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닷가. 그곳에 수많은 사람이 텐트를 쳤습니다. 어른만 60만명입니다. 수많은 짐승떼도 있습니다. 아직은 그렇게 잘 조직되지 못한 상태여서 꽤 혼란스럽습니다. 지금까지는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지만 검푸른 바닷물을 보면서 ‘집 떠난’ 현실과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한 건 아닐까요?

하나님이 모세에게 내리신 명령은 이상합니다. “돌쳐서” 바닷가에 장막을 치게 하셨습니다. 가나안으로 가려면 계속해서 동쪽으로 가야 합니다. 북쪽의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가는 길을 포기하고 일단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홍해의 서쪽, 그러니까 애굽 지역에 이르게 됩니다.

홍해는 게의 집게발처럼 지중해를 향하여 둘로 갈라집니다. 왼쪽으로 뻗은 것이 수에즈만이고 오른쪽이 아카바만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수에즈만이 시작되는 지점의 서쪽에 있습니다. 수에즈만을 끼고 더 내려가지 말고 그 전에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육로로 시나이 반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애굽의 신전도시 온과 아라비아를 연결하는 대상들의 무역로입니다. 정상적이라면 이 길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라고 말씀하십니다. “돌쳐서” 사실 이 말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지만 얼마나 실감나는 말인지 모릅니다. 방향을 ‘콱 틀어서’ 왼쪽으로 수에즈만을 끼고 더 남쪽으로 내려가게 하신 것이지요. 갈수록 바다는 더 넓어지고, 어쩌자고 이리로 가는지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고 모세는 그저 하나님의 말씀이니까 순종할 수밖에….

성경은 하나님이 일부러 막다른 길로 몰아넣으신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구원을 얻게 하여 하나님이 전능하신 분이며 구원의 주이심을 알게 하시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막다른 길처럼 보이는 곳으로 이끄실 때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깊이 신뢰하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잠시 후면 그 길이 감동의 길임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며 우리에게 복을 주시는 분입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우리 생각으로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때에도 주님을 신뢰하는 믿음을 더하여 주옵소서. 아멘.


“나는 여호와를 향하여 말하기를 그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요새요 내가 의뢰하는
하나님이라  하리니”(시 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