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날개 아래에




                                      이 수 환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강변교회 담임)




룻기 2:12 여호와께서 네가 행한 일에 보답하시기를 원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의 날개 아래에 보호를 받으러 온 네게 온전한 상 주시기를 원하노라 하는지라

‘룻’은 성경에 기록된 수많은 인물 중 가장 불쌍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룻기의 첫 시작부터 매우 암울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룻기는 “흉년”으로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정든 삶의 터전인 고향을 떠나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룻의 상황은 ‘죽음’입니다. 그녀의 시아버지, 남편, 남편의 형제까지 모든 남자가 사망합니다. 여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던 시절, 집안의 남자들이 죽는다는 것은 그 가족 전체가 경제적 죽음을 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존의 위기가 그녀의 집안을 덮쳤습니다. 그녀는 ‘과부’가 된 것입니다.
그녀는 살기 위하여 시어머니와 함께 시어머니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돌아옵니다. 이곳에서 그녀의 이름은 ‘이방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무시하고 더럽게 여기던, 그것도 유대인들이 가장 경멸하던 모압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서 기대할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시어머니까지 돌봐야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룻이라는 한 여인에게 일어난 일이며, 그녀의 이름이었습니다.
룻은 가장 고통스러운 환경, 곧 흉년과 가난이라는 현실 속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러한 상황 가운데서 당시에 가장 불쌍하게 여겨지던,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가질 수 없었던 ‘과부’가 되었습니다. 가장 멸시받고 천시 받던 이방인으로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랬던 그녀의 인생에 급격한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바로 ‘보아스’를 만난 사건입니다. 먹을거리를 살 수도, 그렇다고 농사를 지을 수도 없던 룻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계 수단은 밭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오는 것 뿐이었습니다. 보아스의 밭에서 떨어진 밀을 줍던 룻을 보아스가 봅니다. 그리고 룻에게 호의를 베풀면서 한 말이 바로 우리가 읽은 본문입니다.
보아스는 룻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떻게 그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아스의 호의는 그저 착하고 효성이 깊은 며느리에 대한 보상 혹은 칭찬이 아니었습니다. 보아스의 말 속에는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보아스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보아스는 그저 효심이 특별한 착한 이방인 과부, 외국인 노동자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불쌍한 사람을 보며 측은지심이 발동한 것도 아닙니다. 그 이상을 보고 있습니다.
보아스는 하나님을 찾아온, 인도자 되시고 보호자 되시며 목자되신 하나님께로 피하여 온 한 마리의 어린 양을 본 것입니다.
보아스의 시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보아스는 그 이상을 봅니다. 보아스는 그 어린 양, 하나님께로 피하여 온 룻을 품으시고, 보호하시고, 상을 주실 하나님을 봅니다. 보아스는 룻을 향하여 펼쳐진 하나님의 날개를 보고, 룻에게 부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본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하나님의 그 사랑으로, 자신을 봅니다. 자신을 통하여 룻에게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뜻을 그는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보아스는 룻과 결혼하고 위대한 다윗 왕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룻의 이야기는 단순히 가난하고 불쌍한 이방인 과부가 부잣집에 시집 가서 인생역전을 이루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통 받고 소망 없는 인생을 향하여 베푸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역사이며, 그 사랑의 역사에 쓰임 받는 경건한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도 너무나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왜냐면 우리 모두가 룻과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사실 룻과 같습니다. 누군가는 겉으로 보이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크고, 어떤 사람은 작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가난, 슬픔, 외로움, 소외,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반복되는 죄악으로 인하여 고통합니다. 그러한 우리에게도 보아스가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우리의 영원하고 완전한 사랑의 신랑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보아스가 되셔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우리를 품으시고, 보호하시며, 생명을 주십니다.

그 사랑을 받은 우리는 이제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보아스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룻과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이방인 과부와 같이 극심한 가난과 고통에 시달리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채로 절망과 염려와 두려움 가운데 허덕이는 자들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보아스와 같은 눈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필요한 자들을 바라보는 눈, 그들을 향하여 사랑의 날개를 펼치시는 하나님의 뜻을 보고 깨닫는 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꺼이 하나님의 손이 되어 룻과 같은 자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우리를 또한 이 시대의 룻을 향한 보아스로 보내십니다.
우리의 보아스이신 예수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가, 이제 새로운 보아스가 되어 또 다른 룻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살아갑시다. 그 때에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과 자비가 이 땅 위에 전하여지고 이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