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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과 사회와 자연계에 대한 우리의 책임




                                                                                                  김 정 우 교수
                                                                                         (총신대학원 구약학)




‘가정과 사회와 자연계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샬롬’이라는 한 마디로 담아 낼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때문에 샬롬을 ‘전쟁’과 반대되는 말로 이해하며, 어거스틴의 영향으로 샬롬을 ‘주님의 품 안에서 누리는 영적인 평안함’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구약의 ‘샬롬’(שָׁלוֹם)과 신약의 ‘에이레네’(εἰρήνη)는 물질과 정신, 몸과 마음, 자연과 사회, 개인과 공동체, 개체와 우주, 하나님과 사람, 상태와 관계, 세속과 종교,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포괄하는 총체적이고, 통전적이며, 종합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오늘 기도회로 모였으므로, 샬롬과 에이레네의 정신을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하여 보았다.  
첫째로 샬롬은 ‘책임’이다. 구약성경의 사사기 19:20에는 기브아에 살고 있던 한 노인이 밤이 되었는데도 잠자리를 찾지 못하는 한 나그네를 보고, ‘그대에게 샬롬이 있으라’(שָׁלוֹם לָךְ)고 인사한다. 우리 말 성경에서는 ‘그대는 안심하라’로 번역 되었다(개역개정). 그의 인사 말 속에는 자신의 동네를 지나가는 한 나그네와 그의 아내와 나귀가 먹을 것, 마실 것, 쉴 곳, 안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는 그 나그네의 하룻밤 잠자리에 포함된 모든 것을 책임 지겠다고 말한다. 바로 이 책임감 때문에 그날 밤 그의 온 집안은 쑥대밭이 된다(삿 19:22-26). 신약성경에서 야고보 사도는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2:15-17)고 말한다. 춥고 배고픈 형제자매에게 최소한 ‘평안히 가라’(ὑπάγετε ἐν εἰρήνῃ)고 말하려면, 그가 현재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져주어야 한다. 야고보가 말하는 믿음과 행함은 책임이다(마 25:34-45 참조). 우리가 가정과 사회와 자연계에 대하여 ‘샬롬’을 말하려면, 빈말이 아니라 몸과 물질과 시간과 재능을 바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둘째로 샬롬은 ‘안전’이다. 구약성경에서 야곱은 부모의 집을 떠나 밧단 아람으로 올라가면서 벧엘의 벌판에서 하룻밤을 묵다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후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라는 서원을 하였다(창 28:20-21). 여기서 ‘평안히’라는 단어는 원어로 ‘샬롬’이며, 70인역은 ‘구원’(μετὰ σωτηρίας)으로 번역한다. 야곱은 멀고 험한 나그네 길에서 ‘안전함’을 원했고, 인생의 길의 온갖 위험으로부터 하나님께서 친히 그를 지켜 주셔서 ‘안전하게’(in safety) 돌아올 수 있기를 소원한다. 신약성경의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강한 자가 무장을 하고 자기 집을 지킬 때에는 그 소유가 안전하되(ἐν εἰρήνῃ)”라는 말씀을 하신다(눅 11:21). 이것은 비유지만, 우리가 깨어 있을 때에 평화를 누리지만, 방심하면 건강, 재산, 명예, 사명까지 모두 빼앗긴다는 뜻이다(22-26절). 우리는 그 동안 성장에 급급하여 안전에 대한 불감증에 빠졌고,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온 나라가 트라우마에 빠진다(살전 5:3, “그들이 평안하다, 안전하다[εἰρήνη καὶ ἀσφάλεια] 할 그 때에 임신한 여자에게 해산의 고통이 이름과 같이 멸망이 갑자기 그들에게 이르리니 결코 피하지 못하리라”). 가정과 사회와 자연계에 대하여 ‘샬롬’을 말하려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안전’을 잘 살펴야 한다.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불안과 공포감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정과 사회와 자연 속에서 만들어 가야 한다.
셋째로 샬롬은 ‘과정’이다. 구약성경에서 ‘샬롬’의 동사형 ‘샬람’(שָׁלַם)은 ‘(일을) 완전히 마치다, 끝내다’는 뜻으로 나온다. 그래서 솔로몬이 성전을 완공하고(왕상 7:51)과 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벽 재건을 완성하였을 때(느 6:15) 이 동사가 사용된다. 솔로몬의 성전과 느헤미야의 성벽을 완성해 가는 것은 어렵고 긴 과정이 있었다. 건축은 그 모든 과정에서 부실 공사가 하나도 없도록 섬세하고 통합적인 공정을 다 통과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다 지으신 사건을 묘사하면서 창세기 저자는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이루다’(כָּלָה)는 동사는 ‘샬롬’의 기본적인 의미이다(왕상 7:51; 사 44:26 등). 즉, 하나님은 창조의 과정을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 이루어 갔으므로, 그 지으신 우주 만물의 구조와 기능은 그 어떤 결함, 부족함, 가감, 수정, 변경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세상은 조화롭고, 평화롭고, 죄와 악이 없는 완전한 세상이었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운명하실 때,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다(요 19:30). 히브리어로는 ‘니쉴람’(נִשְׁלַם), MHNT)과 ‘쿨라’(כֻּלָּה, DHNT)이다. 예수님은 대속의 모든 과정을 하나도 빠짐 없이 다 통과하셨다. 야고보 사도는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고 말한다(1:4). 여기서 ‘온전히 이루다’(τέλειον ἐχέτω)는 히브리어로 ‘샬롬을 이루다’(תִּהְיֶה שְׁלֵמָה)이다(MHNT). 인내를 온전히 이루어 가는 것은 긴 과정이다. 우리는 ‘꿩이 매를 잡듯이’ 성공 즉, 샬롬을 결과로만 보기 쉽지만, 성경에서는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살아가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가정과 사회와 자연계에 대하여 ‘샬롬’을 말하려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과정을 결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넷째로 샬롬은 ‘온전함’이며, 총체적인 온전함이다. 우리는 샬롬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평화’로 보지만, 사실은 ‘온전함’이다. 히브리어 샬롬은 아카드어 ‘샬라무’(šalāmu)의 ‘온전하다’와 ‘쌀라무’(salāmu), ‘평화롭다’를 합성하여 ‘온전하다’와 ‘평화롭다’는 두 개의 뜻을 갖게 되었다. 이리하여 ‘샬롬의 돌’은 ‘다듬지 않은 돌’ (신 27:6). ‘샬롬의 저울추’는 눈금이 정확하여 완전한 균형을 갖는 저울(신 25:15), ‘내 뼈의 온전함’은 몸이 건강함(시 38:3), ‘샬롬의 친구’는 ‘완전히 신뢰하는 친한 벗’이다(렘 38:22). 따라서 모든 상태와 관계를 온전하게 만들어 갈 때, 자연과 사람, 사람과 공동체,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 사이에는 서로 상반된 주장들이 이해되고 수용되어 적대감이 해소되고 갈등과 분쟁이 사라지며, 물질적, 신체적, 역사적으로 평안을 누린다. 구약성경에서 샬롬은 하나님의 천지창조에서 성취되었고,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파괴되었는데, 궁극적으로 하나님께서 보내실 다윗 집안의 메시아가 ‘평화의 왕’ 오심으로써 성취될 것이다. 새 다윗 왕은 온 세상의 온전함을 이루어가는 자이다(사 9:5; 11:1-9). 신약성경에서 사도 바울은 바로 그 왕이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침으로써 하나님과 화해하며 사람들 사이에 평화를 가져온 예수 그리스도라고 한다(엡 2:14-16). 히브리서 기자는 바로 그 예수께서 우리를 ‘온전케 하시는 분’(τελειωτής)이라고 말한다(12:2). 사도 바울은 우리의 사역을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τέλειος ἄνθρωπος)로 세우려 함”에 있다고 말한다(골 1:28).
가정과 사회와 자연계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모인 우리는 기초가 다 허물어진 우리 교회와 사회에서(시 11:3), 먼저 우리 자신이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책임, 안전, 과정, 온전함을 이루는데 혼신의 힘을 다 기울이고, 말씀과 기도, 정의와 공평, 소통과 치유로서 성경이 가르치는 ‘샬롬’과 ‘에이레네’를 가정과 교회와 사회와 생태계에서 이루어 가길 바란다(시 7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