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닮고 싶은, 존경하는 사람





                                                                                                       전 병 금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강남교회 담임)





한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에 한 사람은 이순신일 것이다. 작년에 영화 <명량>의 흥행은, 리더쉽 부재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반영되어 이순신의 리더쉽이 새삼스럽게 부각된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날로 추락해가는 한국 교회의 현실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리더쉽 부재를 실감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대에 존경하고 닮고 싶은 이들을 논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회복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의미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인생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알고 보면 누군가 먼저 걸어간 길을 뒤따라가는 것이다. 우리 앞에 수많은 길이 놓여져 있을 때, 우리는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을 떠올리며, 그 가운데 내가 닮고 싶은 사람, 존경하는 사람이 걸어간 길을 우리의 갈 길로 정하게 된다. 오늘은 우리보다 앞서 신앙의 길을 걸어가신 분들 가운데, 일곱 명의 발표자가 각각 닮고 싶고, 존경하는 분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걸어 가야할 신앙의 여정에 뜻 깊은 표지판을 제시해주고 있다.  

먼저 신동우 목사(산돌중앙교회)는 서만수 선교사(1939~2009)를 소개하였는데,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40여 년간 사역하며, 선교의 교두보를 구축한 서 선교사는,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충성을 다했던 분으로 기억될 것이다.

유관지 목사(감리교북한교회연구원 원장)는 홍종만 선교사(1929~1982)를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았다. 홍 선교사는 거창고 교사로 재임하다가 주의 종으로 서원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이 마흔에 주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 헌신하여 한중선교회를 조직하고 이끌며 중국선교의 초석을 놓았다. 발표자는 그러한 그의 헌신과 신앙이 다른 이들을 통해서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김윤희 교수(한복협여성위원장)는 CCC 설립자이며 20세기 최고의 전도자라고 불리는 빌 브라이트의 부인인 보넷 브라이트(Vonette Bright) 여사를 소개하였다. 1948년 빌 브라이트와 결혼한 보넷 여사는 1951년 UCLA에서 C.C.C.를 창설하는데 함께했던 주요 멤버로서, 평생동안 남편의 복음화 운동의 동역자로 대학생 선교와 세계선교에 매진하였는데, 그녀의 왕성한 활동은 오늘날 많은 여성 크리스찬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쟌느 귀용(Jeanne Guyon, 1648~1717) 여사는 종교개혁 이후 무너져가던 가톨릭 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최고의 영성과 헌신을 보여주었는데, 그런 그녀의 영성을 닮고 싶다고 한 이윤재 목사(분당한신교회)의 발표에는, 날마다 하나님과 연합하여 사는 삶에 대한 목회자로서의 추구가 담겨져 있는 듯 하였다.  

최이우 목사(종교교회)는 일제시대에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순교당한 주기철 목사(1897-1944)를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인물로 소개했다. 주기철 목사는 신사참배는 종교의식이 아니라 국민의식이라며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일제에 저항하여, ‘신앙에 충실한 것이 곧 애국’이라고 외치며, 신사참배반대운동을 벌여 나갔다. 주기철 목사는 1937년 9월 5일, 산정현교회의 성전입당예배에서 그 유명한 ‘일사각오’를 설교하였는데, 죽기를 각오하고 하나님을 따라야 한다는 단호한 신앙으로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결국 순교를 당하였다. 발표자는 주기철 목사의 신앙 중심, 예수 중심의 신앙이 순교자적 신앙의 토대가 된다고 보고, 오늘날 한국교회가 “주기철 목사의 숭고한 순교자적 삶”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속절없이 무릎 꿇었던 일제 시대의 교회들처럼, 그 정체성을 상실한 채 세속과 타협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때에야말로 주기철 목사의 신앙중심, 예수 중심의 순교자적 신앙, ‘일사각오’의 신앙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그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발표자가 소개한 주기철 목사 같은 분을 닮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철 목사(남서울교회 원로)는, 한국의 성자요, 참된 목회자인  손양원 목사(1902-1950)를 소개하면서도, 그를 본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인간적인 부담감을 표하고 있다. 실로, 예양원의 나환자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했던 손양원 목사의 진정한 섬김과 희생의 삶, 그리고 자신이 두 아들을 죽인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한 위대한 신앙의 실천은, 평범한 사람들이 감히 본받을 엄두도 내지 못할 위대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발표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손양원 목사와 같은 신앙의 모범을 본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사실 손양원 목사는 자기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위대한 것은 예양원의 나환자를 돌보면서 피고름까지도 입으로 빨아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사랑의 삶을, 일상 속에서 실천했다는 것일 것이다. 신앙인을 가리켜 ‘크리스천’ 곧,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이라고 부르는데, 손양원 목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그리스도인이라 할 것이다. 그는 우리가 뒤따라 걸어가야 할 길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만수 목사(화평교회 원로)는 한국이 낳은 대표적인 개혁주의 설교자이며 성경주해학자인 박윤선 목사(1905-1988)를 일평생 존경하고 닮고 싶은 인물로 꼽았다. 발표자는 [박윤선과의 만남]이라는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예수님을 본받으려고 최선을 다한 그의 인생이 한국교회에 많은 유익을 남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박윤석 목사의 성경주석은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해주는 표지판과 같다. 오늘날 비뚤어진 성경해석으로 한국교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이단세력에게 맞서는 가장 분명한 길은 올바른 성경해석을 통해 말씀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박윤선 목사의 성경주석은 올바른 말씀의 토대 위에 자리 잡은 신앙이야말로 온전한 것임을 한국교회에 제시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이성적이고 학문적인 사람은 영성이 부족하기도 한데, 한국의 대표적인 성경주석가인 박윤선 목사는 “평생 재미를 붙인 것은 기도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기도의 영성을 강조하였다. 그의 영감 있는 설교나 주석 또한 그의 엄청난 기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점차 기도의 영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박윤선 목사의 기도의 영성을 배워야 할 것이다.

누군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인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시한다는 것은 동시에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그 분들이 걸어가신 그 길이, 그 분들을 존경하고 닮고자 하는 우리의 발걸음으로 계속 이어지고 완성되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은 그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을 통해서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오늘의 발표를 통해 소개된 분들의 신앙과 삶이, 보다 많은 한국 교회 성도들의 삶으로 이어져서, 한국교회를 치유하고, 더욱 성숙하게 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