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에서 나온 지 세번째 달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시내(시나이)광야로 들어가서 드디어 ‘그 산’ 곧 시내산에 이르렀습니다. 모세는 산으로 올라갑니다. 시내산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주었을 겁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많았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러 산으로 갔다지. 모세가 처음으로 하나님을 만난 것도 저 위 어디쯤이라잖아…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으려나…”

시내산은 모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곳입니다. 그의 나이 한창일 때 모세는 야망에 불탔습니다. 하나님과 민족을 위해 무언가 영웅적인 일을 해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이 40에 처절하게 꺾였습니다. 그렇게 용감했던 사람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평범한 사람으로 변해 그저 양떼를 몰고 다니는 사막의 목자가 되었습니다. 그런 체한 것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살았습니다. 무슨 ‘평범 속의 비범’을 깨달아 도를 터득한 듯이 은거하여 산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세, 그의 마음속에 있는 그 처절한 고통과 스러짐의 아픔을 누가 다 알았겠습니까.

그러던 때 하나님이 찾아오셨지요! 모세를 불러 세우시고 미디안에서 밀어내어 애굽으로 보내셨습니다. 나이 80에 모세는 인생의 바닥을 치고 올라갔습니다. 시내산은 그런 곳입니다. 모세의 인생이 무의미하게 끝나지 않도록 의미와 소명을 깨닫게 해준 곳입니다.

이제 모세는 이 산에서 다시 하나님을 만납니다. 수많은 백성이 함께 한 상황입니다. 하나님은 두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첫째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독수리 날개로 업어 애굽에서 건져내셨다는 것, 둘째는 이 구원의 사건에 대해서 이스라엘 백성이 감사하며 하나님의 말씀과 언약을 지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하나님의 은혜와 이스라엘의 응답입니다. 구원의 사건이라 함은 하늘의 은혜와 사람의 응답이 어울린 것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은혜로써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이며 그래서 믿음으로 응답하여 자녀답게 살 사명을 가진 사람입니다. 은혜는 받았는데 거기에 걸맞은 응답이 없는 신앙인들이 많습니다. 응답은 삶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아름다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은혜를 깊이 깨달아 감격으로 응답하여 삶이 변하게 하옵소서. 아멘.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열국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출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