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비전

                                                                송월교회 박삼열 목사

  부탁을 받고 사양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목회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선배들 앞에서 말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시 부탁을 받고 난 지금 제목을 좀 줄여서 그저 ‘나와 송월교회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1. 우리 송월교회
  먼저 우리 송월교회의 일반적인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우리 송월교회는 인천의 구도심지 자유공원 서북쪽 기슭에 위치해 있습니다. 6.25전쟁인 한창이던 1953년 4월 2째 주일 피난 중이던 몇 사람이 주일 아침에 같이 모여 기도한 것이 교회가 되었습니다. 한동안 그 곳은 멀지않은 곳에 있던 부둣가를 근거로 생활하는 이들의 동네였고, 만석동 일원의 공장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이들의 동네였습니다.

  저의 전임 목사인 박도삼 목사님은 사랑이 많은 목회자였습니다. 그 당시의 대부분 목사님들이 그렇게 사셨겠지만 쉼이란 것을 모른 채 성도들을 계속 돌본 목회자이셨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성도들의 가정을 36년여간 정말 사랑으로 돌본 목회였습니다. 제가 부임해서 심방을 해 보니까 모든 성도들이 각자가 그 분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한 분 한 분을 정성으로 돌보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1992년 8월에 부임했습니다. 합동신학교를 졸업하면서 박윤선 목사님 밑에서 4년간의 부교역자 생활, 그리고 3년 가까이 영국에서의 유학생활을 마칠 때 쯤 제가 자란 그 교회가 목회자로 불렀습니다.

  제가 오랜 만에 다시 찾은 송월교회는 화목한 교회였습니다. 교회 안에 분란이나 다툼이 없는 교회였습니다. 장년이 800여명 주일학교 역시 700여명 출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자랄 때와는 다른 변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지역이 구 도심지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도시로 이사를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자랄 때 당시의 초등학교가 한 학년에 6학급이었던 것이, 제가 다시 부임해 갔을 때는 3학급으로 줄어 있었습니다.

2. 복음은 파문처럼
  저는 유학 시절 동안 ‘목회란 무엇인가?’ 나름대로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목회를 생각할 때 ‘우리 자신과 모든 영역에의 진정한 복음화’라고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파문처럼 번지는 방법으로’라고 결론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첫 번째로 맞은 상황은 연세 많은 이들이 많은 우리교회였습니다. 당시 70세 이상 교인의 재적이 300명이 넘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15년 목회해 오는 동안에 세상 떠나 장례를 치른 수가 700명을 넘고 있습니다. 그 때 제가 생각하기를 ‘연세 많은 이들이 진정 복음 안에서 복되어야 하리라’는 생각으로 ‘경로대학’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복지나 여가선용으로의 경로대학이 아니라 성경적 노인의 행복을 회복하기 위한 목회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 보려고 했습니다. 평생 한글을 읽지 못하던 분들이 시편 23편을 자녀들 앞에서 암송하면서 울었습니다. 기초 영어반에서는 성탄절에 챨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영어로 연극을 했습니다. 문론 ‘How are you?’ ‘Merry Christmas!’ 등 아주 기본적인 영어만을 사용하면서 꾸민 영어 연극이었습니다. 그러나 본인들과 자녀들이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연세 많으신 분들이 성경적 복음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고, 그분들의 삶도 더 행복과 자유를 느끼게 되었다고 자부해 봅니다.

  그런데 노인에 강조를 두는 목회를 하려는 이들에게 농담 아닌 주의를 주고 싶은 것은 노인 목회를 하면 노인들이 더 많아 진다는 사실입니다. 정말 노인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교회는 지금도 비교적 평균 연령이 높은 교회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여하튼 교회 내의 노년 그룹은 물론, 지역의 노인들이 주일에 많이 교회에 나옵니다.

  주 중에는 경로대학 말고도 식사를 대접하는 날을 만들었습니다. 특별히 그 일을 위해서는 교우들 중에 ‘송월가족’이라는 이름의 팀이 자생적으로 구성되어 자부담 헌금하는 비용으로 저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고 다음으로 넘어갈까 합니다. 매주 수백 명씩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부르고 복음의 한 토막을 소개하고 나서 식사를 대접하곤 합니다. 어느 날 노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리라고 택한 곡이 ‘은퇴자들의 주제가’(?)라고 불리는 ‘해는 져서 어두운데’라는 곡이었습니다. 가사가 이렇습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내 동무 어디 두고 나 홀로 앉아서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르네’ 라는 곡입니다. 그 날 많은 노인들이 울었습니다. 가사가 그렇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나서 전하는 예수님과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말씀에 정말 많은 노인들이 예수를 믿겠다고 자청했습니다. 그들이 지금 다 교인들이 된 것은 물론입니다.

  ‘복음은 파문처럼’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역 중의 또 다른 하나로 ‘작은 누룩팀’의 사역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처음의 시작은 교회 안에 있는 성도들이지만 너무도 조용해서 나타나지 않는 여 성도들 몇 명을 모이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 주님의 귀한 부름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조용한 일일 것이라고 설명 했습니다. 그리고는 교회 안의 성도들에게 엽서를 보내자고 했습니다. 장례를 마친 가족들에게, 여름성경학교때 수고한 장로님에게, 시어른을 모시느라고 마음 고생하는 며느리 여성도 등에게 엽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답고도 조용한 위로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연세 많은 여 성도가 지금 구치소에 가 있는 자기 아들에게도 엽서를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들에게 정성껏 글을 띄웠습니다. 엽서와 함께 교회에서 매주 나눠주는 매일 성경 읽기 인쇄물을 동봉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들이 그 엽서와 성경읽기를 통하여 점점 더 달라졌습니다. 그러더니 자기 옆 수감인에게도 보내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옆 수감인에게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몇 년 지나는 동안에 지금은 전국의 20여 구치소의 130여명의 수감인들과 편지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구치소 뜨락에는 웬 네잎 크로바가 그렇게 많은지 수감인들 중에는 네잎 크로바를 정성껏 편지에 붙여 오거나, 실을 엮어 십자가를 꼬아 만들어 보내오는 이도 있고, 최근 어떤 수감인은 우리교회내 어떤 유방암 환우의 이야기를 썼나 봅니다. 그 가족에게 써 달라고 20만원을 수표로 넣어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복음 안에서 주의 은혜를 나누는 모습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눈에 닿는 대로 복음 안에서 주님을 섬기고 도 다른 영혼들을 섬기자고 해 오는 동안에 교회는 조금씩 집회수도 늘어나 장년이 1000, 1100, 1200명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3. 복음의 뿌리를 깊고 넓게
  처음엔 눈에 보이는 기존의 성도들, 또는 노인을 돌보는 사역을 하면서 한편으론 시대와 세계에 건강한 영향을 주는 주님의 공동체가 되고 싶은 기도를 계속 드려왔습니다.

  스코틀란드의 한 신학교에서 리서치하면서 저 나름대로 정리해 본 좋은교회의 5가지 기둥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기도하는 교회, 훈련하는 교회, 사랑하는 교회, 전파하는 교회, 내일을 준비하는 교회의 5가지 였습니다. 우리 송월교회에서는 중요한 교회 행사 때마다 위의 5가지를 같이 암송하곤 합니다. 나중에 몇 년이 지나면서 미국의 릭 워렌이 내세운 5가지가 저의 것과 비슷해서 저 혼자 남 모르를 미소를 지어 보았습니다.

  몇 년을 지나면서 평생양육프로그램 도표를 만들었습니다. (도표1.) 그것을 보면서 성도들은 자신들이 더욱 갖추어야 할 내용들을 점검하곤 합니다. 교회 심벌마크도 도안했습니다. (도표2.) 그것을 교패로 만들었고, 교회 유인물 이곳저곳에 싣고 있습니다.

(도표1.)



(도표2.)


4. 복음의 가지가 멀리 뻗치도록
  저는 성도들과 마태복음 24 : 14절 말씀을 종종 나누곤 했습니다.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역사의 내용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암송되어야 할 말씀이라고 강조하곤 했습니다.

  몇 년 전 당회원들이 새 교회당을 짓자고 했습니다. 우리의 후세대와 교회 밖의 주민들을 위한 좀 더 미래적인 교회당을 짓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저는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2004년부터 새 교회당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초창기 때부터 저희 교회를 출석하는 성도들에게는 3번째 교회당 건축이었고, 이번에는 그동안 자라난 슬하의 자녀세대들과 함께 짓는 교회당이었습니다. 아주 현대적인 건물을 지었습니다. 한꺼번에 약1,500여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예배당과 부속 실들을 지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동네의 성도들이지만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액수는 다르지만 헌신만큼은 동등하게 하자고 했고, 정말 그렇게들 했습니다. 어느 교회나 그렇겠지만 많은 헌신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기적적인 일들도 경험했습니다. 우리 동네가 그동안 낙후했던 이유 중에는 인천시 도시계획에 의거 이 동네는 바다에서 공원이 보여야 한다고 해서 건축의 고도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동네는 점점 더 낙후해져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가 건축을 위해 기도하면서 그동안 25년 이상이나 묶여 있던 이 지역 고도제한이 어느 날 홀연히 완화되었습니다. 홍해가 갈라지는 일이라고 성도들을 기뻐 뛰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송월교회 덕분에 땅값이 회복되었다고 좋아합니다.

  건축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집회수는 조금씩 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장년이 1600~1700명 정도 출석하고 있습니다. 주일학교가지 합하면 주일마다 약 2,500여명이 성도들이 출석하고 있습니다. 입당예배를 드린 후 지금 우리교회는 한창 기뻐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을 더 용기와 헌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교회 밖의 주민들이나 인천의 교계를 섬기는 행사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교회는 중국어 예배도 시작했습니다. 우리 지역이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 있어서 많은 화교들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예배도 있습니다. 인천의 와 있는 동남아 근로자들이 꽤 여럿 출석하고 있습니다. 교회 재정 중에는 주파송 선교사 3분을 비롯하여 33명의 선교사 가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32개처의 복음적 기관들, 20개의 미자립 교회와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새교회당을 입당에 즈음하여 필리핀에 화산이 폭발하여 수 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알바이주에 ‘소망의 마을 집 지어주기 기공식’도 거행했습니다. 거기에 교회와 유치원도 지을 예정입니다.

5. 정리하면서
  이번 한국복음주의 협의회에서 ‘나의 목회 비전’에 대하여 발표하라고 했을 때 정말 사양했습니다. 언제나 부족한 마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저는 서재에 홀로 있을 때마다 점점 더 하나님 앞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나는 진정 성경이 말하는 사역자인가?’ ‘세계교회 역사 속의 진실했던 선배들의 뒤를 좇으려는 목사인가?’ ‘좀 더 착하고 아름답게 영혼을 인도하는 목회자가 되어야 할텐데...’ 라는 생각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복음은 거룩하고도 놀라운 실제이며, 또한 저처럼 하나님의 그와 같은 은혜를 한없이 받는 목회자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무쪼록 ‘그 복음의 은혜가 파문처럼 번지기를 원하는 마음입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보고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