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적 신앙을 가르쳐 준 주기철 목사님





                                                                                                        최 이 우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종교교회 담임)





서쪽 하늘 붉은 노을 영문밖에 비치누나. 연약하온 두 어깨에 십자가를 생각하니 머리에는 가시관 몸에는 붉은 옷 힘없이 걸어가신 영문 밖의 길이라네.
한발자국 두 발자국 걸어가신 자국마다 뜨거운 눈물 붉은 피 가득하게 고였구나. 간악한 유대병정 포악한 로마 병정 걸음마다 자국마다 가진 포악 지셨구나.
눈물없이 못가는 길 피없이 못가는 길 영문 밖의 좁은 길이 골고다의 길이라네. 영생복락 얻으려면 이 길만을 걸어야 해. 배고파도 올라가고 죽더라도 올라가세.
아픈 다리 싸매주고 저는 다리 고처주사 보지 못한 눈을 열어 영생 길을 보여주니. 칠전팔기 할지라도 제 십자가 바로 지고 골고다의 높은 고개 나도 가게 하옵소서.
십자가의 고개턱이 제 아무리 어려워도 주님가신 길이오니 내가 어찌 못 가오랴. 주님 제자 베드로는 거꾸로도 갔사오니 고생이라 못 가오며 죽음이라 못가오리.

1939년 10월 중순 네 번째 검속이 된 후 악랄한 고문을 받고 있을 때 “주기철 목사는 밤새 고통으로 신음하면서 주님의 고난을 연상했다. 이 무렵 ‘영문 밖의 길’이라는 가사를 만들어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의 ‘다뉴브 강의 잔물결’곡조에 맞춰 부르곤 했다.” (유승준 저 서쪽 하늘 붉은 노을, 홍성사, 96쪽)

1969년 가을이었다. 1년 전 처음 예수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영접하고 다음해 5월 부흥회에 참여하여 성령의 은혜를 체험하고 새벽기도를 시작하면서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성경과 신앙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시골 작은 고등학교 도서관을 샅샅이 뒤지면서 기독교에 관한 서적은 가리지 않고 모조리 읽었다. 이 무렵 손에 들어온 책 몇 권이 내 일생동안의 신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손양원목사의 사랑의 원자탄’, ‘이 용도목사일기, 전기’, 그리고 주기철 목사님의 ‘피를 바치련다.’등이다.
이 책들은 누가 내게 권장하여 읽은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읽은 기독교서적가운데 있었는데, 이 책들은 어린 내 신앙의 틀을 감히 ‘순교신앙’의 초석을 놓게 하였다. 눈물로 읽으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주여, 이 거룩한 순교의 신앙으로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라고 기도한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이제 생각해보니 이 책들을 읽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주님께서 내 삶을 받으시려는 주님께서 주신 은혜의 흔적들이라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들의 삶을 읽으면서 그 분의 자취를 따르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 주 목사님께 배운 것, 하나!
주기철이 신학교를 간 것은 김익두 목사님이 인도하신 부흥회에 참석하여 은혜를 받은 다음 1922년 3월, 그가 26세가 되던 때였다. 신학교졸업을 1년 앞 둔 1925년 어느 날, 남강 이승훈 선생이 그를 찾아와 제안하였다. “여기 신학교를 졸업한 뒤에 동경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어떻겠나?” “우리 오산 학교를 자네가 맡아 주면 좋겠네.” 이 때 주기철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답했다. “사실 저는 이미 제 몸을 하나님께 바쳤습니다. 그래서 이 곳 신학교에 들어와서 공부 하게 된 것이고요. 한 사람이 어찌 두 길을 갈 수 있겠습니까?”
이 이야기는 나에게 대단히 중요한 가르침이 되었다. 1972년 내가신학교에 간 것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놀랍고 감격스러운 예수님의 복음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기 위함이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던 해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이 들어왔다. 당시 감리교신학대학 염필형 총장님을 지도교수로 석사논문을 섰는데, 총장님께서 유학을 가라고 권유하신 것이다. ‘미국의 학교와 교회와 장학금까지 마련해 줄 것이니 가겠다고만 하면 된다.’라고 하신 이 제안은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좋은 제안을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단번에 거절의사를 밝히고 말았다. 이유는 오직 하나, ‘저는 일생 한국에서 목회 할 것인데, 교수도 하지 않을 제가 굳이 유학을 가서 공부하기보다 한국에서 목회학박사만 하겠습니다.’
가끔 그날의 내 결정을 두고 생각해 본다. ‘지금 같았으면 어떻게 결정을 할까?’ 그러나 가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할 충분한 조건이 있다. 유학을 갈수 있는 시간에 안산광림교회를 개척하여 12년을 섬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학 가서 학위를 할 수 있는 기간에 주님은 저를 통하여 건실한 교회 하나가 이 땅에 세워지도록 하셨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이 소중한 결정이 바로 주기철의 결심에서 배운 것 중의 하나이다.  

2. 주 목사님께 배운 것, 둘!
신앙에 충실함이 곧 애국이라는 것을 신사참배반대운동에서 배웠다. 주 목사님의 목회는 오직예수신앙으로 일관했다. 일제는 신사참배는 종교의식이 아니라, 나라를 위한 국민의식이라면서 한국교회에 강요했다. 신학교를 졸업한 주 목사님이 1926년 처음으로 부임한 곳은 부산초량교회이다. 문창교회로 임지를 옮기기까지 이 곳에서 5년간은 주 목사님의 ‘일사각오’의 신앙이 확실하게 표현된 곳이다. 이 무렵 초량교회가 소속된 경남노회는 신사참배를 결의하는 과정을 밟고 있었다. 주 목사님은  신사참배반대 안을 상정하고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신사참배는 십계명을 어기는 우상숭배인 동시에 우리의 민족정신을 강탈하는 악랄한 정책이자 술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기독교인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를 막아야 합니다.”(오병학 저, 주기철, 규장 118쪽)
이 때부터 주목사는 주일예배시간에 순교의 신앙을 주자 언급했고,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정신을 가지고 일본 정부에 대항하는 선전포고를 시작하였다. 1936년 문창교회를 떠나 평양 산정현교회를 담임한 때 그의 나이는 40세였다. 1937년 9월 5일에 새 성전입당예배에서 주기철 목사님은 그 유명한 ‘일사각오’를 설교한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발버둥을 치면 결국 죽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님나라 법칙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사람도 낙오되는 일 없이 죽기까지 각오하고 하나님을 따라야 합니다.”(오병학 저, 주기철, 148쪽) 1938년 9월 10일 평양서문교회에서 열린 제27차 장로교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한다. 이 때 감옥을 오가던 주기철목사님은 “열 번 죽어도 하나님의 계명을 어길 수는 없다”, “나는 구차한 방법으로 목숨을 지키려는 생각은 버리기로 작정했다. 그것이 늘 내가 부르짖는 일사각오의 정신이다.”는 단호한 신앙으로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의연한 결의를 지켜나갔다.
우리는 가끔 ‘신앙애국, 애국신앙, 즉 신앙으로 애국할 것이냐? 애국의 신앙을 가져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은 확실한 것은 신앙의 중심은 오직예수이기 때문에 예수그리스도이외에 어떤 것도 신앙 앞에 붙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국신앙이라는 말은 맞지 않고 신앙애국이란 말은 대단히 적절하다. 올곧은 신앙으로 서게 되면 애국하게 된다. 주기철목사님은 신앙애국 인이다. 주님을 사랑하는 바른 신앙의 길을 간 것이 신사참배반대로 나타난 것이지 신사참배반대운동을 위한 애국으로 신앙이 더욱 공고히 된 것이 아니다.  
나는 주목사님의 신앙에서 이 신앙의 정도를 배웠다. 일생 오직주님의 신앙으로 살면서 주님을 위해서 신사참배를 반대한 것이지,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신앙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신사참배운동이 항일운동의 강력한 힘이 된 것이 사실이다. 오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는 생각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이를테면 교회가 성장해야한다는 것을 우리는 주님의 지상명령처럼 알고 있다. 그러나 주님의 지상명령은 “모든 민족으로 제자 삼는 일”이고, 성령이 임하시는 것은 주님의 이 명령 곧 “땅 끝까지 이르러 주님의 증인 되는 일”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들의 목회가 이 주님의 말씀을 뒤집는 현상들을 볼 때마다 왠지 씁쓸하다.  

3. 주 목사님께 배운 것, 셋!
주님을 사랑하는 것은 주님께 생명을 드리는 순교이다. 주 목사님은 1938년 8월 ‘농우회사건’으로 3차 구속되었다가 1939년 1월 말 잠간 석방된다. 이 때 주 목사님은 그 유명한 “5종목의 나의 기원” 이라는 제목으로 유언 같은 설교를 한다. 마태복음5:11,12과 로마서8:31~39을 본문으로 “죽음의 권세를 이기게 하소서. 장기간의 고난을 견디게 하여 주옵소서. 노모와 처자와 교우를 주님께 부탁합니다. 의에 살고 의에 죽게 하여 주옵소서.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이 설교 후에 설교금지, 그리고 1939년 4차 구속, 목사직파면, 1940년 산정현교회 폐쇄로까지 이어진다. 1940년 4월 20일 석방되었다가 1940년 9월 20일 5차로 구속되었고, 1944년 4월 21일 밤 9시 경에 순교한다.
주기철목사의 마지막에 대하여 ‘병사? 타살?’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오직주님신앙을 지키다가 그 신앙으로 주님 앞으로 가셨다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너무 많은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흐트러지게 한다. 우리의 시선이 너무 복잡하다. 주님 이외의 그것들이 때로는 주님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주 목사님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주님께 우리의 생명을 드리는 것이다. 어떻게 순교적인 신앙으로 살 것이냐 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에베소교회를 향한 주님의 명령을 듣고 실천하면 된다.  
요한계시록2:4,5말씀이다.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
‘오직 주님만을 섬기며 살았으므로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 된 주기철목사님의 그 숭고한 순교의 삶이 이 시대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섬기는 모든 사역자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강력한 외침이 되게 하소서.’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