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소망과 기도>

이수영(새문안교회 담임목사)



   또 새해를 맞았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말할 때 무슨 복들을 생각하는 것일지 생각해봅니다: “장사나 사업이 잘 되는 복인가? 땅값이나 부동산 값이나 주식 값이 많이 올라서 물질적으로 큰 이득을 보는 복인가? 승진이 잘 돼서 명예와 수입이 한꺼번에 올라가는 복인가? 자녀의 대학진학, 취직, 혼사 같은 일이 잘 돼서 기쁜 일인가? 온 식구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는 일인가? 그런 일들이 결코 하찮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니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모든 복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누구에게 복 받으라 하던 그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복 주시기를 빌어야 할 터인데 새해 벽두에 하나님께 너도 나도 구할 만큼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다른 일은 없는가? 주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소망하며 기도하기를 원하실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기도에는 우리 자신의 일상사에 관해서 구하는 내용은 단 하나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것밖에 없습니다. 오늘 하루 먹을 양식 주실 것을 구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씀하신 주님의 의도는 사실은 조금만 달라고 기도하라 가르치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먹을 양식을 구하는 것 같은 그런 기도를 하지 말라고 가르치시는 데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마6:8) 이미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상사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는 우리가 구하기도 전에 이미 하나님께서 다 알고 계시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고 기도하라 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매일 매일의 삶을 책임지신다는 믿음을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하루 분의 양식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오늘만 책임지시는 것이 아니라 내일도 모래도 글피도 책임지실 것이라는 신뢰의 표시입니다. 따라서 그런 먹을 것에 대한 기도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또한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6:25-26) 하셨고 또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6:31-33)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되기를 구하는 것인가? 그 답을 우리는 바로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기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기도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것이란 다름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거룩하게 여김을 받고, 하나님의 나라가 오며,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하며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가 시험에 빠지지 않고 악에서 구원받기를 구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먼저” 구하라 하셨습니다. 그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언제나 다함께 마음에 가져야 할 가장 큰 소망은 그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고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첫 번째 기도는 다름 아닌 그 기도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날마다의 기도와 함께 2009년 새해에는 특별히 세 가지 소망을 가지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오늘 이 시점에서 온 국민의 가장 간절한 소망은 무엇보다도 나라경제의 회복일 것입니다.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하루 속히 나라경제 살리는 데 전력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기 위해 사람들이 탐욕을 버리도록, 특히 이기적인 탐욕을 버리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나라경제의 회복을 위해 저 정치권이 먼저 정신 차리고 제 자리로 돌아오기를 소망합니다. 국회가 정상화되고 다시는 폭력과 파괴를 일삼아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시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로 다시 부정과 부패와 비리가 만연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국민의 양심과 도덕성이 오히려 예민해지고 고양되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진정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한국교회가 변화하고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성숙해지는 것도 중요한 기도의 제목입니다. 갈수록 커진 사회와의 거리가 좁혀지기를 소망합니다. 악과는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이 세상을 품고 섬길 수 있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사회가 교회를 향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할지라도 이 사회를 품고 섬기기를 힘씀으로써 사회로부터 잃어버린 신뢰와 사랑과 존경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러기 위해 교회가 내적으로 성숙하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나누고 섬기는 일에 더 힘을 쏟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교회 안팎에서 겪는 시련과 불리한 여건이 한국교회에 연단이 되어 오히려 각 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고 그리스도인 각자가 더 신실한 삶을 살게 되는 계기가 되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오늘의 위기가 도리어 영적인 각성과 성숙의 기회가 되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국민이 더욱 하나님을 찾게 되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더욱 간절히 하나님을 붙들게 하셔서 교회가 다시 부흥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반기독교 세력이 계속 확산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교회는 참으로 거칠게 공격받고 험하게 상처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연단을 통해서 정금같이 빛나는 교회로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이단사이비들의 발호를 막아주시고 타종교들의 부당한 공격이 사라지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기독교가 그 신앙의 순수성과 고유성을 지키면서도 타종교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혜와 세련됨을 갖출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북한동포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북한동포들이 인간답게, 자유롭게,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날을 하루 속히 허락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우선 당장 그들이 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빙되기를 소망합니다. 교회예산의 1% 이상을 북한돕기기금으로 적립해나가는 운동이 전국교회로 확산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