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이 지나고 황홀한 꿈처럼 봄이 왔습니다. 경칩은 양력 3월 6일경, 태양의 황경이 345도가 되어, 개구리를 비롯해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절기입니다. 경칩 때는, 자라나는 보리의 싹을 보아 그 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했으며, 개구리나 도롱뇽의 알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 하여 그것을 먹었습니다. 또한 성가신 빈대를 잡기 위해 흙담을 쌓거나,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두기도 했습니다. 약 보름쯤 뒤인 양력 3월 21일 경 태양의 황경이 0도가 되는 춘분(春分)이 되면, 태양이 적도를 똑바로 비추고 있어서 낮과 밤 시간이 같아집니다. 농부들은 본격적으로 흙을 일구고 씨뿌릴 준비를 서두릅니다. 경칩이 지나면서 아침 최저 기온도 5-6도를 오르내리고 한낮 최고 기온도 20도 가까이 올라가면서 은근히 무더운 느낌까지 드는 것이 정말 봄이 왔나 봅니다. 저희 집에서 멀지 않은 전주시 변두리의 논과 밭에도 한해 농사를 서둘러 준비하는 농부들의 일손이 따사로운 봄햇살 아래 바지런합니다. 서슬 퍼런 동장군이 할 수 없이 밀려나고 매화 향내 가득한 봄소식이 저만치 오기 시작하면서 겨우내 움츠려 있던 농부들의 마음은 한껏 설렙니다. 어디 농부들만 그러겠습니까? 비록 막연하기는 해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새봄에 대한 이러저러한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무거운 겨울옷을 벗어 던집니다. 봄에 심고 가을에 거두는 것, 봄에 심은 것을 가을에 거두어 긴 겨울을 버티는 것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자연의 흔들림 없는 법칙이고 사람이 사는 근본 이치임을 잘 알기에, 풍성한 가을걷이의 꿈이 담긴 씨앗을 심는 봄이 오면 사람들의 가슴속에 희망의 봄풀이 하나 둘씩 그렇게 돋아나는 것입니다. "심는 대로 거둔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의 터가 있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한번 더 용기를 내어 일어설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은 심지 않으면 거둘 수 없다는 뜻입니다. 심은 씨앗과 전혀 다른 열매를 거둘 수는 더더욱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봄에 심은 것을 가을에 거두어 한 해를 살고 날마다 해마다 평생토록 그 흔들림 없는 진리의 터에서 여태껏 살아왔으면서도 사람들은 틈만 나면 심지 않고 거둘 궁리를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학생이 그저 좋은 성적만 거두고 싶어하는 것처럼 세상살이를 그렇게 요령과 잔재주로만 꾸려 가려는 이들이 뜻밖에 너무 많습니다. 심지 않은 것을 거두려하고, 심은 씨앗과 전혀 다른 열매를 헛되이 꿈꾸면서, 심는 수고도 하지 않고 편히 놀고 먹기 위해 틈만 나면 다른 사람의 피와 살을 뜯어먹고 살려고만 하는 빈대 같은 이들이 많으면 세상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심는 대로 거둡니다. 오늘 하루, 그리고 남은 인생에 내가 무엇을 심든지, 내 인생의 겨울로 넘어서는 늦가을에 그대로 거둘 것입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세우신 영원한 삶의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좋든 싫든 인생의 겨울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지금 내 삶의 논밭에 무슨 씨앗을 심고 있는지, 무엇을 거두고 싶어하는지 정말 정직하게 되짚어 봐야할 것 같습니다. (2006. 3. 9.)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