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덧 날아 떨어져서, 또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건만, 날마다의 시중이 조련치 않다…(중략)”

이효석 님의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 첫 부분입니다.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벌써 입동이라고 합니다. 옛 사람들의 계절 개념으론 이미 겨울 문턱에 들어선 것입니다. 가을을 좀더 붙들어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러나 아름다웠던 푸른 가을은 속절없이 지나고 겨울이 오는 듯합니다.

가을에는 낙엽이 어찌 떨어지는지 비로 쓸고 쓸어도 계속 잎이 떨어집니다. 이효석 님의 표현처럼 날마다의 시중이 조련치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낙엽은 이미 그 역할을 감당하고 이젠 추운 겨울 햇살을 혼자 받지 않고 나무 둥치에게 물려주려고 떠나는 것입니다. 말 못하는 나뭇잎도 세월을 압니다. 있어야 할 때를 알고 떠날 때를 아는 것이죠. 우리 삶 가운데도 어려울 때 즉, 인생의 겨울에 꼭 함께 했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성경말씀 가운데 바울이 초청하는 디모데와 같은 사람입니다(21절). 바울 사도는 감옥에 갇힌 속에서 인생의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제자이며, 복음 안에서 낳은 아들인 디모데에게 어서 오라고 부릅니다.

성경공부 시간에 이 성경을 읽어드리고 질문 했습니다. 왜 디모데를 불렀을까요? 몇 가지 대답이 나왔습니다. 첫째, 디모데를 가장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디모데에게 꼭 부탁하고 싶어서입니다. 셋째, 믿을 만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되자고 권면드렸습니다.

우리가 읽은 말씀 가운데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여러분은 디모데와 같이 인생 겨울에 함께 있었으면 하고 초청받는 사람이십니까? 디모데처럼 사람들이 믿을 만하고 부탁할 만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십니까?

혹시 안타깝게도 데마와 같이 “세상을 사랑하여”(10절) 바울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은 아닌지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믿음의 길을 떠나서, 축복받을 만한 위치에서, 헌신하여 주님께 크게 영광 돌릴 자리에서 쉽게 세상으로 떠나버립니다. 디모데에게 “마가를 데려오라 저가 내게 유익하다”(11절)고 한 말씀을 역시 주목해야 합니다. 바울 사도에게 유익했던 마가와 같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사람, 꼭 필요한 사람인가요?

오늘의 기도
하나님!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디모데와 같이 유익한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아멘.


“너는 어서 속히 내게로 오라”(딤후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