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 위기와 중국의 무제한전쟁, 초한전(超限戰)
이지용 교수
(계명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미국 뉴욕 주립대학교 올버니(SUNY, Alban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외교부 국립외교원 교수를 거쳐 현재 계명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계엄령 이후 대한민국은 탄핵정국의 혼돈으로 가득 차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대표로 하는 야당 세력, 검경과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사법부, 주류 언론과 방송, 좌익 단체들이 일제히 탄핵과 국정 마비의 광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입법부, 사법부, 이른바 4부라 불리는 언론방송에서 진실과 법치는 발견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계엄의 주요 이슈인 부정선거 문제에 중심에 선, 헌법기관이라는 무소불위의 위상과 권력을 행사하는 중앙선과위의 행태는 가관도 아니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런데 이 난국의 중심에 ‘중국’이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중국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한국의 여론을 조작하고 선동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탄핵 찬성 집회에는 수많은 중국인이 참여하고 있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중국인의 정치집회 참여를 만류하는 성명서를 공개적으로 낼 정도이다. 이 혼란의 와중에 야당 당수는 중국인 기자단과의 회동을 노골적으로 전시했다. 국가가 절체절명이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은 중국을 방문해 국가원수 급 ‘외교정치’를 행하고 있다. 아직 최종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한국의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조작해 오고 있다는 증거와 보도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기로에 선 대한민국의 정치 난맥상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중국’이라는 키워드는 단지 대한민국의 위기에만 엮여 있지 않다. 전 세계 정치 혼란과 불안정에 어김없이 ‘중국’이 개입되어 있다. 2025년 1월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사임했다. 이와 동시에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은 캐나다 선거 부정에 중국이 조직적으로 개입되어 있음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Antifa(Anti-Fascism, 극좌파)’와 같은 급진 시위대의 배후에 중국이 관여되어 있었음이 밝혀졌다. 호주 정치와 선거에 중국의 영향력 행사와 개입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은 일이다. 유럽의 친중국가인 독일도 ‘경제이익이라는 근시안에 독일이라는 국가를 [중국에] 내주고 있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고, 영국은 중국이 영국정치를 장악한 현실과 위험을 공개하고 있다. 대만은 현재 한국과 같이 친중 국민당이 입법원을 장악해 라이칭더(賴淸德·Lai Ching-te) 정부를 불능 사태로 만들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자유서방 국가들에서는 중국의 정치 개입과 영향력 공작에 국가 존속이 위태롭다는 보고서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저개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정선거와 정치 혼란의 배경에는 어김없이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런데 바로 이 ‘중국’이라는 키워드를 이해하려면 중국공산당·인민해방군이 전개하는 ‘초한전(超限戰·한계를 초월하는 무제한전쟁)’을 알아야 한다.
중국공산당·인민해방군의 전쟁, 초한전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최후변론에서 대한민국이 ‘하이브리드전(戰)’에 심각하게 침탈당하고 있고 국가위기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여기서 언급한 ‘하이브리드전’이 바로 이 중공의 초한전(超限戰)과 같은 의미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러한 성격의 전쟁을 ‘소리없는 전쟁,’ ‘총성없는 전쟁,’ ‘그림자전쟁,’ ‘회색지대전,’ ‘5세대전쟁’ 등의 다른 개념으로 부르고 있으나 본질은 같다. 특히 중공은 이러한 전쟁의 성격을 오랜 기간 전개해오고 있다. 대륙을 공산화하는데 이용한 주요 전법도 바로 이 전쟁이었다.
중국공산당·인민해방군(이하 중공·인민해방군)은 자유세계를 대상으로 단 한 번도 전쟁을 멈춘 적이 없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에도 성격, 방식, 강도, 대상과 규모만 바뀌었을 뿐 전쟁을 계속 감행해 오고 있다. 그런데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이 전개하는 이 ‘전쟁’의 성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새로운 전쟁방식이다. 바로 중공·인민해방군 특색의 전쟁인 ‘한계를 초월한 무제한 전쟁, 초한전(超限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과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전쟁이라서 우리는 우리가 중국이 감행하고 있는 전쟁으로 침탈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을 못 하고 있었을 뿐이다.
참고로 ‘초한전(超限戰)’은 역사소설 ‘초한연의(楚漢演義)’의 배경이 된 ‘초한전쟁(楚漢戰爭)’이 아니다. 초한전(超限戰), 문자 그대로 ‘한계를 초월해서 벌이는 무제한 전쟁’이라는 의미이다. 영어로는 ‘Unrestricted Warfare’ 또는 ‘Transfinite War’라고 번역된다. 중공의 새로운 전쟁 개념인 초한전이 처음 소개된 시기는 1999년이다. 1999년 당시 중공·인민해방군 공군 대령이었던 차오량(喬良·교량)과 왕샹수이(王湘穗·왕상수)는 <초한전: 세계화 시대 전쟁과 전법 상정(超限戰: 對全球化时代戰爭与戰法的想定)>을 출판했다. 저자들은 최첨단 군사력으로는 중국이 미국에 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국 특색을 반영한 전혀 다른 차원의 전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전쟁으로 한계를 초월한 무제한 전쟁인 초한전을 제시했다. 어떠한 ‘한계’를 초월한다는 것인가? 오늘날 보편화된 전쟁의 개념, 규범, 법, 윤리, 수단과 방법이라는 ‘한계’를 모두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은 주권 국가와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무력 충돌로서 정규 군대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선전포고와 같은 형식을 갖추고 전쟁 교리와 전투 교범에 맞추어 전개된다. 그리고 군사적 무력 충돌의 시점과 장소 및 대상 등이 정해져 있고 전쟁 행위에 대한 국제법과 규범이 갖추어져 있다. 초한전은 바로 이러한 모든 한계를 제거하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그러한 ‘한계’ 설정은 오히려 미국과 자유세계의 최대 약점이다. 전쟁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으면서, 전쟁 규범과 윤리, 국제법 등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등의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바로 이 약점, 상대 국가가 스스로 설정한 전쟁의 ‘한계’를 뛰어넘어 최대한 역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공·인민해방군이 전개하는 새로운 전쟁인 초한전은 현재까지의 전쟁 개념을 전혀 다른 성격의 전쟁으로 바꾸어 놓았다. 상대 국가를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이든 동원해야 한다. 초한전은 중국의 국가와 민간 사회를 모두 동원해 다른 국가 사회의 모든 영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전쟁과 비전쟁, 전시와 평시, 전장과 비전장, 군과 민간의 구분을 모두 제거한다. 초한전에서 전통적인 무력은 공격과 전쟁의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무력뿐만 아니라 전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장 악질적으로 동원해 공격한다. 중공·인민해방군은 이러한 성격의 전쟁, 초한전을 전개하기 위해 중국이라는 국가 전체를 초한전에 동원하고 있다. 전쟁에 동원하는 전법 또한 무제한이다. 차오량과 왕샹수이의 <초한전>에서는 일단 약 24개 전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책에서 제시된 24개 전법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초한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들이 제시한 24개 전법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재래식 전쟁과 함께, 핵전쟁, 생화학전, 생태환경전, 우주전, 전자전, 게릴라(유격)전, 테러전, 외교전, 네트워크전, 정보전, 심리전, 최첨단 기술전, 밀수전, 마약범죄전, 공갈협박전, 금융전, 무역전, 자원전, 원조전, 법률전, 경제제재전, 미디어전, 이념전 등이 있다. 예시된 전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전쟁하면 떠올리는 재래식 전쟁은 수많은 전쟁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
중공·인민해방군은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초한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공산당뿐만 아니라 중공의 통치 기구인 중국정부와 인민해방군을 중심으로 지방정부,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각종 사회단체, 그리고 해외 화교, 유학생, 현지 중국인 등, ‘중국 전체를 총동원’하고 있다. 즉, 중국의 그 어떠한 기관, 조직, 기업, 개인도 초한전 전쟁 수행에 예외가 될 수 없다. 당과 군이 필요로 하고 명령하면 중국의 모든 기관과 구성원이 언제든지 모두 동원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초한전이 가공할 위력을 갖는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바로 ‘기만’이다. 상대를 ‘기만’하고 속여 자신이 당하는 줄도 모르는 채 자멸하도록 만드는 게 초한전의 핵심이다. 따라서 상대가 속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는 안 된다. 중공은 대외적으로는 중공의 실제 의도와 초한전의 실체를 철저히 감춘다. 어떻게 기만하는가? 모든 것을 기만한다. 외교, 언론, 기업, 법, 교육, 문화, 우호 교류, 종교 등 모든 영역에서 정상적 국가관계의 외피를 쓰고 상대국과 국민에게 정상적 친선 우호 교류를 행하는 것처럼 기만한다. 중공은 이러한 전략전술 목적을 가지고 이른바 ‘순수’ 민간 조직과 단체, 기업, 교육기관, 지방정부, 종교기관, 언론사 등 위장된 외곽조직을 앞세워 초한전을 전개한다. 외형은 주로 ‘친선,’ ‘우호 교류,’ ‘투자 협력,’ ‘학술 및 연구 교류’ 등이다. 상대국과 개인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중국과 관련된 거의 모든 대외관계는 중공 중앙이 조직적이고도 전략적으로 전개하는 초한전 공작이라고 보면 된다. 장기간에 걸친 치밀한 공작 활동으로 상대국 엘리트, 정부, 정당, 시민단체, 학교, 기업, 지역사회와 민간인 등을 상대로, 정치, 경제, 군사안보, 기업과 금융, 사이버 공간, 언론방송, 교육문화, 엔터테인먼트, 사회기반시설 등 전 영역에 대해서 전방위적이고도 파상적 ‘삼투(infiltration)’ 공격을 매우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전개한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바로 ‘시진핑의 중공이 영도하는 중화민족’이 미국을 위시한 자유세계를 무너뜨리고 세계 패권을 장악한다는 대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중공 초한전과 대한민국
한국은 중공·인민해방군이 친중종속화 해야 할 전략목표 1순위 국가이다.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을 중국 영향 하에 두기 위해서는 지정학적으로 대한민국과 중화민국(대만)을 반드시 접수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대한민국을 무력으로 접수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력과 한미동맹 때문이다. 그래서 중공·인민해방군이 미국을 위시한 자유서방 국가들뿐만 아니라 한국을 접수하기 위해 동원한 전쟁방식이 바로 초한전이다.
중공은 한중수교 30년간 한국을 친중종속국가로 접수하기 위해 전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은밀히 삼투[침투]공작을 전개해 오고 있다. 방식은 상기한 초한전의 ‘기만’ 공작방식과 같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어느 순간엔가 우리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눈치’보는 사회로 전락했다. 이른바 ‘실용,’ ‘경제이익’ 등의 논리로. 그리고 그 심각성은 이번 ‘계몽령’에 의해 상당 부분 폭로되고 밝혀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기반인 ‘선거’에서부터 각계 각층에 포진한 친중 엘리트, 한국사회 저변의 노동시장과 지역사회를 부지불식간에 장악한 중국인들, 방송언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깊숙이 뿌리내려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자본, 중국 여론조작 댓글부대 ‘우마오당’에게 잠식당한 한국의 인터넷 여론 공론장, 대한민국 주권을 대놓고 유린하고 있는 중국 ‘비밀경찰서,’ 최첨단 기술에 대한 대규모 탈취, 한국에 대한 역사왜곡, 중공영웅을 한국의 민족영웅으로 미화......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이다. 이런 중공전술을 ‘온수자와(溫水煮蛙)’라고도 부른다. 뜨거운 물에 청개구리를 담그면 튀어나와 도망치니, 미지근한 물에 담가놓고 부지불식간에 서서히 삶아먹는 전술이다. 당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은 이미 늦은 시간이다. 이미 사회 전체가 중공에 단단히 옭아매여 있는 상태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중국 초한전의 가공할 위력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기 시작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에 대처할 수단과 방법이 없다.
미국과 자유 서방 국가들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중공 초한전의 위험한 실태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초한전은 은밀성과 기만을 그 생명으로 한다. 상대국과 국민이 일단 인식하고 자각만 하더라도 중공의 은밀한 침탈 전쟁인 초한전에 대한 대응의 반은 이루어진 셈이다. 이에 맞추어, 미국과 자유서방 선진국들은 중공 초한전 대응을 범정부, 전 사회적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예외이다. 아니 오히려 대한민국 안보의 마지막 버팀목인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를 무력화시켰다. 현재 야당은 최소한의 대응책인 ‘간첩법’ 개정조차 막고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현재 중공과 북한의 초한전, 보이지 않고 소리 없는 전쟁에 완전히 무장해제 상태로 노출된 채 마구잡이로 침탈당하고 유린당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입법 독재, 사법부의 법치 유린, 행정부 마비 및 불능 상태로 정치적 혼란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이대로 속절없이 무너져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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