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를 향한 이해와 맞춤 선교

박성민 목사(CCC 대표)



서로 다른 세대를 비교하며 논하는 일에는 쉽게 순환논리 속에 빠져드는 위험이 있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듯 우리 모두는 ‘현재 프레임’으로 과거를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세대들은 새로운 세대를 향해 공통적으로 ‘우리 땐 안 그랬는데…’라는 표현을 쓴다. 자신들이 회상해낸 자신의 과거 모습은 과거의 실제 모습보다는 현재의 자기 모습을 더 닮는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그런 평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요새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표현이 발견된 사실은 그런 심리학자들의 분석에 동의하게 만든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사역 대안을 논의하기 전에 공존하는 세대들에 대한 분류가 필요하다. 분류를 논하는 데 있어 미국과 우리의 분류에 약간 차이가 있다는 사실부터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1.  미국의 경우

미국은 세대를 분류하는 데 있어 먼저 2차대전 이전과 이후를 중요한 분기점으로 여긴다. 2차대전 이전 세대는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이 명칭은 시인 G. 스타인의 “당신들은 모두 잃어버린 세대의 사람들
입니다” (You are all a lost generation)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후에 환멸을 느낀 미국의 지식계급 예술파 청년들을 생각해 볼 때 적절한 표현이다. 이들과 대조로 2차대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향해서는 ‘베이비부머 세대’(baby-boomer generation)라고 부른다. 1945년 2차대전이 끝난 후 급격한 인구 증가의 원이 되었던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 다음으로 1966년부터 1976년 사이에 태어난 ‘X세대’라고 불리는 세대가 등장한다. X세대라는 명칭은 캐나다 소설가인 더글라스 코플랜드(Douglas Copeland)가 쓴 [Generation-X]를 통해 일반화되었다. 그전에도 이해하기 힘든 세대라는 의미에서 불리던 명칭이었다는 것이다. 이들 다음으로 ‘N세대’(Net-generation)라는 명칭이 붙여진 세대가 등장한다. 이들은 1977년부터 1997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해서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디지털 문명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 이들 세대의 주위의 모든 공간에는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어, 이들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을 활용해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하며, TV보다 컴퓨터를 좋아하고 전화보다 이메일에 더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다. 곧있으면 이들이 세상의 기득권층이 되는데 그때가 되면 국경도 없고 자유로운 네크워크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2.  우리 나라의 경우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미국의 분류와 일치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연대에서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는 6.25 이후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분류한다. 이들은 712만 명 정도 되어 여러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인구 분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직전의 세대를 지칭하는 다양한 표현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주로 40년대 태생으로 구성된, 20대에 4.19를 체험한 세대들을 향해 ‘4.19세대’라고 부른다. 6.25전쟁과 그 이후의 암울한 사회 분위기에 따라 ‘전쟁 세대’라고도 하며, 그중 특별히 1945년생을 가리켜 해방된 해에 태어났다고 해서 ‘해방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은 훗날 4.19의 주역이 되기 때문에 4.19세대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 외에 이들과 연관된 분류 중에는 70년대에 발효된 유신헌법에 비유해서 ‘유신세대’라는 명칭도 있으며, 이들 가운데 불었던 기타 음악의 열풍 때문에 ‘포크세대’라고도 한다. 또한 이들부터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젊음의 문화로 인해 ‘장발세대’, ‘미니스커트 세대’라고도 불린다. 세분화된 세대 구분을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와 어느 정도 오버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다음으로 등장하는 세대는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386세대’이다. 386이란 말은 당시 30대 나이, 80대 학번, 60년대 태생이었던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던 386컴퓨터에 비유해서 함축한 말이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486으로 업그레이드 된 사람들이 많으나 8자가 갖는 한계성 때문에 그 표현은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80년대 사회 문화를 주도했다.
이들 다음의 세대의 분류는 다양하다. 이들은 주로 보편화된 문화와 기술적 특징을 통해 분류한다. 그중에는 ‘X세대’와 ‘Y세대’를 들 수 있다. ‘X세대’란 말은 우리 나라에 90년에 등장한 화장품 광고에 쓰이면서 말이 통용되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코플랜드의 의도와는 달리 우리 나라에서 쓰이는 이 표현은 일본의 신인류와 비슷한 개념으로 신세대라는 말과 혼용되고 있다. 코플랜드의 X세대와는 달리 정체성이 애매한 게 아니라 오히려 뚜렷한 일면을 지니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부모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와 행동양식을 갖고 있어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세대다. 일반적으로 탈권위주의적이며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뚜렷한 세대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에 어느 정도는 오버랩될 수 있으나 또 다른 문화적 특성 때문에 따로 구분하여 ‘Y세대’라는 구분이 존재한다. Y세대란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2세들을 일컫는 말로,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10세 전후의 어린이를 말한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다른 나라 문화나 다른 인종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C세대’란 컴퓨터의 보급으로 사이버(Cyber)에 익숙해진 세대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컴퓨터(Computer)세대를 의미하며 동시에 반도체 칩(Chip)과 신용카드(Credit Card), 유선방송(Cable) 속에 사는 비판(Criticism)의 세대를 뜻하기도 한다. 또한 기존질서로부터 변화(Change)를 요구하는 세대다.
이들 다음으로 요즈음 회자되고 있는 ‘G세대’가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 1991년에 태어나 2000년대에 청소년 시기를 보내며 건강하게 세계화된 생각을 갖추게 된 세대를 말한다. 이 글이 쓰이는 현재 대학생들이 주가 되는 나이다. 푸른색을 뜻하는 Green이라는 단어와 세계화된이라는 의미를 담은 Globalized의 영어 첫 문자에서 따온 것으로, 건강하고 적극적이며 세계화된 미래지향적인 젊은 세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이들이 속한 현재 20대 청년층을 향해서는 ‘88만원 세대’라는 명칭 또한 존재한다. 이들의 95%는 아무리 일해도 소위 좋은 직장에는 들어갈 수 없으며, 대부분이 비정규직에 맴돌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죽어라 하고 일해도 평균 월급이 88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우석훈이라는 이가 만들어 퍼뜨린 어두운 사회의 단면이다. 이들 세대가 속한 세상의 명암의 엇갈림을 보는 듯 하다.

3.  G 세대의 특징

(1)  이들이 지닌 강점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원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그것을 할 때 즐기는 특징을 들 수 있다. 가족 혹은 주위의 기대에 부흥하려는 노력이 전 세대 가운데 두드러졌다면, 이들은 그들과는 달리 자신이 매혹된 일을 선택하여 진력하고자 한다. 이번 뱅쿠버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들만 보아도 이러한 특징을 잘 엿볼 수 있다. 이상화는 아무리 피곤해도 “스케이트 타야지”라는 부모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고 한다. 이정수는 중학교 3학년 때 양 발목에 1.5킬로짜리 모래주머니를 찬 채 5킬로의 납 조끼를 입고 아이스링크를 50-60바퀴씩 돌았다고 한다. 모태범은 귓볼에 피어싱을 하고 다녀 보기에 자유분방하게 보이나 훈련 일정만큼을 철저히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만을 보아도 과거에는 ‘헝그리 정신’ 또는 ‘애국심’으로 무장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들은 ‘즐기자 정신’ 또는 ‘최선을 다하자’에 더해 ‘자신감’으로 무장하였다. 이들 세대가 주축이 된 소녀시대, 카라, 빅뱅, 2PM 등의 인기그룹에 속한 멤버들을 보아도 대부분 자발적으로 연예계 진출을 꿈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기에 연습이 아무리 힘이 들어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들은 자신감으로 가득한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 Challenge(도전)이라는 단어에 Joy(즐김)라는 단어가 합해져 Challenjoy라는 자기 긍정의 에너지로 충만한 세대이다. 이 긍정적 특성은 과거의 어느 세대와는 달리 이들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긍정적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답이 처음으로 50%를 넘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의 자부심은 한국인이 외국에서 예절이나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봤을 때 부끄러움을 느끼게도 만든다.
자신감과 연관된 또 다른 측면은 No Fear, 즉 두려움이 없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들이 경험한 경제적인 면과 연관이 있다. 이들은 집단적으로 가난을 경험하지 않은 첫 세대이며, 이들이 태어난 1988년은 서울올림픽을 통해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한 해였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를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에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뭘 못한다’에서 어디서든 어떻게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두려움이 없는 세대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놀랍지 않다. 자연스럽게 앞날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화된 세대답게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들 세대에게는 ‘지구는 넓고 외국은 멀다’가 아니라 ‘지구는 좁고 외국은 가깝다’의 표현이 더 익숙하다. 이러한 생각을 받쳐줄 만한 것은 이들은 다른 세대와 비교해 볼 때 외국어 능력도 가장 뛰어난 세대다.

(2)  이들이 지닌 약점
그렇다고 하여 이들에게 강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본의 신인류와 유사한 점을 들곤 하는데 개인의 행복에만 집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 또는 집단을 향한 충성 및 의리라는 단어는 이들에게 먼 단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남을 향한 배려라는 측면도 매우 부족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이익과 미래와 부합되는 선택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볼 때 4.19운동 또는 그 이후에 일어난 거대한 집단적 학생운동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이 지닌 강점이 어떻게 보면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들이 비록 긍정적이지만 끈기가 부족해 실패를 맛보았을 때 오히려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자신이 온전히 원하는 일이 아닐 때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더 부각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인생이 불행한 것은 인생이 짧아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을 너무나 늦게 깨닫기 때문이다”라는 표현은 얼마나 정확한가. 청소년 시절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30대가 되어서야 후회하는 주위의 많은 이들을 볼 때 주어진 일을 향한 끈기 부족은 커다란 결점일 수 밖에 없다. 당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아닐지라도 끈기와 성실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부족한 면은 어두운 미래를 낳은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이 세대들이 지닌 전반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우리 나라의 독특한 상황에서 ‘학원으로 길들여진 세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영체험학원’이라는 군입대를 앞두고 배우는 학원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 들어가 일주일 정도 병영을 경험하며 배운다고 한다. 심지어 ‘데이트학원’이 있어 어떻게 남자가 또는 여자가 다른 이성에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가르친다고 하니 결코 ‘학원으로 길들여진 세대’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학원으로 길들여진 세대의 약점은 바로 자기 주도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무기력한 로봇과 같을 수 있음을 말한다. 리더가 되는 데 필요한 자기 주도성의 부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가 이들에게 숙제로 남겨져 있다.

4.  이들 세대를 위한 맞춤 운동 방향성에 대한 제안

새로운 세대를 향한 이러한 분석은 순수하게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이 글을 쓰는 저자까지도 현재 프레임이라는 덫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이들을 향한 열린 마음과 진정한 관심이 있기에 객관성을 최대한으로 확보했다고 믿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하여 이들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믿는 이들에게 맡기신 지상명령성취 사명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들의 강점과 약점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은 원론적인 답을 통해 방향성 제시를 해 볼 수 있다. 첫째, 인생의 큰 그림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의 개인중심적인 사고는 자신에 국한될 뿐 아니라 어느 시점에 갇힌 좁은 시각의 희생물이 되기 쉽다. 마키아벨리의 말을 빌리자면 ‘맹금류가 노리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눈 앞에 있는 곡식 몇 알을 주어 먹는 데 관심이 집중된 참새’와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인생의 비전이라는 생각의 틀을 넓히는 강조가 필요하다.
둘째, 하나님과 그분에 속한 공동체의 진정한 경험이 필요하다. 이들의 한 특징 중에 많은 관계가 지극히 피상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피상적 관계 맺기는 2009년 옥스퍼드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와 연결해 볼 수 있다. 바로 unfriend라는 단어로 인맥 쌓기 사이트인 facebook에서 ‘온라인상 친구 관계를 끊는 행동’을 의미한다. 실제로 ‘온라인상 친구’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어떤 경우는 백만 명을 넘는다고 하니, 친구와의 친밀도의 정도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문자만으로도 서로에게 사랑과 위로를 주며 느끼는 세대라고는 하나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 것인가 의문이 든다. 동시에 다른 모든 세대가 그러했듯 진정한 공동체 경험은 이들에게도 필수적일 것이다. 이들을 공동체 속에 끌어들여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CCC에서는 여우사이(여기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대중전도집회, 관계전도, 그룹전도에 더해 다양한 이들의 ‘입맛(?)’에 맞는 교재개발 및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약점인 끈기와 충성심의 부족은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 걱정스러운 요소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노력 이기는 재능 없다’는 말이 있듯 끈기는 중요할 뿐 아니라 성공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앤더스 에릭슨의 ‘10년 법칙’이나 레비틴의 ‘10,000시간 법칙’ 모두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는 그렇게 산다고 하나 위에서 지적했듯이 살아가면서 발견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으며 진정 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걱정하는 것이다. 이들을 향해 해 줄 수 있는 조언과 가르침은 과거의 다른 세대와 다른 점이 없을 것 같다. 바로 자신과의 싸움을 싸우며 자신을 다스리는 이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자기 몸을 쳐 복종케 했듯(고전 9:27), 날마다 죽었듯(고전 15:31)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막 8:34) 삶의 중요함을 변함없이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소중한 것을 발견했을 때 모든 것을 투자할 수 있는 세대이기에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