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제자의 길






                                                                                                         이 영 훈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여의도 순복음교회 담임)






막 8:34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막 8:35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제자’라는 말의 의미는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은 자, 훈련 받는 자, 스승을 따르는 자"라는 뜻이다.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누구나 신자가 되지만, 제자는 훈련을 통해서 태어난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을 믿는 신자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께 인정받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제자의 길은 때론 고난이 따르고, 희생이 따르는 길이지만, 우리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이요, 영광의 길이다. 오늘날 교회에 신자는 많은데 제자가 적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많아도 예수님을 닮은 사람은 적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수님을 닮은 참 제자, 작은 예수로 살아가자. 주님이 원하시는 제자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면 참 제자의 길이란 무엇인가?


1. 예수님을 따르는 삶

막 8:34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세상 사람들은 무언가를 따라가고 있다. 세상의 부귀, 영화, 명예, 자신이 이루고 싶은 그 무엇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따라가고 있는가? 그리스도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받은 은혜가 얼마나 값비싼 은혜인지를 잊은 채,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길을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가?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똑같이 명예, 권력, 물질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죽은 교회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나를 따르라』(1965년 국내 첫 출간 이후 45쇄 인쇄)라는 그의 책에서 “기독교인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와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는 값비싼 은혜를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받은 은혜는 하나님 아들의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루고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 값비싼 은혜를 잊어버린 채 세상의 부귀영화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 오직 예수님만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가 예수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후에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분이신 예수를 따라가야 한다. 우리의 영원한 구세주가 되시고, 목자 되시고, 스승 되시는 예수를 따라가야 한다. 인민사원의 교주 짐 존스를 따라갔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914명의 사람들이 있다. 세상 음성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주님 음성에 귀 기울이고 그 음성을 따라가라.

예수님의 참 제자는 오직 스승 되신 예수님을 믿고 의지하고, 그를 닮아가고 그 가르침을 지켜 행하고 그가 가신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예수님이 용서하신 것처럼 용서해야 한다. 예수님이 겸손하신 것처럼 겸손해야 한다. 예수님이 온유하신 것처럼 온유해야 한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며 섬기신 것처럼 마음을 다해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한다. 슬플 때도, 괴로울 때도, 가난할 때도, 부할 때도, 병들 때도, 건강할 때도, 잘될 때도, 잘 안될 때도, 목표는 오직 하나,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을 따라가라. 거기에 성공이 있다. 형통이 있다. 푸른 초장이 기다리고 있다. 참된 평안과 안식이 기다리고 있다. 영원한 천국이 기다리고 있다. 영원한 상급과 감격스런 주님의 칭찬이 기다리고 있다. 참 제자는 어떤 환난이 다가와도 주님을 끝까지 따라가는 자이다.


2. 자기를 부인하는 삶

막 8:34b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자기를 부인하고'는 곧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자기를 포기하는 것. 자기를 인정하지 않는 것. 자기를 비우는 것이다. 우리가 참 제자가 되려면 단지 물질이나 돈, 명예 등 내 가 가진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전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주님의 일을 하려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내 자신임을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하나님의 뜻과 영광을 위해서 자기 뜻과 영광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자기 뜻과 영광을 포기하지 않고 예수님을 따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주님께 고백하라.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님만이 나의 모든 것이 되십니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를 부인하지 않고 예수님을 믿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자신의 뜻을 부인하셨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서 하늘 보좌를 버리고 육신을 입고 세상에 오셔서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빌 2:6-8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와 같이 우리도 예수님을 따르려면 자기 뜻과 영광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기를 부인하는 삶은 자신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있는 자리에서 내려와 내 인생의 주인이 예수님이심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결정권을 주님께 드리고 모든 소유권이 주님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전에는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았지만, 이제는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매 순간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인정하며 이렇게 고백했다.

갈 2:20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지금 내게 주어진 생명도, 명예도, 재물도, 재능도, 학식도, 건강도, 자녀도,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하라.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예수님의 통치를 받으며 살아가라. 그리할 때 은혜 안에 살아가게 된다. 존귀한 자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자기 부인은 나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말씀의 깨달음과 성령의 도우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날마다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여 성령의 충만을 받아야 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3년 동안 예수님과 동고동락하며 직접 그분의 말씀도 듣고 기적도 체험했는데도, 그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순절 날 성령이 임했을 때에야 비로소 깨어지기 시작했다.

성령 충만하여 자기 부인의 삶을 살면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다. 성공해도 교만하지 않는다. 온갖 탐욕의 노예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남을 지배하고 싶은 욕망,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싶은 욕망,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여 역사의 중앙에 서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죄의 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사랑과 희락,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의 성령의 열매로 가득 찬 삶을 누릴 수 있다. 나를 비우고 남을 채워줄 수 있다.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며 살아가라. 자존심도 부인하라. 이기적인 욕심도 부인하라. 자기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부인하라. 사소한 일을 통하여 우리의 내면세계를 지배하려는 미운 감정, 섭섭한 감정도 부인하라. 오직 예수님만 인정하고 예수님만 나타내는 삶을 살라.


3.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

눅 9:23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자신이 져야만 하는 십자가이다. 예수님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죄 없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처럼,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예수님의 제자이기에 당하는 핍박과 순교, 억울한 고통과 슬픔, 희생과 손해를 감당하는 것. 우리 각자가 감당해야할 사명의 십자가가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교회에서,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제자이기 때문에, 주님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전도해야 하기 때문에,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져야만 하는 십자가가 있다.

막 10:29-30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 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

마가복음이 기록될 당시 로마교회 성도들은 예수님을 믿기 위해서 가족이나 직업을 포기하고 또 생명까지도 포기해야 할 위협 앞에 놓여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십자가를 지고 처형당할 각오를 해야만 끝까지 예수님의 뒤를 따를 수 있었다.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고는 그리스도를 따를 수 없었다.

우리는 어떤가? 십자가를 지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혹여 고생스럽다고 자신의 십자가를 피하여 달아나고 있지는 않는가? 나의 십자가를 다른 사람에게 슬그머니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오로지 편안한 삶만을 찾아서 도망 다니고 있지는 않는가?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고 있지는 않은가? 사명을 잃어버린 인생은 불행하다. 그러나 사명이 있는 인생은 고난을 당해도 행복하다. 무슨 일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 사명을 깨닫고 그 사명을 위해 일생을 걸라. 기쁘게 십자가 지고 가면 마침내 약속된 천국의 안식을 누리게 된다. 이로 인해 로마는 공식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섬기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예수님을 위해서 생명을 포기한 사람들이 결국 승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제자의 삶은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해 희생, 헌신하는 정도를 떠나 생명까지도 내어놓을 수 있는 결단을 요구한다.

프랑스에 가면 ‘광야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다. 이 박물관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있었던 개신교에 대한 극심한 박해를 피해, 성도들이 들판이나 산지에 비밀리에 모여 예배드리던 역사적 현장과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박물관이다. 당시 가톨릭교회의 지지를 받던 프랑스 정권은 1685년 개혁교회를 승인했던 낭트칙령(1598년)을 철회하고, 프랑스 내에 있던 모든 개혁교회를 박해했다. 개혁교회의 예배를 금지시키고, 집회에 참석하는 개혁교회 신자들에게 사형 및 종신형 등의 강력한 처벌을 선고했다. 프랑스 개혁교회는 그 당시를 “광야교회”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러한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개혁신앙을 지키기 위해 싸운 이들의 저항은 참으로 눈물겹고 감동적이다. 목사들은 잡히면 특별히 제작된 형틀위에서 모든 뼈를 부수는 참혹한 고문을 당한 뒤 사지가 절단되고 마지막에는 참수형을 당했다. 여자들은 탈출이 불가능한 높은 망대 탑 감옥에 갇혀 수십 년을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살아야 했다. 남자들은 예외 없이 끌려가 프랑스 왕의 전함 밑창에서 죽을 때까지 손목과 발목에 쇠고랑을 찬 채 노를 젓다가 거기서 죽어야 했다. 수없이 많은 성도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노예선에서 죽어갔다.

그런데 광야박물관의 많은 전시품 중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한 점의 전시품이 있다. 아마도 파선된 노예선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지는 조그마한 나무판이다. 거기에는 피골이 상접한 한 노 젓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의 손목과 발목에는 쇠고랑이 채워져 있다. 그런데 그 그림과 함께 새겨진 글귀가 너무나 가슴을 찡하게 한다.
      『 주님, 저로 하여금
         제 손목의 쇠고랑을 당신과의 혼인반지로 삼게 하시고
         제 발목의 쇠고랑을 당신의 사랑의 사슬로 여기게 하소서. 』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살자고 하니 문제지, 죽겠다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죽을 마음으로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죽어야 살고, 잃어야 얻는 것이 복음의 진리이다. 한번 총에 맞아 '땅'하고 죽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순교보다 순교적으로 살기가 더 어렵다.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 날마다 자신을 쳐서 그리스도께 복종시키는 삶이 쉽지 않다. 그래서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고 고백한다.

고전 15:31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

나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가면, 그리고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면, 부활의 능력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살고, 영원히 살 수 있다. 참 제자의 길을 걸어가자.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라. 목숨 바쳐 주의 일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