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과 한국교회




                                                                                                       전 병 금 목사
                                                                               (한복협 부회장, 강남교회 담임)




1517년, 마틴 루터가 당시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비판하는 내용의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붙임으로써 부패한 가톨릭교회를 새롭게 개혁하고자 했던 종교개혁이 오는 2017년, 50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년이 지난 오늘날, 종교개혁의 후손임을 자처하는 한국의 개신교 교회는 루터를 비롯한 종교 개혁자들이 외쳤던 성경 중심, 은혜 중심, 믿음 중심의 교회 개혁을 어느 정도 실현하고 있는가?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전, 로마 가톨릭의 성직자들은 게으르고 무지했으며 농민들을 착취하고 성적 타락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면죄부 판매와 성직 매매, 성직자들의 사생아 문제는 그 당시에 사회 문제가 될 정도였고, 이미 교회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해버렸기 때문에, 교회가 해체와 타도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그 당시 부패했던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준에서 조금도 나아진 바가 없는 것 같다.  

김영한 교수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총체적 난국의 근본 원인을 “목회자들의 자기관리 부족”에서 찾고 있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재정비리, 논문표절시비, 목회세습, 성스캔들 사건 등이 끊임없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교회의 사회적 신뢰성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목회자의 삶의 개혁이 한국 교회 개혁의 중점 과제라는 김영한 교수의 제안은 매우 타당하다. 계속해서 김영한 교수는 “한국판 종교개혁”을 제안하였는데, 17세기 경건주의 운동을 하나의 모델로 제시하면서, “지금까지의 ‘칭의의 신앙’에서 ‘성화의 신앙’으로 업그레이드 하여 자기 갱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개혁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목회자 개혁’(영성 개혁, 윤리성 개혁, 사회의식 각성, 목회자 인성교육강화)과 ‘대형교회 개혁’이다. 하나같이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와같은 개혁의 주체가 누가 되어 이를 주도, 감시하느냐 하는 것이다. 오늘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한기총’이나 ‘한교연’ 등 보수적인 연합기구가 둘로 분열되어 있는데, 이 둘을 넘어 보수적인 연합기구를 새롭게 만들고, 그 새 연합기구와 한교협(KNCC)이 한지붕 두가족식의 한국의 통합된 연합기구가 나와야 한다.

한편, 정일웅 교수는 한국교회의 여섯 가지 개혁 과제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정리해보면 ① 세속화된 교회의 복음적 가치 회복, 이신칭의 교리의 왜곡을 보완한 행동하는 믿음의 추구, ② 성장제일주의적 목회관 극복, ③ 목회자들의 각성과 교회 공동체성 회복, ④ 만인제사장주의 확립을 통한 목회자의 헛된 권위의식 극복, ⑤ 회중지향적인 예배와 예전에 대한 개혁, ⑥ 한국 개신교 교회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특히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새로운 연합기구를 통해 통일되고 표준화된 가르침을 확보 하는 것, 등으로 볼 수 있다. 정일웅 교수의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한 제안은 한국교회 개혁에 대한 위기의식과 간절함이 매우 짙게 배여있다는 인상을 준다.

박명수 교수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오늘날 한국교회가 비판적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교리적인 면에서 천주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오늘날 한국교회가 “물질욕, 권력욕, 성욕 등 종교개혁의 대상이었던 로마 가톨릭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한국교회는 “더 이상 천주교를 비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가톨릭교회가 개신교 신앙과 다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톨릭교회와 다른 점을 지적하고 구분하기보다는, 사회적 책임성과 공공성을 위해 오히려 공통점을 찾고 대화를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며 나가야 한다고 본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종교 간의 소통의 부족으로 인한 종교 갈등으로 말미암아 사회갈등까지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종교 갈등이 심각하지 않으나, 산재한 사회문제와 교회 문제에 대해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천주교를 대화의 상대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세 발제자의 발표는, 각론에서는 조금 다르지만, 500년 전 종교개혁 당시의 개혁정신을 회복하여 위기에 처해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목회자의 각성으로부터 출발하여 교회의 사회적 공공성과 높은 윤리의식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이와 같은 문제제기와 대안제시가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구호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1517년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루터처럼 개혁의 대상에 대한 정확한 고발과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담대한 대안제시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본다. 또한 당시 개발된 금속활자 인쇄술을 이용하여 95개조 반박문과 독일어 성경을 대량 보급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종교개혁을 이끌어갔던 것처럼, 오늘날 모든 성도들이 확고한 말씀 위에 서서 교회의 일탈에 대해 비판, 견제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게 하고, 복음의 진리를 세상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곳저곳에서 산발적으로 외치는 교회개혁의 목소리를 한 데 모으고, 한국교회의 개혁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며, 이를 점검할 수 있는 명확한 주체가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복음주의 협의회와 같은 교회 NGO 그룹들이 교단 대표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여기에서 한국교회 개혁 과제를 구체적으로 세워 각 교단에 파급되게 해서, 한국교회의 부패를 척결하고, 교회의 정 체성을 회복하는 개혁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한국교회가 자정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한국교회가 오늘날 위기를 극복하고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개신교’(프로테스탄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개혁해 나가는 프로그램을 통일성 있게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발표자들이 앞서 제시한 제안을 비롯하여 더 많은 구체적인 내용들이 필요하겠지만, 필자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본다. 하나는 ‘구원의 감격’이요, 또 다른 하나는 ‘교회의 자정능력’이다.
한국교회의 종교개혁은 구원의 감격을 회복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한다. 박명수 교수도 언급했듯이 종교개혁은 루터가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을 읽고 깨달은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구원을 얻은 진리를 외면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감격을 놓쳐버린 채 자신들만의 종교적인 성을 쌓아왔던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 구원의 감격을 회복하여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서고, 사람들을 섬겨 나갈 때, 한국교회의 참다운 종교개혁이 시작될 것이다.
또한 오늘날 한국교회는 고린도 교회와 같은 자정능력이 필요하다. 고린도 교회가 세속에 물들어 파벌싸움, 교리논쟁, 도덕적 타락으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바울은 그의 편지를 통해 고린도 교회가 새로워질 것을 권면하였는데, 고린도 교회는 이를 받아들여 교회를 어지럽힌 사람들을 벌하고 교회를 새롭게 하는 자정노력을 했다. 그런데 오늘날 어떤 교회에서 재정 비리나 성적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노회나 총회가 자정노력을 하기는커녕, 소비적 논쟁이나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현재의 교회 조직의 틀 안에서는 그 어떤 교회 개혁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만 낳을 뿐이다. 심각한 부패의 수렁에 빠져 있는 한국교회는 일반 사회 보다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종교개혁 정신을 이어받는 첫걸음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