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승하는 목회자




                                                                                                        림 인 식 목사
                                                                          (한복협 자문위원, 노량진교회 원로)




<본문> 갈4:14-15, 딤전 5:17
오늘의 주제는 ‘한국 교회가 힘써야할 일들’이다. 나는 ‘힘써야할 일’보다, 일하는 ‘목회자’가 급선무로서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경기(Game)을 하였는데, 한 쪽이 K.O.(Knock Out)가 되었으면 이긴 편이 K.O.승이고 진 편이 K.O.패가 된다. 그러나 백중하게 마쳤을 때는 심판들이 합의하여 승부를 결정 짖는다. 이런 경우에 이긴 편은 판정승이고, 진편은 판정패이다.
목회에 K.O.승 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목회자는 목회에 K.O.승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목회에는 K.O.승이 없다고 생각한다. 도리어 목회에 있어서는 언제나 판정승하는 것이 가장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목회상의 어떤 일을 실행하여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목회자 자신은 「성공하였다」「성취하였다」「내가 아니면 못할 일을 해냈다」「K.O.승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회원, 임직원, 제직원, 교우들은 목회자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 순종심이나 기쁜 마음이 다 식어져 버렸다면? 도리어 (전에는 없었던) 「우리 목사는 고집불통」「항상 저런 식으로 일을 하니 불안하다」「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는 불신감으로 차있다면? 이것은 목회의 판정패이다.
목회자가 목회적 일을 해나갈 때에 목표를 달성했든지 못했든지 교우들에게 언제나 「역시 우리 목사님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분이시다!」「목사님 하시는 대로하는 것이 가장 틀림이 없다」「우리 목사님은 참 목자이시다」는 마음으로 더 깊이 신뢰하고 존경하며 기쁘게 순종하면 이것이 목회의 판정승이다.
6.25 당시 1.4 후퇴로 모두 부산에 피난하였을 때, 나는 채필근 목사님을 모시고  동사목사로 함께 목회하였다. 어느 제직회 시간에 문득 나이 많은 장로(채목사님보다는 아래)가 사회하고 있는 채목사님에게 큰 음성으로 날카롭게 “목사님, 심방이나 좀 해주시오.”라고 했다, 갑자기 제직회가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가 되었다, 당시 채목사님은 부산신학교 교장이시고, 동아대학 등 여러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시기 때문에 심방할 시간이 없었는데, 여름방학을 했으니 심방을 해달라는 좋은 뜻으로 한 요청이었다. 하지만 때 아닌 시간에, 지나치게 큰 음성으로 하다 보니 불만에서 나오는 항의처럼 들렸다.
이런 경우에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제직회 안건만 말씀하시오」「목사가 다 알아서 심방하는데 왜 회의에서 거론합니까?」「이따 회의 끝 난 다음에 사사롭게 의논합시다」하면 되는 것인지, 어떤 대답이 가장 적합한지, 지금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채 목사님은 즉석에서 이북 사투리로「내가 다-잘못 했수다」라고 말씀하였다. 그러자 긴장했던 제직원들이 일제히「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제직원들의 그 웃음소리에는 「우리 목사님은 저래서 참 좋아!」하는 안도감이 섞여있었다. 「우리 목사님은 부드러워서 좋아!」「우리 목사님은 참 겸손하셔!」「우리 목사님은 언제나 자신이 잘못하셨대!」하는 웃음이었다.
실제로는 「내가 다 잘못했다」는 대답은 꼭 맞는 대답은 아니다. 「심방을 했다」「못했다」「하겠다」「못 하겠다」라는 대답이라면 몰라도 「잘못했다」는 것은 동문서답 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답 한마디로 분위기가 바뀌고 좋은 결과가 왔다, 이것은 존경받는 목회자로서 교우들에게 목회자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만 나오는 반응이다. 이것이 판정승이다.
대략 특별한 사건도 없는데 교회가 시끄럽고 재미가 없어지는 이유는 ‘목회자의 판정패의 누적’일수가 있다. 판정패가 누적되면 K.O.패와 마찬가지로 완전패가 된다.

장로교회 제15회(1926년) 총회장을 지낸 김석창 목사는 일정 강점기에 선천남교회를 시무하였다. 3.1운동 주동자로 감옥에(그 후에도 항일 사건 관련으로 두 번째 감옥) 갇혔다가 돌아왔을 때 남교회 가장 대표 격인 박장로가 7계를 범하여 교회 분위기가 편안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박장로는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재력과 영향력이 있는 알려진 인물로 그의 범죄를 감히 치리할 생각을 못하는 실정이었는데 김석창 목사는 박장로 사건을 지체하지 않고 직접 다루어 마침내 주일 낮 예배시간에 전 교우들 앞에서 치리 선언을 하였다. 그런데 예배 끝나고 강단에서 내려오는 김석창 목사를 치리 받은 박장로의 아들이 교우들이 보는 앞에서 혈기를 부리며 구타하였다. 이때 김석창 목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한 자세로 그 아들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교우들이 볼 때 ‘과연 우리 목사님은 큰 인물이구나! 덕성이 높은 어르신이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박장로와 아들이 김석창 목사를 찾아가 깊이 사과하였고, 후일에는 박장로의 회개를 확인하고 해벌 하여 그가 교회 일을 더 많이 했다.
일제 말엽에는 일제의 고등계 형사들에 의해 김석창 목사 목회를 하지 못하게 하였다. 해방이 되자 선천남교회 원로 목사로 추대됐다. 1946년에는 성역 40주년 기념 표창도 받았다. 집으로 귀가하는 도중 공산당에게 폭행을 당하였지만 그들을 사랑으로 용서를 해주고 가족들과 동료들의 월남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가족들만 월남시키고 자신은 북한 땅을 지키다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곧 공산당에 의해 처형을 당하였으며，1963년 정부로부터 건국공로 훈장을 받았다.
판정승하는 목회자들을 보면 신앙이 깊다, 인격이 고상하다, 지혜가 있다, 성격이 원만하다, 사랑이 풍성하다, 온유 겸손하다, 경험이 많다, 그러므로 판정승이 된다. 따라서 목회의 계속 승리가 오게 된다.
<딤전 5;17> ‘잘 다스리는 장로들은 배나 존경할 자로 알되 말씀과 가르침에 수고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리할 것이니라.’
‘잘’은 헬라어 칼로스(kalov")로 ‘탁월, 정직하게’라는 뜻이고, ‘다스린다’는 헬라어 프로이스테미(proisthmi)로 ‘앞서다' '인도하다' '실행하다'는 뜻이 있다. 원어대로 직역하면 “탁월하고, 정직하게, 앞서서, 인도하며 실행한 목사(장로)다” 라는 말이다. 바로 이것이 판정승 목회자 형이다.
<갈 4:14~15> ‘너희를 시험하는 것이 내 육체에 있으되 이것을 너희가 업신여기지도 아니하며 버리지도 아니하고 오직 나를 하나님의 천사와 같이 또는 그리스도 예수와 같이 영접하였도다 너희의 복이 지금 어디 있느냐 내가 너희에게 증언하노니 너희가 할 수만 있었더라면 너희의 눈이라도 빼어 나에게 주었으리라’
갈라디아 교우들이 바울사도(목회자)를 천사같이 그리스도 예수같이 대하였고, ‘눈이라도 빼어주었을 것이다’ 라고 한 것은 양면을 생각해야 하는데
첫째가 바울 사도(목회자)의 마음과 증언이다. ‘갈라디아 교인들은 나를 천사같이 그리스도예수같이 대해주고, 눈이라도 빼어줄 사람들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마음이 있을 때 어찌 교인을 아끼지 않겠는가?! 어떻게 대할 것 같은가?! (실제가 아니라도)
둘째는 교인들이 목회자가 ‘눈이라도 빼줄 사람’에게 하는 사랑으로 대해주는데 어찌 지극히 대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판정승하는 목회자가 된다.
한국교회 안에서 판정승하는 목회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무슨 일을 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판정패하는 목회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무슨 일을 해도 문제가 많다.
그러므로 ‘힘써 할 일’을 찾기보다, 판정승하는 목회자가 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