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영성의 현주소 발표에 대한 응답




김상복 목사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




   박용규 교수와 김성영 교수 두 분은 “기독교가 회개의 종교”로서 회개가 소홀해 진 한국교회를 염려하며 회개의 회복을 강력히 촉구했다. 회개의 중요성을 성경과 기독교 역사와 한국교회의 회개운동 역사에서 구체적 예를 들어 설득력 있게 제시해 줌으로서 한국교회에 큰 도전을 주었다.

   회개에 대한 신구약의 어원적 의미를 자상하게 밝혀주어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특히 박용규 교수가 “회개와 참회”에서 지적한 대로 한국의 기독교가 “회개 없는 종교로의 전락,” “입술로만 외치는 구호”가 되고 있다는 경고는 모두가 경청해야 할 것이다. 구약의 욥과 다윗의 예, 신약의 세례요한과 예수님의 경고에서 “회개에 합당한 열매”가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칼빈은 “외면적 행위와 내면적 영혼의 변모”가 회개의 결과라 했다. 사실상 “회개에 합당한 열매”가 없는 회개는 아무 가치가 없다. 오순절 사건에서 회개가 구원과 세례의 전제이고 죄를 자백했을 때 용서를 약속하였다는 회개에 대한 하나님의 반응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특히 칼빈의 회개사상을 소상히 소개해 준 것은 큰 유익이었다. 칼빈도 회개를 일생 계속해야 한다며 회개가 기독교 신앙에서 절대적 요소이고 자신도 날마다 회개하는 삶을 살았다고 지적해 주었다.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면 회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성의 일부임은 당연하다. “죄를 무서워하고 죄를 미워하고 죄 때문에 하나님 뜻대로 하는 근심”을 회개의 세 가지 원인으로 칼빈은 제시했음을 지적했다. “최근의 죄와 오래 전 죄까지 다 포함”해서 회개해야 한다는 권고는 당연한 가르침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한번은 주님 앞에 앉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죄를 다 적어서 일일이 자백하고 용서를 받는 일은 모든 신앙인에게 권할만한 일이다. 이런 경험은 깨끗하게 영혼의 목욕을 하는 것과 같다. 그 이후부터는 외출하고 돌아오면 늘 손발을 씻고 세수를 하듯이 날마다 오염되는 죄를 그때 그때 미루지 않고 지체 없이 씻어내야 한다. 그래야 비교적 깨끗한 영혼을 유지할 수 있다. 예수님도 이미 목욕한 자는 다시 목욕할 필요는 없고 자주 발을 씻으면 된다고 베드로의 발을 씻어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칼빈이 “열정과 열심히 느슨해져서 직분을 적절히 수행하는 데 헤아릴 수 없이 여러 번 실패하였음을 고백“한다고 한 것은 사역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백이다. 욥과 다윗의 예는 고백적이고 세례요한과 예수의 경고는 회개에 가깝다. 로저스의 예도 회개라기 보다는 고백이고 1907년 경험도 고백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복음을 전했을 때 회개와 고백이 동시에 수반될 수 있다. 지난 2007년 평양대부흥운동을 회상하며 다시 한 번 동일한 성령의 역사가 임하기를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기대하며 기도했었다. 또 많은 세미나도 있었다. 그러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1907년은 반복되지 않았다. 이것은 역사적 연구나 토론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론은 언제나 쉽다. 그러나 실제는 쉽게 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원하고 흉내를 냄으로서 되는 일도 아니다. 성령의 주권적 역사이기 때문이다.    

   청교도들의 회개에서도 리차드 로저스가 “날마다 ... 삶을 검토” 한다고 하며 8가지 경건의 지침 중 혀, 손, 발, 귀, 지체들을 통해 일어나는 죄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회개를 촉구하는 것은 회개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접근이라 생각된다. 리차드 백스트의 회개 속에 “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임과 실천”을 포함했다는 것은 한국 상황에서도 목회자들에게 좋은 도전이 된다.

   기독교 부흥의 역사 속에서 미국의 1, 2차 각성운동에서나 웨일즈부흥운동에서나 한국교회의 부흥 역사에서도 언제나 눈물의 회개가 있었음은 공통된 현상이었다. 개인의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1907년 평양대부흥 운동의 시발점에서 나타난 “사악하고 수치스러운 모든 죄들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며 대부흥이 시작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성령의 특별한 역사이고 오늘날 아무데서나 성령의 특별한 역사 없이 그저 따라야 하면 된다는 것을 아니다. “회개가 중시되고 강단에서 생명력 있게 외쳐지는 시대는 교회가 살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교회가 죽었다”고 지적한 박 교수의 지적은 너무도 타당하다. 그러나 66권의 성경 전체(the whole counsel of God)(행20:27)를 선포해야 하는 목회자에게 회개는 수많은 성경적 영성 중 하나이다. 구원의 서정 속에서도 회개는 열여섯 단계 중 하나이다. 목회자는 66권의 말씀을 골고루 선포하면서 회개가 언급되는 본문에서는 당연히 회개를 촉구해야 할 것이나 설교 때 마다 회개만을 선포하지는 않는다.

박 교수의 회개에 대한 논문은 회개를 다시 한 번 깊이 묵상하는 기회가 되었고 모든 목회자들에게 특별히 큰 도전이 되었다. 그러나 회개에 대한 정의가 때로는 오락가락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가질 때도 있었다. 회개와 고백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회개는 구원을 위해 하나님께로 방향을 바꾸어 돌아서는 행위이고 고백은 구원 받은 자들이 자신의 죄를 하나님 앞에서 인정하고 들어내어 용서를 받는 행위이다(요일 1:9). 물론 구원의 첫 단계에서 방향전환과 죄의 고백이 함께 가능하나 그 차이가 있음을 좀 더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회개는 구원의 첫 스텝이요 고백은 성화의 반복되는 스텝이다. 회개는 거듭나는 단계요 고백은 성결의 과정이다. 회개는 전신 목욕이요 고백은 손발을 씻는 행위이다. 한국교회에서는 회개와 고백을 거의 동일시하여 종종 혼란이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회개와 고백은 기독교 신앙의 필수임을 지적해 준 것은 모두에게 큰 유익을 주었다.    

   김성영 교수의 “한국교회 영성의 현주소”에서도 박 교수의 논문과 마찬가지로 신구약 성경의 많은 예를 들어 회개를 잘 설명해 주었는데 회개와 용서와 화해를 연결시킨 것은 대단히 도움이 된다. 아브라함, 모세, 다윗, 예수의 예를 통해 회개와 용서와 화해 관계를 자상히 보여주었다. 이 세 가지 관계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신앙인들의 대인관계로 발전되어야 함을 잘 지적해 주었다. 특히 회개와 용서의 관계를 조명하며 그리스도의 대속사역에서 용서가 필수임을 지적했다. 그리고 용서와 화해는 개인에서 집단, 지역, 만족, 열방, 자연, 우주에까지 확대한 것을 복음의 영향력을 포괄적으로 잘 보여준 것이다. 한국의  예로 손양원 목사님과 조만식 장로를 들어 적절하게 제시해 주었다. 우리 시대에 교단들의 끝없는 정치적 주도권 다툼이 준 실망감을 지적함으로 오늘의 주제에 대한 현실감을 높여  주었다. 화해를 위해 타종교까지 거론하며 “원만한 이해와 소통”의 사회적 필요성은 잘 지적해 주었으나 그리스도의 고유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회개와 용서와 화해는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다. 정치인들의 당파싸움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고 야당은 북한에 대한 이해와 협력과 화해는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도 국내의 타 여당과는 사사건건 원수처럼 싸우고 있음을 보며 오늘의 주제가 이 땅에 얼마나 필요한지 실감하고 있다. 여당은 북한이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기 전에는 절대로 화해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교계적으로는 교단들의 계속 되는 분쟁, 최근 감리교의 내분을 바라보면서 극심한 슬픔을 느낀다. 몇 년 째 계속되는 분쟁은 현재 한국 기독교의 가장 부끄러운 수치가 되어 있다. 하나님 앞에서 철저한 회개와 용서와 화해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바란다.  

   인터넷 네티즌들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저속한 비방의 글들은 얼마나 우리사회가 회개와 용서와 화해 운동이 필요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회개와 용서와 화해 운동은 기독교인 각자에게서 새롭게 출발하여 가정, 교회, 사회, 국가, 남북 간, 또 문명과 문명 간에, 종교와 종교 간에, 민족과 국가 간에 일어나 그리스도의 구원과 평화와 화해 운동을 이루기 위해 우선 우리 자신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발표자들의 수고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