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인 순종과 헌신의 삶, 중국선교의 개척자
                                                  고 홍종만(洪鍾萬) 선교사



                                                                                                   유  관  지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북한교회연구원 원장)




홍종만(洪鍾萬)
1930년 8월 25일 평북 철산 출생. 유아기에 선천으로 이주, 선천에서 성장하며 선천북교회 출석. 1947년 단신 월남. 고려신학교 예과 수료, 단국대 영문과, 성균관대 교육과 졸.
수도여고 교사, 경남 거창고 교감 10년 봉직.
충현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며 총신대 연구원 졸업. 1974년 합동측 경기노회에서 안수 받음.
충현교회 파송으로 1976년 9월 20일, 홍콩에 부임하여 한인교포선교 및 중공선교를 위해 헌신. 한중선교회를 조직하고 이끌다가 치암으로 귀국하여 치료 받다가 1982년 5월 27일 소천.


이상은 「기독교대백과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홍종만” 항목을 요약한 것입니다(16권 637쪽. 이 사전에는 1930년생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집안에서는 1929년생이라고 말하고 있음. 선천 신성중학 졸업생임).

이제부터는 발제자가 가까이에서 대한 홍선교사님의 모습을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발제자는 경남 거창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봉직하고 있었습니다. 거창고등학교에서 지금까지 삶의 멘토로 삶고 있는 분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원경선(元敬善) 이사장(풀무원과 正農會 창업자), 전영창(全永昌)교장, 그리고 홍종만 교감 등입니다. 원경선 선생과 전영창 교장은 제도권 교회에 매이지 않고 깊이 있는 신앙, 살아 있는 신앙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970년 봄에 홍종만 교감이 ‘나는 38선을 넘을 때 죽을 고비를  만났는데 그때, 살려주시면 하나님의 종이 되겠노라고 서원을 했다. 이제 내 나이 마흔인데 더 지나면 그 서원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하며 사표를 제출하였습니다. 학교와 교회(고신측 거창읍교회), 지역사회에서 깊은 존경을 받고 있었고 2남4녀의 자녀가 있는데 참 무서운 결단이라며 교사들이 많이들 놀랐습니다.
홍 선교사님은 원래 일본 선교를 원해, 1974년에 열린 합동측 59차 총회에서 일본 선교사 파송청원 허락을 받았으나 비자 문제로 홍콩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 뒤 저는 일터를 극동방송으로 옮겨 ‘중공’선교에 힘쓰게 되었는데 그 일로 홍콩에 자주 출입하면서 홍 선교사님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았는데 홍 목사님이 홍콩한인연합교회 3대 담임자로서 헌신적으로 목회하면서 교민사회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홍콩은 외부세계와 중국의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홍 선교사님은 그 점을 활용하여 중국선교에도 깊이 관여하면서 뜨거운 열정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1978년에 현재의 한인세계선교사회(KWMF)의 전신인 한국선교사 동지회가 조직될 때 최연장 선교사로서 초대 회장이 되어 선교사들이 연합하여 활동하도록 하는 일에도 힘썼습니다.
그러던 중에 치주암이 발병하여 한국에 와서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내와 함께 위문을 갔더니(저의 아내는 학교와 교회에서 홍 선교사에게 배웠습니다), 그 때는 동물원이 서울대 병원 건너 ‘창경원’에 있었는데 홍 선교사님은 저 밑에 보이는 동물원을 가리키며, “저거 봐. 바빠서 지금까지 동물원에 한 번도 가지 못했는데 이렇게 실컷 보라고 하시잖아!”하며 웃었습니다. 참으로 인상적인 웃음이었습니다.
발표자가 특히 감동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홍 선교사님의 소천 직전의 모습입니다.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하여 퇴원하셨는데, 5월 하순, 몹시 맑은 봄날, 댁으로 찾아가니 유복달 사모님이 “유 선생, 우리 목사님, 어제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새벽 두세 시쯤 졸고 있는데 목사님이 발끝으로 톡톡 쳐서 깨니까 ‘여보, 하나님이 지금 나를 부르시는 것 같아. 준비 좀 해 주어야겠어’ 하면서 웃으시는데 그 웃음이 얼마나 환한지….”라고 하셨습니다. 홍 선교사님은 그 다음날 하나님의 품에 안겼고, 충현동산에 안장되었습니다.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1912년 장로교 제1차 총회에서 ‘지나(支那)’ 선교를 결의하고 다음 해에 세 분의 선교사를 파송함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방지일 목사님이 ‘회국(回國)’ 하시던 1957년까지를 제1기, 또는 ‘산둥(山東)선교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뒤 휴지(休止) 상태에 있다가 1979년 중국이 개방정책을 취함에 따라 재개되어 오늘날은 선교사가 제일 많이 파송되어 있는 나라가 되어 있습니다. 홍종만 선교사님은 한국교회의 중국선교 재개기의 여명을 장식하신 분입니다.
중국선교 전문지인 「중국을 주께로」(작년부터 웹진으로 전환되어 발행되고 있음) 2012년 1․2월호(통권129호)가 「2세 선교사가 그리는 그림」이라는 특집을 마련했는데 홍종만 선교사의 아들인 홍성직 집사(제주홍외과 원장, 제주생명농업재단 이사장)가 ‘아버지 홍종만 선교사’라는 글을 기고하였습니다. 그 글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실무자들이 많이 놀랐습니다. 해외에서 ‘그 분은 나의 진정한 스승이셨습니다’라고 하는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신앙인, 이런 성직자, 이런 헌신의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으면, 작은 소망을 새롭게 하며 발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