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소망과 기도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2009년은 회복의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 보면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이 모두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였다. 세계 경제 침체라는 쓰나미가 우리를 예외로 인정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IMF 경제 위기의 악몽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우리에게 닥친 세계 경제 침체는 10여 년전 경험했던 경제 한파보다도 춥고 처절한 겨울을 맞이하게 했다.
  교회 또한 경제 한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IMF 당시 사회적으로 고통을 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절망적 상황과 낙관의 기미를 찾아보기 힘든 지표들 가운데서 맞이하고 출발하게 된 2009년에 대한 전망은 기대보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이러한 때  앞장서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교회가 힘써야 할 목표들을 다음과 같이 세우고 기도하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첫째, 연합과 일치를 이루어가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깊은 상처 중에는 분열이 있다. 특히 올 해는 장로교 통합측과 합동측이 분열된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50년은 희년으로 “서로 화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도려낸 상처에서 새 살이 돋는 것과 같이 분열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워야 할 것이다. 작년 9월에 제주도에서 장로교 4개 교단 목사, 장로 4,000여명과 성도들 1,000 여명이 모여서 장로교단 분열 50주년을 참회한 바 있다. 이처럼 분열에 대한 회개와 더불어 연합과 일치만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갈 수 있음을 한국교회 전체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연합을 위한 로드맵까지 완성하고도 뜻을 이루지 못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한국교회라는 한 지붕 아래 들어서 화합하고 협력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둘째, 영성을 회복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황폐화해가는 교회의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사랑”, “인간사랑”, “창조세계 사랑”을 구분은 하되 분리하지 않는 三愛一致의 영성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영성은 본래 삼위일체 하나님의 우주적 코이노니아를 통해서 하나님과 인간과 창조세계의 관계 안에 있는 영성이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경건훈련의 폐단과 비효율성을 지양하고 건전한 영성훈련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각종 이단 사상과 세속적 가치관이 교회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경건의 능력을 약화시킨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심성과 문화에 잘 맞는 영성이 한국교회를 통해 보급되어 교회를 살리고 사회에 거룩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셋째, 도덕성을 회복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본래 기독교는 사회를 선도하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지며 이 땅에서 복음을 전했다. 그런데 오늘날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비쳐지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와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믿음’과 ‘행함’은 선택적 가치가 아니라 복음의 온전성과 통전성을 이루는 두 축임을 기억해야 하겠다. 교회는 성도들이 예배당 밖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서 사회의 기준을 앞서는 도덕적 우위를 보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관행적으로 지속되어온 교회의 폐단은 과감히 정리해야 하겠고 성도들에게도 가정과 직장에서 당장의 이익과 편리를 추구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가질 것을 요구해야 한다.
  

넷째, 섬김과 나눔 사역이 강화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복의 개념은 소유개념이 아니라 나눔의 개념이다.  나눌 것이 있는 사람이 복된 사람이요(창12:1-2)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는 사람이다(행20:35).  우리가 채우는 목적은 영원토록 소유하기 위함이 아니요, 나누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채우기만 하고 나누지 아니하면, 그것은 사해처럼 죽은 바다가 된다.  
  또한 성경이 가르치는 더러움 없는 경건은 고아와 과부를 환난 중에서 돌보는 것이며(약1:27), 주린 자에게 식물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사58:6).  한국교회는 아직도 이원론적인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을 구별하고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에서 사회봉사를 부차적인 사역으로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교회는 영혼을 구원하는 기관이지 구제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사회봉사를 외면하는 교회들이 많다.  교회의 본질적 사역 중에서 섬김과 나눔은 교회사역의 중심에 자리잡아야 함은 물론 그 사역의 비중을 늘려나가야만 교회의 선교적 책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생태적 회심을 이루어가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2008년 3월 23일 부활절연합예배시 “한국교회환경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이 선언문에서는 하나님께서 손수 창조하시고 보시기 좋았던 이 세상을 우리를 포함한 인간의 타락과 탐욕으로 그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직시하며, 이 죄책고백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생태적 회심의 삶을 다짐하였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세상이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도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생태적인 영성 함양에 진력하며 하나님의 손길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는데 동참해야만 할 것이다. 2007년 서해안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70만 명이 넘는 기독교인들이 죽어가는 생명들을 섬기며 창조 세계의 회복을 위해서 힘을 합한 것이 바로 생태적 회심의 좋은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생태적 회심은 결국 인간중심의 신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창조질서의 회복이자 청지기로서의 인간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여섯째, 소통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게 하소서.

  연이어 발표되는 각종 조사를 통해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추락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신뢰의 하락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지만,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는 소통의 부재이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채 성장해 왔다. 그래서 선한 뜻을 가지고 시행되어온 한국교회의 좋은 프로그램과 섬김들은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고, 사회를 위해 소금과 빛이 되어져온 부분이 과소평가되어온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담을 낮추고, 일반인들과 눈높이를 같이 해야 하겠다. 교회는 세상 한 가운데, 역사의 한 가운데로 뛰어드시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하나님 쪽으로 돌려놓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성육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성육신적 행위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게 되고 세상은 교회의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고난의 영성’을 가지고 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민족에게 희망과 빛을 주며 현재까지 성장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2009년은 한국교회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절망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삶의 소망을 던져주며 개인과 가정과 사회 전체가 하나님의 도우심을 힘입어 회복의 경험을 하게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