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습니다





                                                                                                     전 병 금 목사
                                                                               (한복협부회장, 강남교회 담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 신영복 선생이 하루는 한 노인 목수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 노인은 신영복 선생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면서 땅 바닥에 집을 그렸는데, 그 때 신영복 선생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노인이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들은 지붕부터 그리는데, 그 노인은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지붕의 순서로 집을 그렸습니다. 그 노인이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 온 자신의 무심함이 부끄러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집을 짓는 것에도 순서가 있듯, 목회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집을 지붕부터 지을 수 없듯, 교회도 교회 지붕부터 지을 수 없습니다. 주춧돌부터 단단히 한 다음 그 위에 집을 짓듯, 교회 또한 반석을 마련한 다음에 그 위에 교회를 지어야 합니다. 집을 지을 때 중요한 것은 크고 튼실한 반석을 먼저 마련하는 것입니다. 크고 화려한 지붕부터 먼저 마련해 보아야 잘못하면 성급한 나머지 모래 위에 집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석을 마련하는 것이 보통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래는 해안가 여기저기 지천에 널려 있어 구하기 쉽지만 견고한 반석은 깊은 산골짜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박혀 있어 그 돌덩어리가 집을 지을 터라는 것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없이는 발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반석을 구하기 보다는 모래를 구해 교회의 기초로 삼고자 합니다. 모래 위에 교회를 세웠기에 빨리 지어 눈부신 숫자의 성공은 거두었지만, 그 기초가 튼실하지 않아 지금 한국 교회는 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모래 위에 세운 교회는 성도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관리’합니다. 무한경쟁을 통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적으로만 부흥하고자 하기에 모래 위에 세운 교회는 목회를 ‘경영’으로, 목회자를 'CEO'로 착각하기에 이릅니다. CEO가된 목회자는 교회를 ‘기업’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교회가 기업이 되기에 교회의 최고의 가치는 ‘사랑’이 아니라 ‘효율’이 되어 버린 지 오래고, 교회 성도는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효율적인 ‘관리’의 대상이 되었으며, 예배는 전문적인 예배 사역자들의 기능화된 ‘상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세속화로 말미암아 한국 교회의 강단은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 말씀답게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을 합리화하는 수준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강단의 설교에서 느껴지는 것은 복음을 가장한 인간의 섬뜩할 정도로 세속적인 욕망일 뿐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히4:12)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세속화된 오늘의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은 침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가 성도를 고객으로 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된 것은 교회의 대형화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수많은 성도들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화, 계량화, 통계화, 단순화, 획일화입니다. 한국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인격적으로 선포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 먼저 해야 될 것은 ‘규모’의 목회가 아니라 바로 ‘진정성’ 있는 목회입니다. 규모가 아니라 성도를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진정성 있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규모에서 벗어나 한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목회를 하는 것입니다.      
   작은 교회의 목회는 교회의 기초를 하나님의 말씀에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대형 교회는 무조건 나쁘고, 작은 교회는 무조건 좋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올곧게 선포하고 역사발전에 기여하는 대형교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부흥하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대형교회의 잘못된 점을 무한 반복하는 작은 교회도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의 크기가 어떠한 것은 복음 앞에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진정성 있게 실천할 수 있느냐입니다. 대형 교회보다는 작은 교회가 복음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기에 적절하다는 것은 우리가 긴 논의를 하지 않더라고 금방 알 수 있는 영적 사실입니다.
   작은 교회는 한 영혼을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작은 교회에서 한 영혼을 사랑하지 못하는 목회자가 어찌 백명, 천명, 만명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작은 교회는 한 영혼을 사랑함으로써 성령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큰 교회는 이미 많은 것들이 프로그램화 되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프로그램의 역사만 경험하지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작은 교회에서의 목회는 앞으로의 큰 목회를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영적인 훈련의 장입니다.
   전지전능하신 주님께서도 12명부터 시작하셨습니다. 사도 바울도 작은 인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작은 것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만 되는 단계입니다. 작은 것에서 우리가 낙망하지 않고 성실하게 영적인 씨를 뿌릴 때 열매는 성령의 능력으로 큰 것을 얻을 것입니다. 작을 때 우리는 크고 화려한 지붕에 미혹됨이 없이 감사함으로 단단한 주춧돌을 놓아야 합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마 25:11). 작은 것이 아름답습니다. 작은 교회에서 목회하시는 여러분이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작은 교회가 주님이 바라셨던 교회의 참된 모습일지 모릅니다. 목회자는 목자이고, 성도는 양입니다. 목자의 심정으로 상처 입은 양을 세심하게 돌보기 위해서는 규모가 작아야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작은 교회는 주님이 바라시는 목회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목자이신 주님도 12명밖에 안 되는 양을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결국 주님의 사랑으로 양육 받은 11명의 제자들이 전 세계를 복음화 하는 복음의 산 증인이 되었습니다. 작은 교회를 위기라고 생각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작은 교회는 성령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작지만 가장 영적인 교회에서 주님의 심정으로 복음의 참된 일꾼을 길러내는 참 목회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인간적으로는 작더라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가장 큰 목회를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