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영어로는 ‘photograph’라고 하는데, 이 말은 그리스어의 ‘빛’이라는 말과 ‘글을 쓴다/그림을 그린다’는 말이 합쳐진 것입니다. 말하자면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 또는 ‘빛으로 쓴 글’로서 3차원의 현실공간을 2차원의 평면 영상으로 전달하는 시각언어입니다. 실존철학자 하이데거의 말마따나 언어가 인간의 실존을 드러내는 거의 유일한 ‘존재의 집’임을 감안할 때, 어떤 언어수단보다도 시각을 통한 지시적 기능이 아주 강한 사진은 인간존재를 효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매체입니다. 그래서 단 한 장의 사진이 수천 권의 책보다 더 큰 사회 변혁적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눈부신 디지털 정보화 사회, 특별히 지성보다는 감성이 무엇보다도 중시되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눈부신 영상매체의 혜택을 날마다 누리는 현대인들에게 사진은 이제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개씩 눈에 띄는 신문잡지의 보도사진이나 자료용 사진 또는 광고사진, 각종 포스터나 현수막에 실리는 선전용 사진, 거의 모든 책에 들어가는 기록사진이나 참고자료용 사진, 텔레비전의 스틸사진, 각종 홍보전단의 설명사진과 광고 사진, 상품 진열장의 선전용 사진 또는 장식용 사진, 병원이나 실험실의 기록 사진, 법원이나 경찰서에 제출하는 증거자료 사진, 수첩이나 일기장의 스티커 사진, 각 개인이 몇 권씩 갖고 있는 앨범사진, 심지어는 요즘 꽤 발달한 휴대전화 사진 등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하는 사진은 날마다 적어도 수백 장은 될 것입니다. 이쯤 되면 오늘 우리 사회에서 사진이 의사소통의 중요한 언어수단으로 이미 든든히 뿌리내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방법은 도무지 없습니다. 사진의 장르가 어떠하든, 한 장의 사진언어를 만들어내는 사진기호는 아주 다양합니다. 감도와 조리개값, 셔터 속도, 피사체의 밝기에 따라 결정되는 노출 조건, 빛의 종류와 특성, 빛이 흐르는 방향, 그림자의 깊이, 렌즈의 성능, 사용하는 필터의 종류와 특성, 작품의 구도, 색상과 색 온도의 차이, 채도, 화면을 구성하는 중요한 선들의 배치, 카메라의 화각, 사진작가의 앵글, 피사체의 질감, 주제와 배경 등등이 아주 복잡하게 어우러지는 까닭에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도 전혀 다른 사진언어가 만들어집니다. 이 언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작가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합니다. “대상이 움직일 수 없으면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뜻하는 최적의 사진언어를 만들기 위해 힘을 다한 끝에 숨죽이며 셔터를 누르지만, 예컨대 풍경사진의 경우처럼 피사체의 조건을 작가가 어쩌지 못할 때는 그 조건에 맞는 시간과 장소를 찾기 위해 카메라의 위치를 바꿀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 말할 것입니다. 시대와 문화가 어떻게 변하고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 어떠하든 영원히 변치 않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영원히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내 마음을 바꿔 인생의 사진언어를 좀 새롭게 써 보실 생각, 아직도 없으십니까?(200. 11. 23.)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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