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적 관점에서 본 장기이식

이상원(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교수)



I. 장기이식은 불의의 사고 또는 질병 등으로 인체의 장기의 기능이 다 되었거나 심각하게 손상되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을 때 건강한 장기로 대체하여 건강을 회복시키고자 시도하는 치료법을 가리킨다. 장기이식은 의술이 발달하면서 가능하게 된 질환치료방식이다. 1877년 각막이식수술이 성공함으로써 최초의 장기이식이 이루어졌고, 1900년에는 칼 란트스타이너(Karl Landsteiner)가 혈액형을 발견함으로써 혈액의 이식 곧 수혈의 길이 열렸으며, 1964년에는 신장이식, 1967년에는 심장이식이 행해졌다. 통상적으로 장기이식은 생체와 생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인공장기이식은 논의에서 배제된다. 여기서 생체라 함은 환자의 화상을 입은 부위를 재생시키기 위하여 환자 자신의 몸의 다른 부위의 피부를 이식시키는 자가이식(autotransplantation)의 경우처럼 자기 몸을 뜻할 수도 있고, 신장이식의 경우처럼 환자가 아닌 타인의 장기를 적출하여 환자의 몸에 이식시키는 타가이식(allotransplantation)의 경우처럼 타인의 몸을 뜻할 수도 있고, 영장류나 돼지의 장기를 인간의 몸에 이식시키는 종간이식(xenotransplantation)의 경우처럼 동물의 몸을 뜻할 수도 있다. 자가이식에 대해서는 특별히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타가이식과 종간이식의 경우다. 종간이식은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어도 임상적으로 이식과 생착에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가상적 상황을 상정하면서 윤리적인 문제점을 검토하게 된다. 이에 반하여 타가이식은 실제로 많이 시행되어 온 시술로서 성공적으로 이식되어 새로운 삶을 안겨 준 경우들도 많지만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실패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장기이식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윤리적 논쟁은 타가이식에 집중되어 있다.

II. 먼저 비교적 단순한 종간이식의 경우를 검토해 보자. 종간이식이 시행된 사례로는 캘리포니아의 로마 린다 대학병원에서 1984년10월12일 좌심장형성부전증을 안고 태어난 아기 Fae에게 부모의 동의를 얻어 동물의 심장을 이식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식수술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으나 Fae는 11월15일에 사망하고 말았다. 종간이식의 경우에 제기되는 윤리적인 문제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가 있다.
  a. 현재의 의학발달의 수준으로 볼 때 종간이식은 병리학적으로도 허용될 수 없으며, 병리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말은 윤리적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다른 동물과 인간의 면역체계의 차이 때문에 다른 동물의 몸에서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와서는 치사적인 바이러스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을 현재의 의학의 수준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 예컨대 영장류의 몸 속에서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던 HIV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와서는 치사적인 바이러스로 작용한 사례를 들 수가 있다. 전염성의 문제 이외에도 조직적합성의 문제 곧 동물세포조직 자체가 바로 인체세포조직과 연결될 때 무리없이 융화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FDA는 이종간 장기이식을 사실상 금지시키고 있다. 인체에 해로운 바이러스가 인체 안에 들어와서 인체를 심각하게 병들게 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본의는 아니라 할찌라도 과실치사가 되므로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앞서 언급한 Fae의 경우는 이식수술이 아기를 치료하는데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의학실험의 목적으로 살아 있는 아기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
  b. 그렇다면 의학이 더 발달하여 바이러스 전염이나 조직적합성 문제를 비롯한 의학적인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면 종간이식은 허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허용될 수 있다는 답변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동물의 장기를 인간의 몸에 이식시켰을 경우에 모든 생물을 그 종류대로 창조하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깨뜨리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아닐까?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한다고 하여 새로운 종이 창조되는 것이 아니므로 종간이식은 창조질서를 깨뜨린다고 볼 수 없다. 인간이 다른 종을 식물로 섭취하여 얻은 영양분으로 자기 정체성과 육체적 생명을 유지한다고 해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다른 동물의 종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여 육체적 생명을 유지한다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종의 정체성이 상실되고 제3의 종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동물의 장기를 인간이 자의적으로 적출한다면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닐까? 모든 동물들은 하나님이 하나님 자신의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하나님의 소유물이라는 점에서 그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 고유한 가치를 인간이 침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격적 존재인 인간은 비인격적 존재인 동물과는 구별될 뿐만 아니라 우월하기도 한 존재다. 따라서 인간에게 적용된 권리개념을 동물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이와 동시에 하나님 자신이 동물을 음식으로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하셨고, 성막의 건립과 제사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예배와 문화활동을 위하여 동물사용을 허용하셨다는 전망 안에서 보았을 때 생사의 기로에서 고통받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동물을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허용된다고 판단된다.

III. 장기이식에 뒤따르는 윤리적인 문제들은 타가이식에 집중되어 있다. 타가이식은 적출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서 장기를 적출하는 생체장기적출과 죽은 자의 몸에서 장기를 적출하는 사체장기적출로 나누어진다.
  a. 자연적인 노화의 과정에서 장기의 기능이 다하거나 손상이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불의의 사고나 질병 때문에 장기에 문제가 생겨서 생명이 위독한 이웃이 있을 경우에 건강한 사람들의 건강이나 생명을 위험에 몰아 넣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에서 건강한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를 희사하여 죽어가는 이웃의 생명을 구하는 행위는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의 훌륭한 증표들 가운데 하나로서 윤리적으로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b. 생체장기적출의 경우 장기적출 때문에 장기제공자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손상이나 파괴가 가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간이식의 경우에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 간의 70%를 절제해도 새로운 간이 생성되므로 간의 적출이 피적출자의 생명을 파괴시키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콩팥은 한 쪽만 가지고도 생명의 보존이 가능하므로 위급한 상황에서 기증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피, 골수, 간장엽, 폐엽 등이 모두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서 적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심장과 같은 장기는 피적출자의 생명이 파괴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
  살아 있는 장기제공자의 건강과 생명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는 동시에 이식된 장기가 피이식자에게 어떤 질병을 전염시키는 것과 같은 피해를 주어서도 안된다. 따라서 장기제공자는 검진과 병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과정을 통하여 치명적인 전염성이 있는 질환들 예컨대, HIV 바이러스, HTVV-1, 간염 바이러스, 암세포 등이 있는 장기들은 이식되어서는 안된다.
  c. 생체장기적출의 또 한가지 전제조건은 반드시 고지된 동의(informed consent)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기적출에 들어가기 전에 적출과정과 이식과정에 수반될 수 있는 부작용은 충분히 장기 피적출자와 장기이식예정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고지되어야 하며, 충분히 고지되고 자유롭게 결단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피적출자와 장기이식예정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고지된 동의가 선행되지 않는 한 결코 생체장기적출과 이식은 수행되어서는 안된다.
  장기이식이 고지된 동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은 장기이식은 이른바 기증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기증방식에만 의지할 경우 장기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에 1999년 자료에 의하면 장기기증대기자는 67,340명인데 반하여 생체장기기증 3,268명과 사체장기기증 4,791명을 합하여 8,059명으로 59,181명이 이식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1992년의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의 40-60%만이 실제로 기증을 실행에 옮겼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장기 제공자가 장기를 돈을 받고 판매하는 시장방식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방식은 생명을 상업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받아 들이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른바 “보상이 있는 기증”(rewarded gifting) 방식이 제시되었다. 이 방식은 국가가 장기이식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장기제공자에게 일정한 장려금을 지급하고 피이식자에게는 장기를 무상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제공자가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을 경우에 가까운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제공자의 의사를 대리적으로 표현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서 정신지체아나 유아들의 장기를 부모가 대신하여 기증하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본인이 아닌 한 어느 누구도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대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리의사표현은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제공자나 이식예정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의사가 의학적인 관점에서 제공자의 생명에 심각한 손상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제공자나 이식예정자의 자발적 의사와는 상관없이 적출이나 이식을 거부할 수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캘리포니아의 죄수인 데이비드 패터슨(David Patterson)은 콩팥을 13세된 자기 딸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병원은 패터슨의 콩팥을 적출하여 그의 딸에게 이식시켰으나 이식수술이 실패했다. 패터슨은 남은 하나의 콩팥도 기증하고자 했다. 그러나 남은 하나의 콩팥의 기증은 패터슨의 사망을 초래하기 때문에 교도소관리들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장기제공자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식성공률이 저하되므로 나이가 많은 장기제공자의 경우는 의료진의 판단에 의거하여 비록 자발적인 동의가 있다 할찌라도 적출을 거부해야 할 경우가 증가될 수 있다. 특히 이식받는 자가 제공자보다 나이가 어릴 경우에는 이식성공률의 문제 이외에도 기대수명의 차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장기의 기대수명이 피이식자의 기대수명보다 짧은 경우에는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생착이 잘 되었다 해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IV. 보다 어려운 인간학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집중되어 있는 영역은 사체장기적출의 경우이다.
  a. 사체장기적출을 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제기되는 윤리적인 문제는 죽음의 시점의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된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현대의료계는 심각한 장기부족문제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다. 게다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수액 및 영양공급기술 등과 같은 의술의 발달로 인하여 죽음에 이르기 전에 환자가 자기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병상에 머무르는 기간이 점차 길어짐에 따라 병상이 부족해지고 의료인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가족들의 경제적이고 정신적인 부담이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의식구조가 탈종교화되면서 컴퓨터의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가 작동하여 화면이 떠오르는 것처럼 인간의 영혼 또는 정신은 뇌신경세포의 작용의 결과로서 한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라는 유물론적 인간관이 등장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들의 누적적 결과들 가운데 하나는 죽음의 시점을 전통적으로 견지해 온 심폐사로부터 그 이전 단계로 앞당기고자 하는 시도였다. 특히 장기이식문제와 관련해서 보았을 때, 죽음의 시점을 앞당기게 되면 심폐사 이후의 짧은 시간동안 아슬아슬하게 사체장기적출을 진행해야 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훨씬 더 많은 장기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심각한 윤리적인 논쟁에 불을 붙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죽음의 시점을 기점으로 하여 의료적 치료를 중단하고, 시신을 연구/교육/장기이식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장례예식이 시작되고, 유언장의 효력이 시작되고, 사체처리가 이루어지며 남은 가족들의 경우에 홀아비나 과부의 신분이 시작되며, 대통령의 직위가 정지되고 대행업무가 시작되는 등의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조치들 가운데 일부는 앞당긴 죽음의 시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는 살인행위가 된다. 죽음의 시점을 앞당긴다는 말은 뇌사 또는 뇌사 직전 곧 식물인간의 말기상태 정도의 시점으로 죽음의 시점을 정한다는 뜻이다. 만일 죽음의 시점이 이같이 앞당기는 것이 정당하다면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장기이식을 시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시도가 정당하지 못한 시도라면 장기이식은 살아있는 인간의 생명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판단받게 될 것이다.
  죽음의 시점을 앞당기고자 하는 시도가 처음으로 문제가 된 것도 장기이식과 관련이 있었다. 1968년 56세인 흑인 노동자 Bruce Tucker는 낙상사고로 오른쪽 머리가 골절되었고 경막하혈종과 뇌간손상을 당했다. Tucker는 버지니아의 대학병원에 후송되어 뇌절개수술을 받은 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경학자들은 체온, 맥박, 혈압, 인공호흡 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서 생명의 징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뇌파검사가 수평선으로 나타나고 대뇌피질의 활동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 5분만에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 곧 이어서 심장과 콩팥을 적출했다. 이 사건은 장기를 적출하기 위하여 뇌의 상태를 보고 죽음의 시점을 판단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Tucker의 형제 William E. Tucker는 Tucker의 심장을 이용하려는 조직적이고 극악한 계획 하에 연명장치를 제거하여 죽음을 앞당겼으며, 환자의 가족에게 공지하고 사용허가를 얻는데 최소한의 노력밖에는 기울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에 고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이른바 심폐기능을 보고 죽음의 시점을 판단하는 시도에서 뇌의 상태를 보고 죽음의 시점을 판단하는 시도로 전환하는 학문적 시발점인 하바드보고서가 등장했다. 하바드 보고서는 무수용성(unreceptivity and unresponsivity, 동공의 위축을 통하여 나타나는 중앙신경체계반사의 결여), 자발호흡(no movements or breathing), 무반응성(no reflexes), 평평한 뇌파(flat electroencephalogram) 가 나타날 때 불가역적 혼수상태에 들어갔다고 판단하고 이를 뇌사로 규정하고자 했다. 이 보고서는 매우 급진적인 보고서였다. 왜 그런가? 뇌의 상태를 보고 죽음의 시점을 판단하는 방법에는 인간의 정신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대뇌 뿐만 아니라 호흡과 신경 그리고 운동기능을 통제하는 뇌간까지 기능이 정지되는 상태를 가리키는 뇌간사 상태 (사실상의 뇌사와 동의어)가 있고, 뇌간은 살아 있고 대뇌가 기능을 전부 혹은 일부 상실한 상태를 가리키는 뇌피사 내지는 혼수상태가 있는데, 하바드 보고서는 뇌사 상태를 사실상 건너뛰고 뇌피사 내지는 혼수상태의 시점에서 육체적 죽음의 시점을 찾으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뇌간사냐 뇌피사냐, 곧 뇌사냐 아니면 불가역적 혼수상태냐가 아니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뇌의 상태를 보고 육체적 죽음의 시점을 정하는 시도 그 자체가 과연 정당한가에 있다. 우선 이 질문에 대하여 의료계 안에서도 이미 뇌의 상태를 보고 육체적 죽음을 결정하는 시도 그 자체가 잘못된 시도임을 지적했다. Veatch 는 대뇌의 기능이 정지되는 시점을 죽음의 시점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신경학자들이 뇌의 상태를 관찰하고 뇌의 기능이 정지되었는가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뇌에 대한 그들의 관찰결과를 가지고 사람 자체가 죽었다는 판단을 할 권한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 판단은 의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질문으로서 철학적, 윤리적, 사회정책적 문제이라는 것이다. Veatch는 전인으로서의 인간의 상태를 판단할 때 의학이 가지는 한계를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뇌의 상태를 보고 한 인간이 죽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죽음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보다 선명해진다. 현대과학을 지배하고 있는 유물론적 인간관은 인간의 정신현상을 뇌신경세포의 작용의 발현으로 보고, 뇌신경세포의 작용이 중지되면 정신현상도 소멸되어 없어져 버리는 것으로 본다. 유물론적 인간관은 정신작용이 중지되는 시점을 죽음의 시점으로 본다. 전기 스위치를 넣으면 전기가 들어 왔다가 전기 스위치를 끄면 전기가 나가 버리는 것처럼 육체의 기능이 정지되면 정신도 소멸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두가지 점에서 유물론적 인간관과 조화되지 않는다.
  첫째로, 기독교적 인간관은 죽음의 시점을 영혼 또는 정신의 소멸로 보지 않는데, 그 이유는 영혼은 한번 창조된 이후에는 결코 소멸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적 인간관의 입장에서는 육체의 기능정지 이외에는 다른 죽음의 기준을 생각할 수가 없다.
  둘째로, 성경은 영혼의 기원을 뇌를 포함한 인간 신체의 어느 부위에도 두지 않는다. 창세기2장7절에 의하면 인간의 영혼은 하나님으로부터 곧 인간의 신체 밖으로부터 기원하여 인체 안에 들어 온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영혼이 신체 안에 들어 온 순간부터 흙으로 만들어진 아담의 신체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영혼은 신체를 작동시키는 생명의 원리요, 신체가 작동하는 한 그 안에 영혼이 실재한다는 뜻이다. 뇌가 기능을 정지했더라도 호흡이 이루어지고 심장이 뛰어 몸 전체에 자양분과 산소가 공급되고 있다는 것은 생명의 원리인 영혼이 육체 안에 머물러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영혼과 관련하여 뇌의 기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뇌의 상태는 인간의 의식의 존재여부를 말해줄 수 없다. 따라서 혼수상태의 환자를 “의식을 상실한 환자”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뇌는 뇌의 기능 여부와는 상관없이 신체 안에 머물러 있는 영혼이 자기의 의식을 외부를 향하여 표현하는 창구일 뿐이며, 뇌의 기능이 고장났다는 말은 바로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일 뿐이다. 따라서 뇌의 기능정지 보다는 심폐의 기능정지를 죽음의 시점으로 보는 것이 당연히 성경의 인간관과 조화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심폐기능이 정지될 때까지는 의식도 살아 있고 몸도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보아야 한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이 심폐기능을 보고 죽음의 시점을 판단하는 때는 이미 지났고 뇌의 상태를 보고 죽음의 시점을 결정하는 단계로 이미 들어섰다는 주장은 일방적인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에 뇌간사라는 의미에서 뇌 전체의 기능이 정지된다는 의미를 전제하고 뇌사를 인정하는 주들이 많으나, 대체로 의사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 경제적인 고려, 가족의 소원 등의 이유로 뇌사선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개인이 생전에 장기이식의 목적으로 뇌사선언에 동의하고 가족들이 동의하는 한에 있어서 뇌사를 인정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사체장기적출은 인간이 죽은 다음에 남겨진 신체로부터 장기를 적출하는 것이므로 심폐사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심폐사 이후에는 신선한 장기를 적출할 수 있는 시간이 뇌사의 경우에 비교하여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심장박동이 정지된 후에도 30분간 저혈상태로 유지되고 다시 5분간 부전수축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b. 장기기증이 본인의 고지된 동의에 의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굳이 죽음의 시점을 앞으로 당길 필요가 없다. 장기제공자가 의식이 있을 때, 이웃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명확한 동기와 본인의 자유로운 결단에 의하여, 그리고 뇌의 기능이 불가역적으로 파괴되어 2-3일 안에 심장사에 이르게 될 것이 분명히 예측되는 시점에, 그리고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마취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다음에 장기적출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이때는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라는 요한복음15장13절 말씀에 따라서 장기제공자가 “살아 있는 사람”인 상태에서 장기적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장기제공자가 장기기증의사에 대하여 아무런 언질도 남겨 놓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족들이 제공자를 대신하여 판단을 하거나 아니면 제공자가 의식이 있을 때 한 말등에 근거하여 추정적 판단을 해야 하는가? 우선 어떤 형태의 대리판단자도 당사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리판단자의 진술에 의거하여 장기적출을 해서는 안되며, 추정적 판단의 경우에도 의식이 있을 때 가졌던 마음이 상황이 달라진 이후에도 유지되리라고 단언할 만한 근거가 빈약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한 통계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1993년 Gallop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69%가 사후에 장기기증을 할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로 기증을 한 사람들은 28%에 불과했다. 따라서 죽은 자의 몸은 죽은 자 자신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므로 사체는 사회가 어떤 형식적인 허락을 받지 않고도 기능이 남아 있는 장기들을 적출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통상적폐물이용(Routine Salvaging) 이론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통상적 폐물이용 이론이 제공자의 의사를 전혀 고려에 넣지 않는 급진적인 방법일 수 밖에 없으므로 이 이론을 완화시켜서 선택적인 통상적 폐물이용(Routine Salvaging with Opting Out) 이론이 제시되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환자가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시기에 적출반대의사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장기사용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장기를 적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환자의 마음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 근거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이 방법도 잘못된 것이다. 같은 이유에 의하여 장기적출에 대한 반대의사를 남겨 놓지 않는 경우에 동의한다고 가정하고 장기를 적출하는 가정된 동의(Presumed Consent) 이론도 잘못된 것이다.

IV. 정리.
  a. 장기기증은 곤경을 만난 이웃을 위한 사랑의 실천의 한 방법으로서 일정한 조건들을 충족시킬 때 정당한 관행이다.
  b. 장기기증은 고지된 동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제공자는 장기적출시와 장기이식시에 찾아 올 혜택 뿐만 아니라 부작용까지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운 결단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사체장기적출의 경우는 의식이 있는 동안에 자유로운 결단에 의한 장기기증의사표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c. 자유로운 결단에 의하여 장기기증의사가 표명된 경울 할찌라도 제공자에게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 의료진은 적출을 거부할 수 있다.  
  d. 장기를 시장원리에 따라서 매매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국가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장기적출을 관리하고 제공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하고 피이식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고령해 볼 만한 제도다.
  e. 장기적출은 생체장기적출의 경우는 제공자의 건강이나 생명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생체방식으로 적출하는 경우에 제공자의 건강이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사체장기적출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f. 장기이식은 피이식자의 건강에 해를 끼쳐서는 안되므로 제공자는 반드시 검진과 병력조사를 받아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하여 치명적인 전염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적출이나 이식을 해서는 안된다.
  g. 사체장기적출의 경우는 제공자가 사전에 2-3일 후에 심폐기능정지를 맞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시점이 되었을 때, 그리고  장기를 적출해도 좋다는 명시적인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선행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심폐사 2-3일 전에 적출할 수 있다. 구러나 이와같은 상황이 아닌 한 심폐기능이 정지된 후에 장기적출을 해야 한다.
  h. 종간장기이식은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이나 조직적합성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시행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