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리교회의 오늘






                                                                                                       신 경 하 감독
                                                                       (감리교 전임감독, 아현감리교회 원로)






  한국 개신교회는 교단별 정체성 이해가 취약한 편이다. 감리교, 장로교, 성결교 등 교단이름정도로만 그 차이를 이해하는 정도다. 정체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과거보다 현재 점점 심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 개신교회의 전통이해와 신념부재와 관련되어 있다. 그동안 개신교회의 잦은 분열이 정체성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그 취약한 본색을 더욱 확인시켜준다. 게다가 교회의 대형화 지향은 아예 교단 브랜드를 탈색함으로써 개신교회 간 신앙전통의 벽을 더 빨리 허물어뜨리고 있다.
  감리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정체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내부로부터 점점 강화되고 있다.

1) 고유한 정체성

  기독교조선감리회는 1930년에 탄생하였다. 1885년부터 총회 이전은 미국 남·북 감리교회에 속하였고, 파송된 선교사들이 치리하였다. 마침내 자치교회가 된 제1차 총회(1930.12.2.)는 한국감리교회의 정체성을 세 가지로 천명하였다.

첫째, 이 새 교회는 ‘진정한 기독교회’가 되고자 한다.
둘째, 이 교회는 ‘진정한 감리교회’가 되고자 한다.
셋째, 이 교회는 ‘조선적(한국적) 교회’가 되고자 한다.

  이는 감리교 교리의 특징인 “진정한 감리교회는 진보적이므로 생명이 있는 이의 특색을 가졌으니 곧 그 시대와 지방을 따라 자라기도 하며 변하기도 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진정한 기독교회’는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의 균형을 강조한 것이고, ‘진정한 감리교회’는 탈교파주의(후에 에큐메니칼 주의로 발전)와 함께 종교와 예배 의식을 시대 상황에 맞추어 변화시키는 진보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며, ‘조선적(한국적) 교회’는 서양 기독교 전통과 한국의 역사적 문화 전통을 동시에 강조하는 ‘토착화 신학적’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구원의 복음’, ‘진보적 에큐메니즘’, ‘토착적 신학’은 처음부터 추구해 온 한국감리교회의 특징이다.

2) 교리의 특징과 조직

  존 웨슬리의 신학과 뜨거운 신앙을 모태로 한 감리회의 신앙전통은 기독교의 참된 구원의 진리와 성서적 경건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성서적인 구원의 길을 살아가는 것이며, 믿음과 사랑을 통해 성화와 완전으로 나아가는 실천적 제자의 도리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한국 감리교회는 처음부터 감독교회로서 중앙집중적이며, 연관적 시스템(connectional system)을 갖추고 있다. 역사적으로 분열의 위기가 4차례(해방 직후, 1954년, 1970년, 1974년) 있었으나 모두 강력한 연관주의와 정체성 강화에 대한 요구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잠시 진통 끝에 다시 합동함으로 ‘하나된 감리교회’ 전통을 이어 나갔다.

  감리교회는 조직뿐 아니라 모든 경제를 통합한다. 감리회 본부와 개체교회 및 감리회 산하 단체, 기관 등이 소유, 관리하는 모든 토지, 건물 및 시설물은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 교역자은급재단, 태화복지재단, 사회복지재단, 장학재단 등에 편입·보전된다.

  감리교회는 영혼구원과 함께 사회봉사를 모토로 한다. 하나님의 선교신학에 따라 1961년부터 산업선교를 시작하였고, 그 전통이 현재 사회복지로 이어진다. 감리회 재단 및 교회가 운영하는 시설은 모두 690개에 이른다.

  감리교회는 교회 일치운동과 연합에 주도적이었다.1905년 연합공의회를 시작으로, 1918년 조선예수교장감연합협의회, 1924년 9월,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에 참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방 후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대한성서공회(KBS), 대한기독교서회(CLS), 한국찬송가위원회, 기독교방송(CBS), 대한기독교교육협회, YMCA, YWCA를 통한 초교파 연합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 감리교회는 아시아교회협의회(CCA),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감리교협의회(WMC) 등 국제적 교회일치운동 기구에 참여하면서 아시아와 세계 교회 신학과의 교류를 통해 감리교회의 선교 및 신학적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2006년 7월, 서울에서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WMC)를 개최하였고, 이 대회 기간 중 로마 가톨릭교회, 루터교회, 감리교회 등 3교회가 칭의 교리에 대한 합의 선언문(Jointed Declaration on the Doctrine of Justification, JDDJ)을 발표하였다.

3) 어제와 오늘, 10가지 자랑

(1)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회이다.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가 복음의 씨앗을 뿌려 2013년 말 현재 6,518 교회와 148만 6,215명의 감리교인이 영혼구원과 사회봉사를 통해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고 있다.

(2)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진리에 순종하며 경건생활에 힘쓰는 신실한 사람들의 신앙공동체이다. 구원을 전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우리사회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2014년 총회는 최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감리교회의 견해를 천명하여, 진상규명과 안전대책을 촉구하였다.  

(3) 우리 민족의 근대화와 독립에 앞장 선 교회이다. 이준, 유관순, 김구, 주시경, 이승만, 전덕기, 최용신, 남궁억 선생과 같은 위대한 인물들이 독립운동의 산실인 감리교회에서 꿈을 키웠다. 3·1운동 당시 교회는 만세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는데, 민족대표 33인 중 감리교인이 9명이다.

(4) 한국 최초의 근대교육기관인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을 비롯하여 많은 교육기관에서 숱한 인재를 양성하였고, 최근에는 청소년대안학교인 산돌학교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신앙을 통한 교육에 헌신해 왔다.

(5) 한국 최초로 1921년 태화사회복지관을 설립하였고, 시(施)병원을 세웠으며,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였다. 현재 690개의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며 장애인공동체, 자활시설, 지역학습센터, 어린이도서관, 양로원, 외국인노동자센터 등 의료복지사업을 활발히 실행하고 있다.

(6) 미래를 준비하는 교회이다. 한국교회 최초로 교회법에 환경사랑과 보존의 의무조항을 신설하여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물려주려 애쓰고 있다. 1930년 한국교회 최초로 여성에게 목사와 장로 안수제도를 마련하였으며, 특히 감리교여선교회 조직은 세계적인 여성네트워크를 자랑한다.

(7) 민족의 고난과 함께하여 일제의 박해와 6·25 전쟁 중 수많은 순교의 피를 흘렸고, 민주화운동과 산업사회 및 농촌, 생명, 장애인선교 등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8) 북한선교를 활발히 전개하여 인도적 지원은 물론 평양신학원을 운영하고, 칠골교회 건축을 지원하고 있다. 탈북자들을 위하여 평화통일교회와 백두식품 등 선교, 교육, 자립의 공동체를 지향한다.  

(9)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2006년, 서울)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세계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구촌 66개 나라에서 804명의 선교사들이 복음전파와 교육훈련, 의료, 스포츠 등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10) 감리교회는 오늘 새벽에도 깨어 기도하는 교회이다. 민족의 구원과 세계평화 그리고 당신을 위해 가슴을 열고 뜨겁게 손을 잡는 희망의 공동체이다.

4) 그늘과 개혁과제

  감리교회 역시 구조적 약점과 함께 비난받을 만한 문제점이 있다. 산적한 과제를 극복하려면 구조와 제도에 대한 개혁은 물론 성직의 건강성과 교회의 공교회성 회복이 동시에 요청된다.    

(1) 교회의 공교회성을 우선해야 한다. 세습을 금지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리더십을 세우며, 권위주의가 아닌 민주적이고 공개적이며 다수의 회원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확대해야 한다.

(2) 교회 안에 만연한 세속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교회의 성공주의와 경쟁주의, 목회자의 과도한 명예심을 절제해야 한다. 특히 목회자 기초생활비(호봉제), 은급정신 회복(부익부빈익빈) 등 동역의식과 약자배려를 강화해야 한다.


(3) 건강한 목회자상을 회복해야 한다. 감리교 목사는 경건하고, 지적이며, 행동하는 모습을 모범으로 삼았다. 선배들은 기독교적 선비상을 구현해 왔다.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소명의식과 섬김, 헌신과 겸손, 청빈한 구도자 그리고 역사의식과 지적능력을 갖추는 일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신학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수도원적 영성수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4) 교회 내 독선적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 사회와 소통이 부재한 현실은 불합리한 제도와 운영 등 폐쇄성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성장 및 성숙과 걸음을 맞추고, 사회적 의제와 이슈에 참여함으로써 세상과 미래를 향해 교회의 문을 개방해야 한다.

5) 결론

  다시 강조하는 일은 감리교회다운 본래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일이다. 행여 현재의 부정적인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본질에서 벗어낫기 때문이다.

  처음의 원칙으로 돌아가 진정한 감리교회로서 존 웨슬리의 신학과 신앙 등 고유함을 강화하여 한국형 감리교회의 모델과 모범을 회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섬김과 절제의 리더십으로 성직의 바른 본과 위상을 튼튼히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교인들이 깊은 영성과 경건을 훈련하며, 사회윤리를 갖춘 메토디스트(Methodist)의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연관적 공교회로서 감리교회의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복원함으로써, 감독제도와 의회제도 및 감리교 본부에 대한 개혁안 제시와 높은 수준의 성직양성을 위한 훈련체계 마련 그리고 안일과 부패를 용인하게 하는 제도와 절차를 혁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교회의 침체와 성장후퇴로 향후 진로모색이 분분하다. 바라기는 교회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미래에도 품을만한 복음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더욱 희생적인 노력과 원칙 그리고 대안을 구하는 모색이 계속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감리교인을 불러일으키신 목적은 어떤 새로운 교파를 세움이 아니요, 먼저 교회를 개혁하고, 민족을 개혁하고, 성서적 성결을 온 땅에 전파하는 것이다”. (1789년 감리교 설교자 총회에서, 존 웨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