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 귀용의 영성




                                                                                                       이 윤 재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한신교회 담임)




잔느 귀용, 자기를 죽이고 예수로 산 사람
제가 잔느 귀용 여사를 처음 만난 것은 오래 전 서점에서, 그가 쓴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체험하기』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그 책을 읽은 후 귀용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귀용은 ‘고난을 그만큼 많이 겪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고난의 풀무불을 지났고, 그런 중에 예수님을 열정적으로 만났습니다. 그래서 정금같이 단련된 사람입니다. 자기를 죽이고 예수로 산 사람입니다.

1. 잔느 귀용이 겪은 고난
귀족의 딸이었던 잔느 귀용은 조산아로 태어난 이후 평생 몸이 연약했습니다. 16세 나이로 22세 연상인 귀족과 결혼한 첫날부터 남편 병 수발에, 시어머니 학대까지 견뎌야 했고 전염병으로 두 아들과 딸을 잃었으며 남편이 사망한 후로는 재산까지 다 빼앗깁니다. 게다가 이단으로 몰려 바스티유감옥에서 7년을 보내고도 긴 유배생활을 합니다. 고난과 핍박, 오해와 정죄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그의 순전한 사랑은 깊어서 침묵과 묵상을 통해 주님과 만나기를 쉬지 않았습니다.

2. 잔느 귀용이 씨름한 영성적 주제  
고난의 삶을 살면서도 잔느 귀용이 추구한 영성적 주제는 여섯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자기 포기. 그것은 단순히 비이기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와 같은 단순함으로 하나님의 사랑으로 들어가 어떤 상황에서도 그 순간의 하나님에 대해 만족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과거의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잊어버리고, 미래의 자신을 하나님께 맡겨버리고, 현재의 자신을 하나님께 바쳐 버리라”고 말합니다.
둘째, 낙심하지 않는 연습. 자기 포기를 통해 자기의 모든 염려를 던져버린 귀용에게 낙심이란 곧 죄였습니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사랑하는 것이 교만인데 바로 거기에서 불안이 온다고 본 귀용은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어떠한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정도로 자신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해지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럼으로써 낙심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셋째, 유혹이 올 때. 귀용의 자기 포기는 깊은 기도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기도 중 유혹이 올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기도하는 자신에게 유혹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혹과 맞서 싸우지 말고 “아이가 무서운 것을 볼 때 엄마 품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하나님의 품으로 가야한다”고 말합니다.
넷째, 영적 메마름.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종종 영적 메마름, 즉 하나님이 우리를 떠나 잠시 숨어 있는 상태가 찾아옵니다. 이에 대해 귀용은 “하나님은 우리가 영적으로 게으를 때 우리를 깨우시려고 가끔 숨어 계신다”고 말합니다. 영적 메마름이 올 때에는 인내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조급하거나 낙심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리고 목마른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갑니다(마5:6).  
다섯째, 공급. 귀용의 기도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노력과 그에 응답하는 하나님 은혜의 공급 간의 조화입니다. 아기가 배가 고프면 엄마 품으로 파고들어가지요. 아기가 입을 벌려 젖을 빨면 젖이 흘러나오는 것, 이것이 기도의 진수입니다. 언제라도 아기에게 젖을 주려는 하나님의 공급을 기대하려면 그 품에서 입술을 벌려 기도하는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여섯째, 하나님과 연합. 귀용의 기도가 최종적으로 도달한 곳은 하나님과의 연합입니다. 기도 는 그 연합을 위한 준비과정입니다. 거룩한 연합에 맞지 않는 우리의 자아를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깨뜨리십니다. “자아는 모든 불결함의 원인이며, 불결함은 정결하신 하나님과의 어떤 연합도 방해합니다. 불순물이 있는 금은 정제된 순금과 섞이지 않습니다. 이때 불순물이 섞인 금을 연금술사가 불로 처리하면 그 때 비로소 두 가지 금이 하나로 연합되고 섞입니다.” 좁은 강물이 넓은 바다에 합쳐지듯, 그리고 바울이 말한 대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면 또한 그와 함께 사는(롬6:8)”신비를 체험하는 것이 하나님과의 연합입니다. 고난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를 빛나는 믿음으로 강인하게 지탱한 것은 하나님과의 연합이 준 은혜 때문이었습니다.

3. 잔느 귀용의 저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잔느 귀용의 저서 중 대표적인 것을 소개한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체험하기』(생명의 말씀사), 『하나님을 경험하는 기도』(도서출판NCD), 『영혼의 폭포수』(기독교문서선교회), 『예수 그리스도와의 친밀함』(순전한 나드) 등이 있습니다.

4. 목회적 적용
잔느 귀용이 온갖 고난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씨름했던 영성적 주제는 오늘 우리 목회자들에게 주어지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목회자이기 이전에 하나님 앞에 선 한 인간으로서 나는 얼마나 자기를 포기하고 순간순간의 하나님에 만족하는가, 과연 모든 염려를 던져버린 채 낙심하지 않고 있는가, 유혹이 올 때면 어린이처럼 하나님 품으로 달려가는가, 영적 메마름 앞에서 조급해 하지 않고 오직 주리고 목마른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가, 하나님 은혜의 공급을 젖 빠는 아기처럼 기다리고 있는가, 그래서 하나님과 연합하며 살고 있는가—우리가 매일, 그리고 매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를 점검할 제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