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힘써야 할 일들
                                                      




                                                                                                        최 이 우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종교교회 담임)





  학교교사로 평생을 헌신하신 어느 신실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학교교직을 은퇴한 후에 일찍 유학을 간 외아들이 결혼해서 사는 가까운 곳에 집을 하나 마련하고 살게 되었다. 미국으로 온 이 아버지를 위해서 며느리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섬기는지 아버지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생활이 넉넉지도 않은 며느리가 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아버지가 결단을 내렸다. 자기 집을 팔아 아들이 더 큰 집을 마련하게 하고 같이 살게 되었다. 그러나 그 때부터 며느리로부터 찬밥신세로 전락한 아버지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교회가 힘써야 하는 일들’을 생각하야 하는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한국기독교는 불과 130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 속에 엄청난 성장을 경험하였다. 한국경제처럼 압축 성장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도입한 ‘훌러학파교회성장운동’은 1980년대 이후 한국교회성장을 가속시켰다. 100년 동안 축적되어져 온 한국교회의 영적인 저력위에 전개된 성장운동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였다.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 동안 300만 명의 기독교인이 1200만으로 성장하였다. 세계교회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국교회는 소위 성장신드롬을 겪게 되었다. 무엇을 하든지 그 모든 것은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바뀌게 되었다. 교회성장이라는 학문이 기독교본질추구를 성장추구로 변질시킨 것이다. 예배든, 설교든, 기도든, 봉사든 다 성장을 위한 기술로 바뀐 것이다.
신학교도 교회도 본래의 기독교모습을 추구하기보다 아주 기술적인 숙련공을 배출해내려는 노력으로 바뀐 듯하다.
그래서일까? 계속 성장을 말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마이너스성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교회가 힘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기술적인 숙련공을 만드는 일보다 영적인 저력을 축적하도록 하는 일이 절실한 때가 된 것이다.    
    
1. 한국교회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치용 성경이 아니라 읽는 성경이 되게 해야 한다. 요즈음은 성경찬송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예배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게 대접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예배멀티미디어가 다 해결해 준다. 중요한 것은 기독교의 최대유산이 성경이고 성경에서부터 교회개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에 고지식할 정도의 성도들을 만들어야 한다. 복음을 돌아가야 한다. 성령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것이 기독교인 됨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배가 예배다운 예배로 회복되어야 한다. 성도들이 은혜 받는 예배를 드리는 것보다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쁨으로 받으시는 예배를 드리기를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예배신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교회예배의 기본을 세워주기를 기대한다.

2.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성도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수많은 행동규범을 말할 수 있다. ‘~하라’ “~ 하지 말라” 하는 식으로 당연히 지켜야할 삶의 규범들을 율법의 조항처럼 말한다. 신앙인으로서 기본을 잘 알지 못하는 지금 이보다 더 절실한 필요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이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있다. 정체성이다. 성도와 성직자가 저마다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세상의 소금과 빛 그리고 산위의 있는 동네는 세상적인 출세나 성공을 바탕이 아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영접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성령을 충만하여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능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인격의 변화로 작은 예수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내가 기독교인으로서, 성직자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기독교초기 사막의 교부 중에 한 사람인 ‘요한 카시아누스’가 421~426경에 쓴 「담화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요한 카시아누스에게 실제적인 영향을 준 한 사람 ‘피누피아스’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집트 ‘파네피시스’ 근처에 있는 큰 공주수도원 원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명성을 듣고 몰려오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얻게 되는 혐오스럽고 헛된 인기 때문에 혹시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상을 빼앗기지 않을까 두려워서 수도사들의 수행지인 ‘타벤나’로 간다. 자신을 전혀 알지 못하는 그곳에서 늙어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수도원을 찾은 사람처럼 섬기며 헌신한다. 정원사의 책임을 맡은 젊은 형제를 돕는 일을 하고, 밤이면 허드렛일을 하며 3년간 놀랄 만큼 겸손하게 지낸다. 어느 날 그가 떠나온 이집트지역에서 그를 알고 지내던 한 형제가 그곳에 도착함으로 그의 정체가 밝혀지자 그는 다시 베들레헴수도원으로 피신한다.
성도 혹은 성직자라는 직함 때문에 오히려 경건하게 살지 못함을 두려워하며 낮은 자리로 돌아가는 삶이 필요하다. 수도원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낮은 자리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3.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미래는 기독교교육에 있다. 교회학교교육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초저출산시대이기 때문에 교회학교가 축소되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지 말고 사랑과 기도와 인력과 재원을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 학생들의 숫자가 줄어들면 더 투자를 해서 살려내야 한다. 우리나라 학교의 교육이 이제는 예전과 같지 않다. 교사들의 권위가 무너졌고, 성적과 진학위주의 교육으로만 이루어지고 있고, 인성교육은 전무한 상태라고 할 정도이다. 나는 진정한 인성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회의 인성교육은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초로 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돌봄과 사랑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거룩하고 성숙하게 성장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학원휴일 휴무제’ 법제화 운동에 동참하거나, ‘입시사교육바로세우기’ 기독교운동 등에 함께 하는 등, 이러한 일들을 통해, 교회가 건강한 교육문화를 만들어가야 하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환경을 이루어 가는데 앞장서는 구체적인 실천들이 먼저 선행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미래는 선교에 있다. 복음을 전하고 선교사를 파송하고 지원하는 교회본연의 사역에 몰두해야 한다. 교회가 끊임없이 추구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온 세상을 향한 복음의 확장이고, 이것이 곧 에큐메니칼의 실천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대의 개별 교회들의 위험한 과욕은 얼마나 많은 교회들을 도울 것인가에 대한 치중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보다 집중적이고, 책임감 있는 선교의 형태로 전환이 되어야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각 교회가 하고 있는 해외선교의 경우, 많은 선교지에 분산하여 도움을 주는 것 보다는, 집중적이고도 지속적인 책임과 돌봄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통일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가 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함고 거룩함을 따르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히12:14).” 주님이 다시 오실 그날까지 교회에 맡겨진 사명은 모든 사람과의 화평과 거룩함이다. 이 땅의 화평은 주님을 알지 못하는 동녘의 땅, 북한의 복음화를 통해서 그 참된 의미를 경험할 수 있다. 북한에서 주님의 거룩함이 선포되는 그 날이 이 땅에 온전한 주님의 화평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이를 위해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영적인 노력뿐 아니라, 통일의 실제적인 부분에까지 힘써야 한다.
KBS1 방송에서 이어령의 100년 서재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방송에서 이어령 선생은 프랑스 작가 자크 아탈리를 소개하면서, 한국이 관심 갖고 풀어가야 할 중요한 한 문제를 말한다. 프랑스 정부 국정 자문이었던, 작가 자크 아탈리는 『미래의 물결』이라는 책에서(위즈덤하우스, 2007) 세계를 이끌어갈 가장 '역동성' 있는 나라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대한민국이 거쳐야 할 과제 또한 제시하는데, 그 중심이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이다. 즉 북한의 갑작스런 무너짐이나, 남북의 갑작스런 통일로 인한 위기만 잘 이겨내면, 대한민국은 미래를 이끌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사진을 보여주는데,



2014년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한반도의 밤이다. 중국과 남한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지만, 한반도는 꺼져있다. 시선을 좁게 보면, 서로 의견대립과 반목에 사로잡혀 있지만,
시선을 넓게 보면, 이 나라의 통일은 이렇게도 중요하다. 결국 대한민국과 함께 있는 교회는 미래를 향해, 가장 먼저 통일을 이야기하고, 펼쳐나가야 한다. 그래서 저 꺼진 어둠의 땅을 빛으로 밝혀야 한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세계 역동적 중심이 되는 큰 시야를 가지고 교회는 사회적 책임과 복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