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발표에 대한 응답



유관지 목사(한복협 중앙위원․북한교회연구원 원장)





  이 발표회에서 행해진 세 분의 귀한 발표는 먼저 기독교의 전쟁관과 평화관을 간명(簡明)하게 재정리하고, 전쟁에 대한 기독교의 이해와 태도가 역사적으로 어떤 변천을 겪어 왔는지를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이는 우리가 한 사람의 크리스천으로서 전쟁과 평화에 대해 성숙한 이해를 갖게 하고,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고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전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문제에 대해 좋은 지침을 제공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세 분의 발표는 분단 상황 하에서 전쟁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 대한 관심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손봉호 교수님의 발표에 언급되어 있는 것과 같이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2003년 4월에 오늘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 장소(강변교회)에서 발표회를 가진 일이 있었다. 당시는 이라크 전이 이 같은 주제로 발표회를 갖게 한 계기가 되었고 발표의 내용과 응답도 여기에 집중되었다(우연의 일치이지만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이 발표회를 가진 4월 14일에 미군이 이라크의 최후 보루이자 후세인의 고향인 북부 티크리트의 중심에 진공함으로써 이라크 전은 사실상 종결되었다).

이번의 발표회의 주제가 “전쟁과 평화”로 정해진 것은 최근 빚어지고 있는 남북 간에 고조되고 있는 긴장이 계기가 된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비록 지금 당장은 수재복구물자 지원 논의, 대승호 송환 등으로 남북 간에 약간 부드러운  기운이 감돌고 있으나 북핵문제는 변함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천안함 폭침과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인해 조성되고 있는 긴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은 세 분의 발표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는데, 박종화 목사님은 사랑의 원리를 오늘의 언어로 인도주의 실현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현실적으로 지금의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루는 일에 있어서 인도주의적 교류와 협력이 중요한 요소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하였다.
허문영 장로님은 한반도 평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실천과제에 역점을 두면서 이 문제에 대한 로드 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손봉호 교수님은 “지금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남북한 간의 전쟁이다.”하고서 모든 방법을 다 강구하여 전쟁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모든 한국인, 특히 그리스도인의 지상 임무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세 분 모두 새롭고 특징 있는 깨달음도 제공해 주고 있다.
박종화 목사님은 “정의로운 평화”(just peace)라는 평화론과 그것이 말하는 JPICL을 제시하고 있다.

허문영 장로님은 ‘바벨론 포로 해방 70년‘을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는 허 장로님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치는 것으로 ’외침의 일관성‘이 감동을 준다.

손봉호 교수님은 “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소개하며 우리에게 남한과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할 과제가 있음을 깨우치고 있다(신민족주의사관을 수립한 역사가 고 이기백 교수도 화백제도를 가진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음을 말하면서 민주적으로 성숙한 쪽이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발표한 일이 있었다.).
창조질서의 보존 문제가 언급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박종화 목사님은 정의로운 평화는 환경과 생명의 보전(Intergrity of Creation)을 중요한 요소로 하고 있음을 말하면서 환경생명의 원리가 진정으로 삶의 평화를 이울 수 있는 실천 방안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단언하고 있다.

허문영 장로님은 입체적 관점을 확립해서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도록 노력하자고 하면서 입체적 관점이란 “우리 선조들이 갖고 있던 하늘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겸허한 태도를 하나님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시 살려서 분쟁의 국제사회와 악화되어가는 자연환경에 참긴 평화를 가져 오려는 노력도 병행하려는 태도를 뜻한다.”고 말하고 있다.

발표자들이 공통으로 인용하고 있는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사 4:2)는 말씀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기독교를 뛰어넘어 모두가 들고 나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보습이 언제라도 다시 칼이 되고, 낫이 창이 될 위험이 있는 것이 세상이 말하는 전쟁과 평화의 한계이다.

세 분 발표자의 발표를 들으면서 보습은 끝까지 보습이고, 칼은 끝까지 칼이 되도록 하려는 진지한 몸부림 같은 것을 느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라는 말씀을 황금률(黃金律)로 간직하고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전쟁과 평화에 대해 어떤 인식과 태도를 가져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어떻게 기도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과제에 대해 좋은 답을 제시해 준 세분 발표자의 노고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발표회가 분단을 극복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는 일에 앞장서야 할 한국교회에 큰 유익과 도전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