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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제 60넘어 새 남자랑 사랑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가슴 설레이고 밤잠을 이루지 못할 두근거림이 아닌가?
불륜인가 패륜인가 세속적인가 타락인가?
만일 내가 새로운 노년의 로망스를 만들어낸다면
온 세상만 놀라겠는가?
나 마저 스스로 놀랄 일이 아닌가?
나는 새로운 사람과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그의 신념만 아니라 그의 감정도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이상형으로 빚어내려는 헛된 노력 대신에
있는 그대로의 그를 인정하고
그로 하여금 신바람나게 살도록 도울 것이다.
약점들을 평생 빼곡히 적어놓고 기회를 봐서
죽이고 또 죽일 살생부를 만들기보다는
용서의 불길로 그때그때 활활 태워버리고
장점들을 고스란히 적어 놓는 생명부를 기록하리라
아무도 모르는 그의 약점을 폭로하고 싶은 가슴깊이 품은 수류탄을
신뢰의 바다에 던져 버리고
악한 습관 못된 버릇을 그 사람의 보물인양
외딴섬 나 혼자만의 깊은 밀실에 잘 간직하리라
그것들이 보물인 까닭은 그것들이 나로 인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볼 날이 올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가슴에 맺힐만한 일들이 있었다면
그 한을 풀어서 아름다운 추억의 비단을 짜으리라
말과 행실이 다르다고 비난했지만 그가 만일 말과 행실이 같았더라면
나는 벌써 끝장이 났을 것임을 기억하며 살 것이다.
잘하는게 뭐가 있느냐고 구박하지 않고
너무 잘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할 이유는
너무 잘나면 모든이의 애인이 되느라 내남자로 남지는 못했을것이니
그림의 떡보다는 내 접시에 놓은 떡이 내 배를 부르게 하지 않겠는가
내 가정 이 남자와 천국을 만들지 못한다면
천국에 가는 비자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천국에 가서 또 평생원수를 만나야 하는 운명에 놓일테니
원수를 다시 만나야 하는 곳이 어찌 천국이 될 수 있겠는가?
내가 이쯤 생각하고 변화 받아 새 여자가 된다면 새 남자가 무에 필요한가
지금 곁에 있는 이 남자가 벌써 다른 남자가 되어있을테니
이제 바야흐로 허니문에 도달한게 아닌가?
그래 뭐라하던가?
가정의 달에 늙은 아내가 쓴 가정의 달 백서라 하지 않던가?
내일부터 새남자랑 살 자격은
내가 새 여자가 되는 길 밖에 없으니
이제 사랑을 다시 시작하라면 참 고운 사랑을 하고싶다
치열한 탐색전은 이미 끝났으니
황혼이 눈물겹게 아름답듯이 찬란한 사랑을 해볼 일이다
느끼하고 두드러기 나서 흉내도 못 내어보았던
사랑한다는 말도 입에 담아보고
쑥스런 애정표현에 짐짓 행복한 척도 해보면서
욕심부리지 않고 보채지도 않으며
적당한 거리에서 깊은 미소와 숙연한 끄덕임으로
그렇게 오래오래 참으며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늙어온 내 곁의 이 새 남자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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