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김준곤 목사님: “복음의 불씨를 끊임없이 나누시며 사신 분”

디모데후서 4장 6~8절




CCC대표   박성민 목사




인생의 수많은 순간들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흘러갑니다. 기억 속에 남을 만큼 실존적 의미가 없기에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2009년 9월 29일의 한 순간은 기억 속에 지우기 힘들 만큼 각인되었습니다. 김준곤 목사님이 소천하신 까닭입니다. 본문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도 바울이 자신의 인생을 평가한 고백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김준곤 목사님께서는 본문의 말씀처럼 사셨습니다. 의학적으로는 미스터리라고 할 만큼 고통 하나 없이 무의식 상태를 약 35분 정도를 겪으신 후 마치 주무시듯 영원한 본향으로 떠나셨습니다. “운명하셨습니다. 11시 11분입니다.”라는 간호사의 말이 목사님이 삶을 마감하신 순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는 잠시 ‘마실다녀 오시려’ 비우신 듯한 느낌입니다.
김목사님에 대한 수많은 기억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갑니다. 그 중에서도 학생들에게 자주 외치신 ‘백문일답(무슨 질문을 하여도 답은 ‘예수 그리스도’ 하나)’의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언급하실 때 눈물을 글썽이시던 모습이 많인 떠오릅니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청년’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청년의 가슴을 지니고 사역을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마치 자전거를 타듯 쉬지 않고 사역의 페달을 돌리시며 사시다가 떠나셨습니다. 고된 순례자의 삶이었기에 영원한 안식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의 빈자리가 우리들에게는 허전함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킵니다. 목사님을 추모하며 그분이 어떤 분으로 남아 있는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봅니다.


1. 그분은 우리들의 멘토(Mentor)입니다.
사람들마다 김 목사님과의 다양한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분께서 주신 많은 조언과 가르침이 어록이 되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고민거리를 들고 의논을 드릴 때면 답을 주시면서도 그래도 기도해 보라며 하나님의 뜻을 묻도록 말씀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때로는 불같이, 때로는 잔잔한 파도와 같이 필요한 말씀과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사자후를 토하듯 복음의 메시지로 도전 하셨으며, 눈에 가득 고인 눈물로 듣는 이 모두를 감동시키기도 하셨습니다.
그분은 평생을 가르치시며 사신 분이었습니다.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고난으로 점철된 수많은 경험을 하셨기에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사로잡혔던 것 같습니다. 마치 거친 파도가 훌륭한 선장을 만들어 내듯 목사님의 삶 속의 수많은 비극과 고난이 그 분으로 하여금 뛰어난 멘토가 되도록 했습니다. 당신의 불 같은 성격 때문에 때로는 화를 내셨다가도 후회하시며 그 마음까지 나누시던 모습은 멘토링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간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음을 말씀 드렸을 때 그 길이 평생 외로운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간사의 삶은 ‘대학의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이기에 외롭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와 같이 제자들이 남아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졸업과 함께 떠나 보내는 것이 간사의 사역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알고 시작해서인지 그 사실을 경험하며 섭섭함도 외로움도 느끼지 않습니다. 강을 건넌 이들이 뱃사공을 잊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장례와 추모예배에서 경험했기에 오히려 감사함이 넘칩니다.


2. 그분은 우리들이 닮아야 할 모델(Model)입니다.
목사님은 한 번도 사도 바울과 같이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된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신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분을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언제나 닮고 싶게 만드셨습니다. 진정한 교육은 ‘가르쳐 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도록 하는 것’ (not taught, but caught)이라는 말이 있듯 말입니다.
우리 민족의 통일이 되는 그 순간까지 매일 아침을 금식하기로 작정하시고 평생을 지키며 사신 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때를 좇아 “이런 유는 기도와 금식 외에는 나가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며 모두에게 금식기도에 동참하도록 종용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유난히도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가 많았습니다. 조국이 어려운 상황을 보시며, 심훈의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에서 광복이 되면 몸의 가죽을 벗기어 북을 만들어 치겠다는 부분을 낭송하실 때 감정이 복받쳐 오던 때가 기억납니다. 사회의 상황을 보며 특별히 “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음”(사 1:6)을 안타까워하시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김목사님은 주님을 향한 헌신을 더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신앙적 삶의 모델이셨습니다.
목사님께서 돌아가신 11시 11분이라는 그 순간을 통해서도 우리들에게 1.1.1. 기도를 기억나게 해주셨습니다. 기도의 중요함에 더해 최소한 모든 이들의 기도에 동참하고자 만드시 ‘하루 한시에 한번 일분씩’이라도 기도하자고 만드신 기도운동이었습니다. 본향으로 떠나시는 순간까지도 우리들에게 1.1.1.을 각인시켜주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문자적 의미로 마지막 순간까지 모델의 삶을 사신 것입니다.
목사님은 또한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사신 분입니다. 굽과 바닥을 수없이 갈아가며 15년 이상을 신으시던 구두 한 켤레는 목사님의 검소함을 잘 보여줍니다. 와이셔츠 상자를 버리지 않으시고 적당한 크기로 자르셨습니다. 그것은 메모지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그분의 양복 상의 주머니에는 늘 들고 다니시며 메모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성 프렌시스를 유난히도 많이 언급하시던 목사님의 설교는 그분의 소박한 삶과 일치합니다. 인도의 성자인 간디는 “1년마다 한 명씩 성 프란시스가 태어난다면 인류의 구원은 보장될 것이다”라는 말을 생각해 봅니다. 물질주의에 젖어 살고 있는 이 세상 속에서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를 생각하게 만드십니다.


3. 그분의 모두의 영적 아비(Spiritual Father)입니다.
아버지의 특징은 아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입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듯 아버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녀를 사랑해 주는 분입니다. 김 목사님의 삶을 보면 그분께 깊은 상처를 드린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제자들까지도 그 속에 있었습니다. 마치 예수님을 배반한 가룟 유다에 비유할 사람도 그 중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아버지처럼 아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받아주시고 넘치도록 베풀어 주셨습니다. 때로는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이야기 속의 큰아들처럼 불평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러한 모든 것은 그분의 마음 속에 아버지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외부 사람들이 간사들을 힐난할 때도 간사들의 편이 되어 주셨습니다. 김목사님은 모금하며 사역하는 간사들의 삶을 늘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새로운 모금훈련 도입을 통해 간사들의 후원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보고 드릴 때 무척이나 좋아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뿐 아니라 김 목사님은 손자손녀들에게는 항상 자상한 할아버지였습니다. 화장지를 말아서 아이들의 귀를 살살 간질이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이들에게 결코 불쾌함을 드러내시거나 화를 내신 적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자녀들에게 목소리조차 높인 적이 없었다는 김윤희교수의 개인적 고백과도 일치합니다. 너무나 인간적이던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손자손녀들의 마음 속에 그분은 남아 있습니다.


4. 그분은 우리 모두의 친구(Friend)입니다.
요즘같이 친구라는 단어가 희석된 시대에 김 목사님을 친구라고 부르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친구의 의미는 온라인에서 맺는 일촌과 같은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서는 주님이 “너희는 내가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요 15:14)고 말한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 구절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라 동일한 진리에 헌신한 ‘동지’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살아계실 때뿐 아니라 소천하신 후에도 동일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 제자의 삶을 살기를 원하며 학원 복음화, 민족 복음화 및 세계 복음화에 헌신하고, “민족의 가슴마다 피 묻은 그리스도를 심어 이 땅에 푸르고 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의 구호를 가슴에 새기며 그분의 친구답게 사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부름 받은 곳에서 묵묵히 그 일을 행하며 살겠습니다. 참 진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르쳐 주시고 그분께 헌신하도록 하신 김 목사님은 우리들의 영원한 친구입니다.




5. 그분은 헌신과 연합을 향한 작은 불꽃(fireseed)입니다.
목사님이 소천하셨을 때 조문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수십 년이 지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나사렛형제들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목사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목사님의 사역을 통해 그들의 삶 속에 복음의 불씨가 옮겨졌다는 점입니다. 그 불씨는 뜨거운 마음이었으며 감동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불꽃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부름을 받은 사역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김 목사님의 삶은 한마디로 복음 전파와 선교를 위한 불쏘시개였으며 하나의 불씨였습니다. 목사님을 사랑하는 모두는 불씨가 됐습니다. 작은 불씨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듯 동일한 일을 지속적으로 함으로 지상명령 성취를 향한 행보를 지속해야 합니다.
불씨의 역할은 목사님의 생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소천하신 후 장례의 모든 과정 속에서 CCC 공동체를 더 강력하게 묶어 주셨습니다. 장례식장의 옆방은 마치 홈커밍의 장소가 된 듯했으며, 새로운 헌신과 연결의 장소가 되었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열정이 식어 버린 이들에게 다시 불을 지피는 불꽃의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이제 작은 불꽃이 된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목사님이 못 다 하신 일들을 일궈 나갈 것입니다. 새로운 부흥과 헌신의 불을 일으킬 것입니다. 민족 복음화를 향한 성시화 사역을 비롯한 다양한 사역에 CCC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입니다. 하늘나라로 가시면서 새롭게 시작하신 회복의 역사를 새로운 동력으로 이끌며 큰 물꼬를 터야 할 때입니다.

김 목사님, 우리들의 멘토로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니 감사합니다. 남겨 주신 교훈들을 새기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의 삶을 살아나가겠습니다. 우리들이 좇아야 할 모델이 되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특별히 주님 사랑과 더불어 나라와 민족 사랑의 본이 되는 삶의 모습을 본받아 동일한 삶을 살겠습니다. 영적인 아버지가 되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베풀어 주신 사랑과 관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들도 다른 이들의 영적인 아버지가 되어 충성된 아들들을 키워내겠습니다. 진리를 가르쳐 주심으로 같은 진리를 붙잡고 사는 친구가 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길과 진리와 생명 되신 예수님을 끝까지 사랑하신 목사님의 모습을 닮는 모습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우리들에게 열정과 헌신의 불을 전달한 불씨가 되어주심을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도 승법 번식하는 불씨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응원해 주시고 계심을 믿습니다. 우리의 인생 중에 당신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제목이 됩니다. 다시 만나는 그 순간을 고대합니다. 사랑합니다. 목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