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왜 이렇게 길이 막히지?  늦게 왔다고 꾸중들을 생각을 하니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때 휴대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속으로 '엄마인가 보다' 생각하고는 숨을 죽이고 전화를 받았는데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동생의 목소리는 다급해보였습니다. 누나, 왜 안 와? 그리고는 갑자기 "누나, 있잖아. 엄마가 암이래"하는 게 아닙니까?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장난치지 마" 그러자 동생은 "누나, 오늘 엄마 진단 결과 나왔잖아" 하고는 울먹이면서 진단서 내용을 읽어주었습니다. 저는 버스 안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 실연 당한 여자처럼 눈물을 뚝뚝 떨구었습니다. 철없이 엄마에게 심술부리고 짜증냈던 일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진단서를 찾았습니다."어디에 써 있다는 거야?"  동생이 가리키는 곳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동생이 본 것은 진단결과가 아닌 검사항목이었습니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동생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십년감수한 하루였지만 엄마가 곁에 계셔서 얼마나 행복한지 뼈저리게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마 가끔씩 이와 같은 경험을 당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닥친 청천벽력같은 일 때문에 어리벙벙해지는 경우들 말입니다. 지나온 일들이 영사기 필름 돌아가듯이 휙 스쳐지나가게 만드는 일들. 그때 나는 어떻게 대처합니까? 그런데 만일 그것이 사실이 아니고 꿈이라면 기분이 어떨까요. 다시 사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주셨습니다.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비로소 감사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삶의 환희와 기쁨, 거룩한 도전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주님은 때때로 내 삶의 의미를 확인시켜주시기 위해 시련을 주십니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처럼 그것은 내게 감동을 주시기 위한 서곡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오늘 우리 모두 주님이 주시는 평화와 행복을 뼈저리게 느끼는 하루가 됩시다."주님이 내 곁에 계셔서 행복하고 감사하게 됨을 이제야 알았어요" 라고 고백하는 오늘이 됩시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내게 고난이라는 보따리로 포장된, 축복된 삶을 주시는 주님께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인생이 되게 하옵소서 아멘.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