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복음으로 살게 하소서!
-‘새해의 소망과 기도’를 주제로 한
손인웅 목사님, 이수영 목사님, 박종화 목사님의 발제에 대한 응답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새해가 밝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세 가지 전쟁 소식을 들으며 또는 겪으며 2008년에서 2009년으로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첫 번째 전쟁은 국제적인 것인데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에서 일어난 전쟁입니다.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두 번째는 국내에서 일어난 ‘전쟁’인데 정치 일번지인 국회의사당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여야가 똑같이 전쟁 용어를 써가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못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개인적인 인간관계나 구체적인 사건의 연계가 없어도 중동의 전쟁은 늘 제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구약 야훼 신앙의 흐름에서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지독한 전쟁이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국회에서 일어난 치열한 전투는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연관도 있어서 가슴이 많이 아팠고 또 그만큼 기도도 했습니다. 12년째 국회기도회 지도목사로 섬기고 있어서 이런 싸움이 벌어지면 국회사무처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공직자분들의 고생이 어떤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게 새해로 걸음을 들여놓는 중에 겪은 세 번째 전쟁은 이런 상황에서 이 땅의 그리스도인과 한국 교회의 실존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적인 고민과 아픔입니다. ‘교회 갱신’이란 주제를 끌어안고 걸어온 게 신학도 시절부터니까 그래도 꽤 되었습니다. 신학과 목회 현장에 서서 걸어오면서 한국 교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소리를 위에서부터, 밖에서부터 그리고 내면에서부터 들었습니다.
또 한 해가 밝았습니다. 참 고마운 일은 손인웅 목사님, 이수영 목사님, 박종화 목사님 존경하는 세 분의 발제문을 읽으면서 한국 교회가 그래도 이 땅의 희망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새해의 소망과 기도’에 대한 세 분의 발제를 조금만 주의 깊게 들은 분들, 그리고 세 분이 지금까지 한국 교회와 오늘날의 세계에서 걸어온 사역과 삶을 어느 정도 아는 분들이라면 이분들의 발제가 이분들의 삶과 한 줄기로 흐르고 있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아, 기도와 삶이 어우러진다는 것이 종교성이 깊은 한국 교회와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요! 말씀과 삶이 어우러지는 것만큼이나 말입니다!

한편으로 한국 교회 분열상의 못난 모습을 밖에서 날카롭게 비평하는 사람들과, 다른 한편으로 그 분열상의 복마전에서 고도의 정치 계산을 통해 자기 집단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결같은 겸허한 모습으로 서로 다른 집단 사람들을 인격적인 만남으로 이으시며 복음적 덕목에 근거한 삶과 섬김으로 끊임없이 연합과 일치를 위해 애써 오신 분이 손인웅 목사님이십니다. 그런 만큼 손 목사님의 발제엔 한국 교회 내부의 연합과 일치에서 시작하여 한국 사회 전체의 통합과 상생을 거쳐 창조세계 전체의 통전적 어우러짐에 이르기까지 거룩한 연합이 강조돼 있습니다.

오늘날 삶의 문제와 사회적 현안 문제를 설교 강단에서 끌어안되 거기에 대한 단순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 성경에 근거한 복음적 메시지의 도가니에서 기도하고 신학적으로 깊이 사유하여 온 몸으로 빚어낸 예언자적 언어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과 한국 교회를 향하여 자기 성찰과 회개의 길을 촉구하며 사회를 향하여 정련된 기독교 신앙의 결정체를 선포해 오신 분이 이수영 목사님이십니다. 그런 만큼 이 목사님의 발제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덕담을 신학적 성찰을 통해 물질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구하라는 주기도문의 메시지로 이어가며, 거기에 근거하여 경제 회복과 한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의 문제가 다뤄져 있습니다.

넓은 신학적 지평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기독교 사역의 무대에서 활동하시며, 진보적 신학과 사역의 소중한 경험과 전망이 당파성이 아닌 진실한 보수적 신학과 사역에 얼마나 아름답게 어우러지는가를 보여주어, 인생 과정의 체질상 진보와 진취적 열정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젊은 후배들에게 지성과 영성, 진보와 보수의 조화로운 진리의 힘을 가르쳐주신 분이 박종화 목사님이십니다. 그런 만큼 박 목사님의 발제엔 한국 교회의 예배와 섬김과 포용성을 중심으로 오늘날 교회 현장의 흐름에 묻혀 당연하게 여기며 지나칠 수 있는 비복음적인 요소들이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잘 지적돼 있습니다.

세 분 발제의 공통점을 ‘하늘 아버지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이라고 나름대로 표현해 봅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해 본다면 진지한 기도와 진실한 삶의 일치, 말씀과 삶이 어우러지는 것, 그리스도인 되기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만이 아니라 그 영원한 생명이 하나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셔서 당신 아들을 보내시기까지 사랑하신 현세의 이 땅에서 모든 사람의 구체적인 생명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 신학적으로 하면 칭의와 성화의 통전적 조화 ….
2009년 새해 우리의 소망과 기도는 사실 같은 땅위에 발을 딛고 서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복음입니다. 그래서 너무나 단순하지만, 참으로 오래된 기도가 우리의 새해 소망과 기도가 아닌가 합니다.
“주여, 복음으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