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이 기적을 우리에게도!
(창 33:1～4)






유관지 목사 (북한교회연구원 원장)





  성경에는 기적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오늘의 본문도 기적입니다. ‘본문을 아무리 잘 살펴보아도 기적 같지 않은데…. 그저 평범한 이야기인데….’ 하시기 쉬운데 앞부분의 진행과정을 잘 살피면 큰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형을 속이고 외삼촌 라반이 집으로 피신했던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형 에서가 이 소식을 듣고, ‘이제 내가 원수 갚을 때가 되었다!’하면서 무장한 장정 사백 명을 거느리고 나왔습니다. 야곱은 형의 분노를 가라앉게 하려고 선물을 많이 마련했습니다. 본문 앞의 32장 14절과 15절에 그 목록이 나오는데 암염소가 이백, 숫염소가 이십, 암양이 이백, 숫양이 이십, 젖 나는 낙타 삼십과 그 새끼, 암소가 사십, 황소가 열, 암나귀가 이십, 그 새끼 나귀가 열, 큰 목장을 하나 차리고도 남는 규모입니다. 이제 드디어 두 형제가 만나는데 지금까지의 전개된 일을 보면 틀림없이 살기등등한 에서의 입에서 “저 놈을 잡아 죽여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말아라!”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4절을 보세요,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 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우니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장면이 벌어집니다.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적 가운데 가장 큰 기적,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보다 다 큰 기적은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이라고 말한 신앙인물이 있는데 이 말에 비추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기적이 우리에게도, 남과 북 사이에도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일어나야 합니다! 그렇게 기도하기 위해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기적은 어떻게 해서 일어났습니까? ‘에서가 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먹고 원수를 갚으려했다고 해도 막상 동생의 얼굴을 대하니 형제의 정이 끓어서 그랬을 것이다.’, ‘야곱이 마련한 예물을 보고 마음이 변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성경을 잘 살펴보면 그 답은 다른데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기적은 어떻게 해서 일어났습니까? 기도와 회개를 통해서 일어났습니다! 얍복 나루를 건널 때 야곱은 자기 일행과 재물을 다 건너게 한 다음에 홀로 남아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야곱은 적극적으로 기도했습니다. 야곱이 어떤 사람과 날이 새도록 씨름하면서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창 32:26)한 것을 보면 정말 필사적으로 기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야곱과 씨름하던 사람이 야곱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창 32:27) 물었습니다. ‘너는 어떤 존재이냐? 어떻게 살아왔느냐?’라는 의미를 가진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곱은 정직하게 자기의 이름을 말합니다. “야곱이니이다”, 야곱이라는 이름의 뜻은 잘 아시는 것과 같이 “발꿈치를 잡았다”입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오는데 동생으로 태어나는 것이 억울해서 자기가 먼저 나가겠다고 형이 발꿈치를 잡고 나오는 것을 보고 부모가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머뭇거리지 않고, “야곱이니이다” 한 것은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욕심쟁이였습니다. 욕심쟁이로 살아왔습니다.“라는 회개의 고백이 담겨 있는 대답입니다. 이 적극적인 기도, 이 숨김없는 회개의 고백이 이 기적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얍복 나루에 이르기 전에,  형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야곱은 있는 꾀를 다 냈고,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먼저 사자들을 보내서 정중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동행자와 양과 소와 낙타를 두 떼로 나누었습니다. 에서가 와서 한 떼를 치면 남은 한 떼는 피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삼국지」 식의 이름을 붙인다면 양분지계(兩分之計)입니다. 많은 예물을 마련했습니다. 다시 「삼국지」 식의 이름을 붙인다면 물량지계(物量之計)입니다. 그것을 한꺼번에 보내지 않고 여러 떼로 나누어서 보냅니다. 형이 보고서 “이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당신의 동생 야곱이 형님에게 보내는 예물입니다.”라고 대답하고, 그런 일이 반복되는 중에 형의 분노가 차차 가라앉기를 바라는 계책입니다. 점감지계(漸減之計)입니다. 형과 부짖히게 되었을 때 부인과 자녀들을 사랑하는 순서대로 두었습니다. 사랑하는 부인 라헬과 요셉은 제일 뒤에 두었습니다. 그들의 목숨만이라도 건지고 싶어서였습니다. 최후지계(最後之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곱을 건진 것은 이런 계책들이 아니었습니다. 필사적인 기도와 회개였습니다. 야곱이 전적으로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고 회개하니까 하나님께서 예서의 마음을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야곱을 만나기 직전까지 복수심에 불탔고, 분노가 가득했고, 노기충만, 살기등등 하던 마음을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꿔 주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달려가서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입맞추고 우는 기적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에서는 야곱에게 “내가 너와 동행하리라”(창 33:12)했습니다. ‘내가 너를 호위해 주겠다’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곱을 무찌르기 위해서 거느리고 나왔던 장정들을 야곱을 호위하는 병사들로 삼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성경 기록을 우리의 상황과 쉽게 일치 시키려고 하는 것은 때로는 위험이 따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가 남북한과 비슷한 점들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에서는 붉었습니다. 에서라는 이름의 뜻이 “붉음”입니다. 남북한 가운데 어느 한쪽을 대표하는 색과 같습니다. 둘의 성격이나 처지도 남북한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야곱은 부자가 되었는데 남한도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둘의 아버지 이삭은 에서를 보고 “너는 칼을 믿고 생활하겠고”(창 27:40)라고 하였는데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믿고 지내고 있습니다. 사이가 나빴던 점도, 오랫동안 헤어져 살았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남한이 북한에 많은 지원을 한 점도 비슷합니다. 여러 가지가 비슷한데, 창세기 33장처럼 기적적인 만남, 기적적인 화해가 이뤄지는 점도 비슷한 점, 아니 같은 점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야곱은 얍복강변에서 적극적인 기도와 숨김없는 회개를 하였습니다. 이십여 년 전의 일인데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교회의 청년 하나가 해외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인사를 왔습니다. “목사님, 제가 얍복강 댐 공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것은 거기에서 주운 돌들입니다.” 하면서 돌맹이 몇 개를 주었습니다. 받침을 만들기 위해 수석집에 갔더니 주인이 보고서 “아, 아랍석(石)이군요.”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그 돌에 슬복석(膝伏石)이라는 이름표를 만들어 붙이고 오랫동안 책상 위에 두었습니다. “야곱이 무릎을 꿇고 기도한 곳에서 나온 돌”이라는 뜻입니다. 창세기 33장,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야곱과 에서의 극적인 만남, 감동적인 화해, 이 일은 얍복강변에서 야곱이 드린 적극적인 기도와 숨김없는 회개를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우리는 오늘 강변교회에 모여 3월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를 갖고 있습니다. 얍복강변의 야곱과 같이 적극적인 기도와 숨김없는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모임이 되고, 그런 시간이 되고, 그런 우리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여,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주옵소서! 야곱과 에서 사이에 있었던 기적을 우리에게도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는 귀한 아침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