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의미와 이에 대한 우리의 자세
                                             - 목회적 관점에서 -
  




                                                                                               박 종 화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경동교회 담임)
  




1. 어떤 재난인가?

- 해상에서의 쓰나미 또는 지상에서의 지진 같은 “천재지변” (자연적 재해).
- 소위 ‘인재“(사회적 재해)에 속하는 우리사회의 낙동강 페놀오염(1991), 성수대교 붕괴(1994), 삼풍백화점 붕괴(1995),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1995) 등을 비롯한 서해안 기름유출(2007), 전 세계적인 재앙을 불 러 오고 있는 ”지구온난화“ 등의 재난.
- 후쿠시마 재해(2011)처럼 지진(천재)과 핵발전 사고(인재)가 병합된 재난.
- 수없이 발생하는 테러집단에 의한 정치적, 이념적, 종교적 테러의 재난.

2. 인간의 “능력”과 “책임”의 불균형
  
- 인간의 능력 발휘와 관여가 불가능한 천재지변 -예컨대 살아 움직이는 지층 작용으로 생기는 지진이나 쓰나미-은 지구과학적 연구와 예측을 통해 피해에서 벗어날 사전예방책과 피해 이후의 사랑과 위로의 봉사를 인간에게 주어진 “신앙적, 인간적 책임”으로 삼아야 한다고 봄. 이런 재해를 특정지역, 특정 종족 내지 이념과 종교집단에 대한 “신의 진노”로 파악 하려함은 근거가 없음.
- 소위 “인재”의 극치에 속하는 각종 대형 소형 사고의 경우에는 그것이 인간의 능력을 빙자한 “죄악”의 결과임. 흔히 기독교인의 경우 기복신앙에 깊이 심취하여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윤리 없는 신앙”, “도덕적 책임 없는 신앙 맹목주의”가 인재 사고의 주체가 되기도 함. 신앙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결합임을 깨달아야 함. 축복신앙은 하나님 앞에서의 사랑의 책임과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책임이 만드는 결실임.
- ‘지구 온난화“는 이제 만성적 재난이고 또 인간이 만든 재앙임. ”땅을 정복 하라“는 말씀을 인간이기주의와 교만으로 곡해한 치명적 재앙임. 자연도 창조주 하나님의 구원의 대상임을 잊고 인간구원만을 내세운 반신적 폭력임. 적어도 환경살림은 온 인류의 공동생존과 동시에 인간 개개인의 실존을 가능케 하는 신앙적, 윤리적 과제임을 깨닫게 해야 함.
  
- “후쿠시마”의 교훈은 심각하며 절실한 경고임(“일본은 끝났다”).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는 그 피해가 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는 치유에 장시간을 요하지 않음. 하지만 후쿠시마의 경우는 그 피해가 거의 영속적이며 치유불능을 배태하고 있음.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 핵에너지의 제한적 효용성에 비해 핵폐기물의 무한대 피해성, 핵에너지 발전사고(체르노빌, 후쿠시마)는 필연적으로 천재재해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 이 모든 현실 앞에서 새로운 결단이 필요함: 하나님이 주신 “창조질서의 보전”(intergity of creation)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나? 피조물인 인간의 능력의 “제한성”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에덴동산의 “선악과 이야기”에 담긴 뜻 곧 선악과를 따먹을 수 있는 인간의 자유와 능력은 하나님 앞에서는 하나의 “불가능한 가능성”(impossible possibility)이 아닐까?
  
- 전쟁과 테러는 하나님이 주신 “샬롬”(shalom)의 세계를 만드는 도구가 아님은 이미 역사가 입증하고 있음. 세상이 말하는 “정의”가 “권력”과 “재물”에 의해 정의되고 실천되고 있는 현실, 그리고 “평화”가 힘있고 부한 국가들의 질서있는 평정으로, 달리 말해서 Pax Romana의 모습으로 오도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는 다시금 묻고 답을 찾아야 함: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요 14:27);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시다”(엡 2:14).
  
3. 세상나라와 하나님 나라
  
-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두 모습으로 살아감: 세상에 몸담고 세상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고 살아가며(relevance) 동시에 세상을 넘어 하늘나라의 표징으로 살아가는(identity) 공동체임. 전자를 “이웃사랑의 공동체”(Between)라 한다면, 후자는 “하나님 사랑의 공동체”(Beyond)라 할 것임.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나, 십자가에서 보듯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

- 오늘의 재난을 살피고 경험하면서 인간에게 맡겨 운영되는 오늘날의 세계에는 “하늘나라의 뜻”이 왜곡되어 실현되고 있다는 점일 것임. 우리의 관심과 과제는 이 땅에 하늘나라가 이루어지게 기도하고 헌신하는 일일 것임: “하늘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 다”(주기도). 시대마다 신앙공동체의 주안점 내지 강조점이 다를 수 있지만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이 땅에서 교회의 identity와 beyond적인 신앙의 의미를 보다 확실하게 심어주는 목회이어야 할 것이라 생각함. 특히 교회가 세상 을 염려함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이 교회 (=특히 개신교회)를 근심되게 바라본다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교회의 교회됨”을 바로 이점에서 찾아야 된다고 봄.
  
- 오늘날 한국교회의 강단에 축복복음으로 포장된 “세속”은 넘쳐나는데, 하늘 나라의 “신앙”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교회는 주일의 “신앙생활” 공동체로 만 존재하고 주간 중에는 전혀 “생활신앙” 공동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자기 자신의 나르시시즘에 함몰되어 “십자가 없는 부활승리”를 말하는 이기주의 집단으로 까지 매도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 나야 함. 우리들 교회가 “하나님 나라” 자체가 될 수는 없으나 그 나라의 “증표”로서 역할이 간절히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