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준비를 위한 제안문





                                                                                           박 남 수 선도사
                                                              (천도교 교령, 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





3·1운동 제95주년을 즈음하여, 유서 깊은 경동교회에서 “민족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사명과 역할”이라는 주제의 월례조찬기도회를 겸한 발표회를 갖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이처럼 뜻 깊은 조찬기도회를 마련하신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 감사드리며, 소견을 발표를 하게 됨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동학 천도교를 신앙하는 천도교 교인입니다. 조금 더 범위를 좁혀 말하자면, 3·1운동 당시 기독교계와 천도교의 협의를 담당하던 여암 최린 선생님의 연원에 속하는 제자입니다. 그러니 제가 이곳, 기독교 복음주의협의회 지도자들과 함께한다는 점은 역사의 흐름을 떠나 얘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천도교에서는 지난 95주년3·1절을 맞아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동포들께 올해부터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위한 준비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제안문은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3·1정신을 계승하는 길일까 하는 점에 착안하여 준비하였습니다.

3·1운동은 천도교의 의암 손병희 선생님, 기독교의 이승훈 선생, 불교의 백용성 스님 등 민족대표 33인이 중심이 된 항일독립운동입니다. 그 가장 중요한 의의는 아시는 대로, 운동의 주체가 특정 단체, 특정 종단이 아닌 여러 종단이 함께, 시민과 학생, 그리고 전체 민족 참여한 민족운동이라는 점입니다.  

3·1운동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고 일제의 불법 강점에 저항하는 독립 투쟁이 이어져, 마침내 8·15 광복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민족의 시련은 끝나지 않고, 오늘도 우리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 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도 물질적 가치가 압도하여 사람과 만물이 모두 고통에 신음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한마디로 생명존중의 문화, 상부상조의 윤리, 상생과 공존의 정치를 지향하던 3·1운동의 정신이 여전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역사를 왜곡하고 자기 과오조차 정당화하는 망발을 일삼으며 또다시 제국주의의 망령에 속박되어 가는 일본인들에게 인도와 정의의 윤리를 가르쳐 인류 공영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라도 3·1정신은 더욱 필요합니다.

이에 천도교단은 95년 전 선열들께서 주창하신 3·1정신의 참 뜻을 기리면서 통일된 조국, 갈등과 편견이 없는 공생·공영의 세상을 기약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새로운 비전을 갖고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자고 제안합니다.

첫째, 3·1운동은 온 민족이 하나 된 운동입니다. 3·1운동 100주년의 성공을 위하여 범국민(정부 정당 종교 학계 시민사회) 나아가 남 북한과 해외동포까지 참여하는 논의와 연대를 계속하여, 범국민적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자 합니다.

둘째, 3·1정신을 현대적으로 조명하고 계승하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또 3·1운동은 한민족의 자주적인 통일독립국가 수립이 궁극 목표이므로, 100주년에는 평화통일의 획기적인 전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미 남과 북의 천도교는 이러한 원칙에 합의하고,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정례적인 만남과 준비를 진행할 것임을 약속하였습니다.

셋째, 3·1절 95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 사회는 이념 간, 계층 간,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이 여전히 과제입니다. 3·1정신의 본령은 평화와 상생의 신세계를 개척하는 것이므로, 100주년 기념사업은 사람과 만물이 서로 돕고 살리는 모심(侍)의 정신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운동, 차별과 편견 그리고 갈등이 없는 인류사회를 지향하는 운동이 되도록 승화 발전시켜 갈 것입니다.

넷째, 3·1정신은 조선 독립을 넘어서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선언이었습니다. 오늘날 다시금 세계적 갈등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동아시아의 평화 체제를 구축하여 상생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한·중·일 삼국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동북아 평화의 광장을 만들어 가는 사업을 다양한 관점과 다각적인 방식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다섯째, 3·1운동은 민족 전통을 기반으로 근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출발점으로서 전국에 많은 유산과 유적과 문화를 남겼습니다. 자유와 평등, 평화와 행복 추구의 3·1운동 정신이 오늘의 시민사회 발전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주요한 문화의 광장과 역사적 공간을 조성하고 현창하며,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기반으로 삼는 작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3·1운동 100주년 준비는 우리 모두는 한 종단, 한 단체가 아니라, 범국가적·범민족적, 그리고 범종교적 참여하에 성황리에 진행되도록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 모두가 서로의 밑받침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3·1운동 100주년에 즈음하여 3·1운동의 민족사적 인류사적 의의를 완성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온 세계 생명평화 공동체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할 수 있도록 민족 성원 모두의 참여와 지혜를 기대합니다.

지나간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미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과제를 풀어내는 것이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바른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평화통일이 되는 날까지 선배들이 보여주신 것처럼 종교를 초월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는 일이 오늘 3·1운동 기념식을 봉행하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포덕155(2014)년 3월 14일
천도교 교령 박남수 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