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통일신학의 정립을 위해



주도홍
백석대 교수,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들어가는 말

   21세기 세계 최대 사건은 남북의 통일이 될 것이다. 이를 향한 한국교회의 성경적 역할은 말할 것도 없이 필히 요구된다. 그렇지만 2010년 한반도에는 전운이 가득한 한 해였다. 아니 허둥지둥 피난을 떠나야 하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무고히 46명이 죽어간 천안함 사태와 6.25전쟁 이후 최초의 민간주거지역을 향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한반도가 세계 언론의 중심에서 여전히 전쟁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다시 이어질 것 같은 북한의 포격에 마음을 졸이며 2010년 한 해를 긴장 가운데 보내며 새해 2011년을 맞이해야 했다. 위장 평화니 진짜 평화이니 책임전가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말을 내뱉는 정치인들을 보며 사람들은 쓴 웃음을 지어야 했다. 그렇다면 작금의 전쟁현실은 진정한 평화라도 된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뿔난 남북관계에 뾰족한 대안도 없이 큰소리치는 것을 보면서 정치가 진정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했다. 백성을 평안하게 살게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임에도 남북의 위기 가운데서 자기성찰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남의 탓만 하는 자들의 정체를 주목하며 허탈해 했다. 세상에 어떤 평화가 진짜인지도 곰곰 생각해야 하는 시간을 가길 수 있었고, 세상에 진정한 평화가 있을 수 있는지도 물어야만 했다.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않은 예수님의 그 참 평화를 묵상하며 그리워하며, 세상에는 진정한 평화란 없고 유사평화만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인간의 역사를 싸움과 전쟁의 역사로 기억할 때 전쟁 중단의 상태 또는 휴전의 상태는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이 다스리고 주장하는 참 평화인 구약의 샬롬(shalom)과 신약의 에이레네(eilene)가 이 땅에서 구현되기란 그림자를 잡는 것처럼 요원하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반세기를 넘어 한 세기를 향하고 있는 21세기 세계유일의 남북분단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고 이를 성경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한국의 교회가 되어야 하겠다. 전쟁의 상처와 미움에서 벗어나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서로를 향한 불신을 극복하고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사랑하는 하나 됨으로 이끄는데 한국의 교회가 앞장서야 하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주님의 교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정치가들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부질없는 편싸움에 휩쓸리는 한국교회가 아니라 이제는 하나님의 지혜로 정치를 이끌고 세상을 바꾸며 하나님의 비전을 제시하는 선지자적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굳이 정치의 본질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교회와 정치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때 성경에 입각한 바른 통일신학을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그 통일신학이 어려운 한반도를 보다 바람직한 길로 이끌 것을 기대한다.


리얼해야 하는 한국교회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예수님의 성육신의 의미를 다시 기억한다. 그럼에도 한국교회에서 복음은 하늘에서 내려오다 말고 공중에 멈춰 서있다. 처절하기 까지 한 인간의 삶의 현장인 땅에까지 이르고 못하고 있기에, 구체적 현실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살아야 할지를 말해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복음은 하늘에 발을 두고 서 있을 뿐, 마땅히 내려와야 할 땅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너무 홀리한(?) 한국교회는 사람들의 생의 현장을 모르기에 말하기를 꺼려할 뿐 아니라, 그들의 땅의 삶을 쉽게 속되다 말하며 무관심 속에 방치하기에 이르고 있다. 그렇지만 실상 한국교회는 이중적이고, 이원론에 빠진 중세교회와 다르지 않다. 한국사회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제, 성도들이 현실에서 당하는 어려움에 대한 인식도 처방도 주어지지 않은 채 세상과 짝이 되어 뭔가 엉뚱한 곳에 온갖 관심을 쏟고 있다. 결국 한국교회의 문제는 세상의 문제와 다르지 않고, 구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의 문제와 교회의 문제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동일하고 물질문제와 의식주에 국한되어 있다. 한국교회가 처한 한반도의 위기에 대한 인식도 감상적이며 즉흥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고 그저 세상적이고 이념적이다. 세상과 함께 길을 잃은 한국교회는 답 없이 거센 세파에 밀려 방황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좌익과 우익으로 나누어 힘겨루기를 하며, 정치가들의 편싸움에 휘말리고 있다. 얼른 봐도 여당교회, 야당교회, 여당교단, 야당교단으로 나뉘어 꼴사납기가 도를 넘고 있다. 미래지향적이어야 할 강단의 목회자들은 흘러간 옛 이야기와 뒷 담화에 익숙할 뿐, 선지자처럼 앞서서 세상에 진리의 빛을 비추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교회에서 배울 것이 없다. 타락한 교회를 목격하는 순간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거룩하다는 성의를 벗고 일상의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성도들이 처한 리얼한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함께 생활하며 예수님처럼 그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들 속에서 그리스도를 전하고 복음을 실천하는 진정한 교회일 때 한국교회는 비로소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것이며,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을 소유하는 교회로 바뀔 것이다. 한국교회는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공공신학을 위해서 한반도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이 이뤄져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상이 어느 곳에 와 있는지, 우리의 이웃이 어떻게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치열하게 공부하며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진단도 없이 대충 처방에 뛰어드는 성급한 돌팔이, ‘고등 무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병든 세상의 영적 의사인 교회가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바른 처방을 할 수 있다. 복음과 상황은 긴밀한 대화, 복음에 입각한 냉철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의 부르심이 구체화되고, 그 소명에 순종하여 세상을 변혁하는 역동적인 교회,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작금 한국 가톨릭교회의 급성장은 한국교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공공 언론에서의 집중적 조명은 한국교회의 현실과 비교할 때 부러움과 아울러 바닥을 치고 있는 한국교회가 어디로 가야할 지를 강하게 가르친다. 사실 가톨릭교회는 사회의 어두운 곳,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늘 함께 함을 보여주었다. 신부의 복장과 수녀의 옷을 입고 위험한 곳이든 불편한 현장이든 가리지 않고 약한 자들의 편이 되어 함께 하였다. 불신자들은 이러한 그들의 모습에 감동하며 가톨릭교회에 호감을 가졌다. 최근 방영된 고(故)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그린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는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으며 가톨릭교회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 있는 선교영화이기도 했다. 예배당을 먼저 지을지, 병원을 먼저 지어야 할지 고민했던 선교사는 병원을 먼저 지었지만 결국 예배드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예배당에 갇힌 한국교회

   하나님은 사실 사람의 손으로 지은 전에 거하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행17:24) 그렇지만 한국교회는 예배당에 숨어 있다. 아니 한국교회는 예배당에 갇혀 있다. 여전히 한국교회는 예배당에서 이뤄지는 종교행위를 신앙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예배당 안에서 행해지는 몇 가지 레퍼토리에 합격이 될 때 훌륭한 성도로 평가받는 한국교회의 신앙 기준은 교회 밖의 현장의 삶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무지 또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실 한국교회에 속한 경건하다는 성도들이 예배당 밖에서 그 어떤 구체적 삶을 실행하기는 어떤 면에서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예배당 안에서 행해지는 종교행위를 하는데 소모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예외 없이 매일 새벽을 깨우는 새벽기도로 시작해서 제자훈련, 소그룹 성경공부,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 구역예배, 심방, 토요일 회의, 파죽음이 되어 귀가해야 하는 주일 교회업무는 전문직인 목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과연 한국교회의 성도들은 세상에서 복음을 구체화하는데 여력이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을 얻었을 뿐 아니라 그 생명을 풍성히 누리는(요10:10하) 천국을 맛보는 성숙된 교인, 교회로 나아가지 못함을 주시할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앨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E. McGrath)는 근본주의 교회의 문제를 신학적 배타주의와 세상에서의 영향력 상실로 지적한다. 이러한 교회의 실상이 한국교회를 향하여 ‘개독교’라고 불림을 받기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교회를 향한 세상의 상식과 최소한 기대가 전혀 충족되지 못한 채 자기들의 배를 불리는데 모든 에너지를 다 쏟는 그 교회를 향하여 그렇게 욕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냥 기독교가 싫어서도 그럴게 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불신자들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들 모두가 비 기독교인이고, 기독교에 대한 미움 때문에 꼭 그랬을까 돌아보게 된다. 어쩜 기독교에 대한 기대와 그로인해 가질 수밖에 없었던 실망 때문에 그러지는 않았을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욕하는 상당수가 교회 안에 속한 교인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내동댕이친 한국교회는 결국 진정으로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을 모른 채 하는 무책임, 비도덕을 범하기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북한사랑을 외치는 설교, 남북분단을 넘어서는 통일을 주제로 한 설교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남북의 분단은 한국교회의 문제

   벌써 두 세기에 걸친 지난하고 잔혹한 한반도의 허리 잘림으로 남북의 잦은 불화와 싸움, 그로인한 한숨소리와 눈물은 그냥 지나칠 일개 국가의 집안사가 아니다. 21세기 남북분단은 미국,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문제 그리고 당사자인 남북의 십자가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일본의 문제란 세계의 문제라는 말이다. 지난 2010년 남북긴장의 고조는 극에 달했으며 주변국을 재무장으로 이끌고 있는 우울한 현실을 본다. 일본의 방위성장관과 한국의 국방장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한동맹을 간구하는 낯선 현실을 본다. 남북문제는 세계문제, 세계평화의 문제, 전 인류의 과제이다. 지구촌은 이제 나누어 생각할 여러 개가 아니다. 세계의 문제도 하나이고 해결책도 글로벌이다. 세계경제도 글로벌이고 세계위기도 글로벌이다.
   한국교회가 알아야 할 일이 있는데, 남북의 문제는 정치가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치가들이 풀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인간의 근원적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 인간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기를 원한다면 남북분단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들은 남북의 문제를 자신들만의 문제로 주장하며 독점해 왔고, 종종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어느 사이 국민들을 학습했고, 이미 그렇게 생각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우리 가운데 있다. 그러는 중 남북의 문제는 정치가들에게만 일임하게 되었고, 문제는 시계추마냥 늘 제자리에 와 있고 현실적으로 전혀 진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정치가들에만 남북문제를 맡기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모든 국민의 과업과 일로 되찾아야 와야 한다. 분단으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 문화적, 국가적, 국방위적, 세계적, 환경적, 교회적, 선교적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게다가 분단, 그로 인해 불청객으로 찾아오는 증오와 미움은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황폐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교회는 주목해야 한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형제를 향한 정죄, 미움 그리고 증오의 학습화가 교회에 찾아 들어와 한국교회의 분열은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 있다. 작디작은 땅 남한에서 학연, 지연, 혈연에 따른 비정상 뭉침으로 인한 쪼개짐은 정치 일 번지를 위시한 곳곳에서 조금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당연시 되고 있다. 남북 분단을 핑계로 그리고 이념을 핑계로 한 피 받은 동포를 향한 미움과 원수 맺기를 주저하지 않은 인간의 죄악이 노골화되어도 수치를 모르는 현장이 한반도이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경제대국을 외쳐도 집안싸움이 잦은, 집안이 불화하는 국가일 때 선진국의 품격과는 거리가 먼 졸부의 나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교회강단에서는 그토록 말씀에 따른 순종과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빨갱이’를 향한 미움과 타도를 스스럼없이 외치는 현장이 한국교회이다. 이념으로 두 동강이 난 한반도는 한국교회의 수치이며, 세계선교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 분단의 극복, 하나 되는 통일,  남북의 용서와 화해는 마땅히 한국 교회의 과제, 한국교회의 가장 큰 기도의 제목으로 가져와 매달려야 한다. 분단을 극복하는 남북통일은 21세기 한국교회의 세계 교회사적 과제이며 새 일을 향한 출발점임을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21세기 사마리아

   이념에 발목 잡힌 한국교회는 복음의 능력을 실감하지도 누리지도 못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빵을 이야기하며, 그 빵이 소외(Endfremdheit)된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었다. 성경은 빵만으로 살지 못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수 있음을 가르친다. 그러기에 영적 차원의 기독교와 육적 차원의 공산주의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아이디어이고, 복음은 하나님의 지혜로 주먹 불끈 쥐고 서로 싸우고 대결해야 하는 상대가 아니고, 허구를 추구하다 상처 입은 그들을 품고 싸매고 치유해야 하는 그 유일한 해결책일 뿐이다. 물론 한국교회는 6.25전쟁으로 인해 공산주의자의 미움의 대상, 피해자가 되었고, 여전히 그 아픔과 상처가 한국교회 곳곳에 배여 있다. 그러기에 십자가의 피로 그 상처가 치유되고 건강하게 회복되는 용서와 화해의 은총이 한국교회에게 우선 있어져야 한다. 비로소 ‘상처 입은 치유자’로 한국교회가 새로워져야 한다. 일제가 무참히 한국인을 짓밟았지만 어느새 한국과 일본은 손을 잡고 있다. 일제의 신사참배의 강요로 주기철 목사 외 수많은 한국교회의 크리스천이 무참히 희생당했다. 그런데도 북한을 대하는 것과 일본을 대하는 자세에서 한국교회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북한을 향해서는 공산주의 이념을 향한 한국교회의 적대적 감정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념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사랑이 바로 역할을 할 때만이 한국교회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하나님을 떠난 탕자와 같은 마음으로 파라다이스를 꿈꿨던 물질주의자들은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와야 할 죄인들이다. 한국교회는 그들의 상처와 문제를 긍휼히 여기며 그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사랑으로 그들을 감동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 어느 곳보다도 하나님의 사랑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장이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처한 절박한 북한임을 인식해야 한다. 공산주의자들을 포함한 누구든지 복음 선포의 대상이다. 주님이 찾으실 21세기 사마리아는 북한 땅임이 분명하다. 북한은 미워하고 정죄하며 싸우며 타도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할 수 있는 대로 평화하며 복음을 전해 줄 선교의 대상임을 인식해야 한다. 분명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빵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복음 그리고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다. 완강히 거부하며 죽일 것 같이 덤벼들지라도 꼭 전해주어야 할 메시지는 그들의 상처를 씻어 치유하며, 죄악을 용서하는 소망의 생명, 십자가의 복음, 용서하는 부활의 능력이다. 한국교회가 이제는 이념도 기꺼이 뛰어넘는 복음의 놀라운 능력을 실천하고 체험할 때만이 21세기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과 과업에 순종하며 완성하는 복 있는 교회가 될 것을 확신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이제 한국교회가 성경적 교회, 성숙한 교회로 거듭나야 할 것을 강권하고 있는 것이다.(고후5:14)


성경적 관점을 찾아야

   언론이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크고 막강하다. 그렇지만 한국교회는 조․중․동 신문을 따라 통일을 이야기해서는 안 되며, 한겨레․경향신문을 따라 앵무새처럼 설교해서는 안 된다. KBS, MBC, YTN, SBS 등 특정언론을 따라 흔들리는 설교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요구되는 개관적 지식이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강단에서 목회자들은 언론의 일방적 논조를 따라 함부로 말하지 말 것이며, 여당과 야당의 관점을 따라 부화뇌동하지 않아야 한다. 깊은 묵상과 기도를 통해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며 인식한 후,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하나님의 관점에 서서 치열하게 성경적으로 생각하고 정리하여 말해야 한다. 목마른 세상은 진리의 음성을 듣기를 대망한다.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방황하며 진리의 생수에 목말라 있는 세상에게(암8) 생명 넘치는 성경의 음성을 한국교회는 분명하고 바로 들려주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성경을 통하지 않고, 성경에 의하지 않고, 성경의 관점을 몸부림치며 확정하지 않은 채 강단에서 말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성경의 진리, 하나님의 음성을 선포한다는 명목 하에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어려울 땐, 아니 잘 모를 땐 성도 각자가 기도하며 성경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설교자는 차라리 침묵하며 길을 열어두는 것이 양심적이고 바람직하다.  
   한국교회가 북한 문제를 다룰 때 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는 데, 성경적 관점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토록 성경적 진리를 강조하다가도 남북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 한국교회는 너무도 쉽게 확신가운데 이념적으로 말하고 만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지, 성경이 그에 대해 과연 어떤 입장을 갖는지를 고민하며 물으려 하지 않는다. 증오를 동반한 톤 높인 목소리로 강한 반공의식을 제시하면 만사 오케이로 정답 중의 정답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의 여지가 없다. 이미 한국교회에 모범답안이 주어졌다는 듯, 반석 위의 세워진 집처럼 전혀 흔들림이 없다. 강한 반공주의자를 강한 신앙의 소유자인 것으로 동일시하기 까지 한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고 한국적이고 특수하다. 반공주의자가 꼭 바른 크리스천은 아니라는 엄연한 한 가지 사실만을 기억할 때이다. 질병과 굶주림에 처한 북한을 예수님의 긍휼과 사랑으로 돕는 기독교NGO을 빨갱이로 매도하는 자들이 한국교회 안에 적지 않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예수님이 가난한 자와 병든 자를 도우실 때 아무 조건 없이 그들의 편에 서서 일하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남북관계가 연평도포격 같은 일이 생기고 대북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교회의 북한지원 사업은 금방 속마음을 드러낸다. 교회로부터 모금이 되지 않아 기독교대북NGO들은 일을 중단해야 하는 어려운 형편에 봉착하고 만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독교대북NGO들은 거의 절망적 상태에 놓여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는 단적으로 한국교회의 북한사랑 내지는 지원이 비성경적이고 감정적이며 감상적이며 뿌리가 깊지 못하다는 말이다. 조건 없이 형제의 어려움에 동참하셨던 예수님의 모습, 선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 갈 것을 요구하셨던 예수님의 말씀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원인을 분석해 보면 여전히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있는 반공이념이 복음의 원리를 앞질러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빨갱이들, 어쩔 수 없단 말이야! 도와줘도 소용없어!” 이러한 언사, 태도, 모습은 지금까지 북한동포를 사랑하며 시행했던 모든 일들이 불에 타버린 재처럼 허사로 끝나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 한국교회가 복음의 반석 위에 굳건히 세워지는 성숙한 교회로 거듭나야만 한다. 크리스천은 더 이상 육체를 따라 판단하지 말 것이며 세상 관점으로(from a worldly point of view)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고후5:16) 그 대신 예수님의 관점, 하나님이신 성령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행동할 때 그런즉 그리스도 안의 새 사람이 된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 우리가 생각건대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었는즉 모든 사람이 죽은 것이라. 저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심은 산 자들로 하여금 다시는 저희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오직 저희를 대신하여 죽었다가 다시 사신 자를 위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이제부터는 아무 사람도 육체대로 알지 아니하노라.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도 육체대로 알았으나 이제부터는 이같이 알지 아니하노라.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났나니 저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저희의 죄를 저희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신이 되어 하나님이 우리로 너희를 권면하시는 것같이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간구하노니 너희는 하나님과 화목하라!”(고후5:14-20) 아멘.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함

   사도 바울은 로마교회를 향해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롬1:16)라고 말한다. 복음은 하나님의 능력이 되기에 그 능력의 복음을 전할 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말씀은 조금 더 나아가면 그 복음대로 살아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바울의 고백으로도 해석하게 된다. 그 복음의 음성을 순종할 때 틀림없이 사람들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고 믿고 그렇게 사는 것을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복음이 예배당 안에서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 복음을 우리의 어려운 삶의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로 받는다. 남북의 분단 현실에, 북한 공산당을 상대할 때,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북한정권을 대할 때도 이 복음의 음성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틀림없이 하나님의 능력인 복음이 놀라운 일을 한반도에 가져온다는 점을 믿는 것을 확신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받아야 할 것이다. 성경이 답이다는 말이다. 그렇게 성경을 강조하다가도 얄미운 북한공산당을 대할 때 순간 복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12:19,20) 이 말씀에서 하나님의 분명한 음성을 듣는다. 첫째, 공의를 위한 원수 갚는 일은 하나님의 업무이다. 인간들이 하나님의 업무를 침범하지 말라. 둘째, 원수가 어려울 때 섬기며 사랑하라.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라. 셋째, 인간의 원수 사랑이 결국 하나님의 공의를 낳는다. 하나님의 공의의 숯불이 사랑의 분량만큼 쌓인다. 참으로 귀한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린다. 그렇지만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원수관계에서 인간 자신들이 직접 공의를 산출하려 함에 있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이루시는 공의의 지혜는 십자가의 길(via dolorosa)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신적, 영적 차원이 전제되어야

   현대인들은 빵만으로 살려고 하고 그 빵만이 삶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삶의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후, 탈진 상태에서 별생각 없이 21세기 IT산업에서 방출하는 모든 정보들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물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고난스런 한반도의 분단 그를 극복하는 통일을 향해서도 그들의 일상처럼 세상 관점(worldly viewpoint)으로 일견한 후, 먼 산 바라보는 듯하다. 종종 정치가들에게 눈길을 주며 그들이 언론을 통해 뱉어내는 몇 가지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하여 의식 있는 시민으로 행세한다. 그렇지만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추구되는 남북의 통일(Vereinigung)만으로는 한반도에서 진정한 하나 됨(Einheit)에 이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40배의 우월성과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한 쪽이 여러 면에서 약하고 모자라는 상대를 너그럽게 이해하고 포용하고 손에 손을 잡는 넉넉한 사랑에로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선 보다 다른 차원의 준비, 곧 정신적이고 영적 차원에서 구현되는 용서와 화해 그로인해 자리 잡는 평화 샬롬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하다. 독일통일에서 찾아온 사람의 통일은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보다 성숙된 한국교회로 자라 21세기에 주어지는 한국교회의 소명에 충실하게 임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인간의 이념을 뛰어넘는 예수 십자가의 복음 위에 굳건히 서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인 분단을 성찰하고 그 분열을 극복하는 하나 됨을 성경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거룩하신 예수님의 장성한 인격의 분량에 미친 성숙한 크리스천이 될 때, 창조적 소수자 한국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이미의 통일론’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에로의 권력세습을 앞두고 북한에서는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남쪽을 향해서는 더욱 예측불허의 위험한 행동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거기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시간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여 점점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측한다. 머지않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미국의 본토까지를 겨냥할 것으로 생각할 때 북한문제는 이제 태평양을 건너 세계의 문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미국 합참의장의 입을 통해 밝혀지고 있어, 북한을 통한 지구촌의 긴장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때 평화를 지키는 책임(peacekeeper)을 갖는 정부는 최선을 다해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고, 남북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하여 국민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데 있어 최선의 정책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평화를 창출해야 할 사명(peacemaker)을 가진 교회가 할 일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의 문제아 형제 북한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인내와 사랑으로 섬기고 돕고 봉사하며 함께 고난에 동참함으로 북한의 위정자들을 포함한 북한동포를 감동시켜 그들의 무디어진 양심을 회복시켜주는 일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세계만방을 향해 그리스도의 사랑의 위대한 힘을 깨우치는 데 갖은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믿음이란 십자가의 사랑을 믿을 뿐 아니라, 굴곡이 많은 삶의 현장에서 그 사랑이 가져올 놀라운 열매들을 바라고 동시에 믿는 것이다.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은, 다르게는 복음의 요청대로 살아갈 때 틀림없이 놀라운 일이 패역한 세상에서도 이뤄진다는 확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로 받는다. 20세기 말 뜻밖에 찾아온 독일의 통일은 전혀 정치적으로 기대할 수 없었다. 결국 사람들은 독일통일을 ‘조용한 개신교 혁명’으로까지 묘사하기에 이르렀다. 동서독 분단 하 서독교회의 인내하는 사랑, 특별한 유대관계, 성육신의 사랑의 실천, 실천적 대화, 이념을 초월한 복음적 사랑 구현, 루터 500주년 기념대회를 위시한 빈번한 동서 교회의 교류와 만남, 니콜라이교회의 촛불기도회가 거대한 역할을 하였음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정치를 뛰어넘고 이념을 초월하여 복음적 확신 속에서 오직 십자가의 사랑으로 배고픔, 추위, 질병, 인권유린으로 인해 죽어가는 2400만 명의 이웃을 향해 순수한 사랑을 조건 없이 베푸는 일이다. 그럴 때 아직 땅은 분단이지만 그 분열을 넘어 하나 되는 통일을 벌써 맛보게 될 것이다. 적고 작은 통일의 맛보기들이 여기저기 우리 사이 축적되어질 때 남북의 불신과 반목질시, 싸움과 불화를 넘어 어느 순간 통일이 찾아올 것을 기대한다. 신학적으로 천국을 이야기할 때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의 천국으로 설명하듯이, ‘아직’ 분단이지만 진정으로 한국교회가 성령의 은혜로 예수님의 심정을 가지고 북한동포를 사랑할 때 ‘이미’의 통일을 당겨 누리게 되고, 보다 자연스럽게 그 바라던 통일도 현실로 찾아오게 된다는 말이다. 아직 크리스천은 이 땅에 살아도 천국을 누려야 하듯이, 아직 휴전선이 남북 사이를 법이 가로막아도 크리스천은 이미 통일을 누릴 수 있다. 이 ‘이미의 통일론’(the already unification theory) 또는 ‘선취통일론’(the theology of already unification)이야말로 한국교회가 붙잡고 따라야 할 성경적 통일론일 것이다. 운명론적으로 통일 후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교회는 기회주의이며 주인에게 책망 받아야 할 게으른 종이다. 힘든 남북관계에 있어 견지해야 할 한국교회의 바른 성경적 태도와 실천은 한국교회의 영적 성숙을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한국사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한국교회를 존경하게 되는 전환점 내지 출발점이 있다면 민족의 한숨과 눈물인 분단을 극복하는데 있어 드러나는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역할이라 하겠다. 실추된 한국교회의 위상이 회복되기 위해선 21세기 하나님이 한국교회에게 부여하신 숙제, 곧 분단을 넘어 통일로 그리고 7500만 민족이 미움을 넘어 용서와 화목으로 나아가는 데 맡겨주신 일에 순종할 때이다. 그럴 때 하나님은 본격적으로 통일한국에 세계가 놀라고 환호하는 거대한 새 일을 부여하실 것을 기대한다. 그것은 한국교회에 주어지는 일로 예수님의 최대 지상명령을 성취하는 그 어떤 일일 것임이 틀림없다! 그것은 또한 다시 오실 우리 주님의 재림과도 어떤 점으로도 상관되어질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