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기다려 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하나님, 정말 살아계십니까?”
이는 제가 지난날 하나님 앞에서 가졌던 질문입니다. 평신도도 아니고 목회자인 제가 이런 질문을 하였다면 성도님들은 웃으실 것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 하나 고백할까요?
처음 전도사가 되어 교회에서 ‘전도사님’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왜 그리도 가슴이 설레고 감격스러웠던지 모릅니다. 목사가 되어 처음 축도를 하던 날은 나도 큰 교회의 목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꾸며 자신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유산으로 주신 아파트를 팔아 분당에 교회를 개척하며 드린 설립예배는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드린 감격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강원도 산골에서 부르신다는 부르심을 아멘으로 받아 남들 부러워하는 분당 개척교회를 선배 목사님께 이임하고 이삿짐을 싣고 떠나던 날은 남들이 어떻게 보던지 상관없이 저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 6개월 전, 하나님께서 뉴질랜드에 한 교회의 파송을 통해 선교사로 보내주셨을 때에만 해도 저는 겁 없는 목사였습니다.
고국에서 있을 때에는 몇몇 교회로부터 부흥회 강사로 초청되어 부흥회를 인도하기도 하였고, 한 선교 단체에서는 선교사 후보생과 대학의 간사들을 훈련하는 일도 하였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시민 연대를 구성하여 공동대표로도 활동을 하였고, 선거 감시 단체를 구성하여 시정과 국정을 감시하는 모임의 장도 지냈습니다. 지방자치제 이후 한 지방 신문사에서는 패널리스트로 활동을 하며 나름대로 똑똑한 생활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한편 그러면 그럴수록 제 안에 밀려오는 또 다른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성전을 건축하여 하나님께 봉헌하고 싶은 열망이었습니다. 산골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 설계도까지 다 마친 상태에서 성전 건축의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꿈을 채 이루기도 전에 저는 이곳 오클랜드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곳에 와서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그 결과가 지난 교회에서의 성전 구입이라는 열매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성전을 봉헌하던 그 무렵 기쁨보다는 한 맺히는 듯한 고통으로 나날을 지내야 했었습니다.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저에게도 흔히 이민사회의 성도들이 말하는 것처럼 감추고 싶은 쓰라린 과거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런 일을 만난 후 불현듯 과거가 생각나는 날이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꿈을 가지고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위로하며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곤 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정황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열매들이랍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어제 오늘, 저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하시며 저의 감추어진 내적 치유를 하고 계심을 깨닫습니다. 그것은 지난 동안 나름대로 분주하게 살며 발버둥쳤던 저의 삶이 자기 잘난 맛에 몸부림친 ‘나의 삶’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 시간 저는 이 하나님의 지적 앞에서 솔직히 자신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정합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저는 그동안 제 잘난 맛에 살면서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았던 죄인입니다. 하나님의 용서를 구합니다. 진심으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구합니다. 그리고 또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못난 죄인을 지금까지 기다려주신 하나님께 뜨거운 감격으로.
“하나님 아버지,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누구보다 잘 아시면서도 참고 기다려 주신 내 아버지.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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