본권도 지켜주지 못하는 권력은 존재의미를 상실한다. 또한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한국교회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순종하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에게 주어진 물질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바르게 사용되어야 한다. 한 달란트 받은 악하고 게으른 종으로 책망 받는 일이 없어야 하겠고, 사랑은 조건 없이 실천되어야 한다. 교회의 사랑은 이미 받은 사랑을 갚는 행위이기에 정치가들처럼 조건을 내걸면 안 된다.    
  
4) 탈북난민, 북한교회와의 영적 연합과 동역이 평화통일에 있어 선결과제임을 믿는다.
북한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던 북한 이주민은 2011년 현재 2만 명을 넘어섰다. 독일은 동독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이주민(Zuwanderer)이라고 일컬었는데,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겨온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요새 한국정부가 사용하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별난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한국의 지방에서 서울로 모여든 사람들처럼 단지 북에서 남으로 옮겨온 사람들, 이주자라는 가치중립적인 명칭을 사용했다. 북한이주자들은 북한을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 독재와 가난을 안타까워하며 언제든지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돌아갈 사람들이다. 추석과 설을 맞아 그들도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부모와 형제를 찾아 북쪽고향으로 손에 가득 선물 들고 기쁜 발걸음을 옮길 사람들이다. 그들 이주민들은 분단 하 너무도 이질적으로 변해 버린 서로를 미리 체험적으로 알아 통일 후 중재자의 역할을 할 사람들이다. 그들은 북한체제와 남한 체제를 비교하며 피부로 느끼며 장단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통일 후 어떤 사회가 바람직할 것인지를 실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미리 경험한 한국교회를 통일 후 몸으로 말할 사람들이다. 어떻게 한국교회가 그들을 맞이했는지 대우했는지를 경험적으로 고백할 사람들이다. 오늘 분단 하 그들과의 하나 됨은 통일 후 하나 됨의 노하우를 말해준다. 그러기에 그들과의 영적 연합과 동역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바로 인식해야 한다.  

5) 어려운 북한을 위한 조건 없는 다양한 지원이 통일로 가는 시금석임을 믿는다.
북한을 도울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마음 깊은 사랑이 전해져 서로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무례하거나 교만한 태도는 주고도 욕먹는다. 늘 겸손하고 예의를 다하는 도움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받는 쪽의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지원과 아낌없는 넉넉한 지원이 행해져야 한다. 하나님의 죄인을 향하신 성육신의 사랑과 십자가의 자기를 내어주시는 사랑이 북한 지원의 모델이 된다. 불신에 근거한 야박한 지원, 받는 자의 자존심을 꺾는 교만한 부자의 모습은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원은 그 자체로 족하기에 지원은 지원으로 끝나야 한다. 조건 없는 지원과 사랑이 다양하고 넉넉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공의를 내세울지라도 사랑은 사랑으로 족하다. 예수님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었다. 그 사랑을 본받아 행하는 실천으로의 사랑에도 다르지 않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서 12:19-21절)
  

결론

   복음주의란 복음이 말하는 것을 순수하게(pure) 듣고 이해하고 바르게(right) 실천하는 모습을 갖는 성도들의 삶에서 발견되어지고 구체화된다. 종교개혁 위에 세워진 바른 신학은 진리와 삶 그리고 행위의 유일무이한 척도가 되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내세우는 복음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한반도의 분열을 극복하실 것인지를 묻고 그 분의 음성을 청종한 후 겸허히 부르심을 받는 것이다.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 한국교회는 성령 안에서 기도하며 그 분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순전하고 담대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세상적인 가치관을 내려놓는 일이다.

첫째, 하나님의 관점이다. 하나님께서 분단의 한반도를 내려 보시며 갖는 생각이다. 우리는 그의 자녀로 이 땅을 살아가며 하나님의 눈을 주시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의 어디를 주목하시며,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기를 원하시며 거기에서 어떻게 말하며 살기를 원하시는지를 늘 살펴야 한다.

두 번째, 성육신하신 우리와 함께 하는 예수님의 마음이다. 천국보좌를 버리시고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우리의 삶과 고뇌 속에서 우리를 위로하시며 용기를 주시고 참 소망으로 살게 하셨던 예수님의 삶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예수님의 인격을 어찌하든지 드러내야 한다.

세 번째,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거듭난 하나님의 자녀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여기에 성령이 동행하는 삶이 강조된다. 이제는 더 이상 육신을 따라 판단하지 않고, 성령의 인도를 받는 성령을 따라 판단하는 새로운 예수님의 세계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고후5:16)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 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새 사람의 가치관을 가지고 남북의 문제, 분단의 한반도를 바라보아야 하겠다.

   종합적으로 십자가를 지는 삶이다. 하나님의 수직적 관점, 성육신하신 예수님의 수평적 관점, 그리고 수직과 수평이 함께 만나 이뤄지는 은혜와 평강의 수직수평의 눈을 소유하게 될 때, 진정 분단의 한반도의 문제를 한국교회는 바로 보게 될 것이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고, 하나님의 소명 받은 자로 일하게 되며, 하나님의 지혜와 은혜로 하나님의 시각에 분단이 극복될 것을 믿는다. 곧 예수 증인의 삶을 실감나게 경험하게 될 것을 대망한다.                    (201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