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피해가 날 때마다 신문기사에 등장하던 ‘물벼락’이라는 말이 ‘물폭탄’이라는 말로 느닷없이 바뀔 정도로 태풍에 연이은 많은 장맛비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사실, 이 땅 곳곳에 대규모 다목적 댐이 이미 여러 개 건설됐고, 실제로는 그 다목적 댐들의 수용능력에 채 미치지 못하는 양의 비가 내렸는데도 시골과 도시를 가릴 것 없이 이토록 심각한 물난리를 겪는 상황에서, 이것이 인간의 힘으로는 도무지 막아낼 수 없는 천재(天災)냐 아니면 대비만 잘했다면 웬만큼 막아낼 수 있었던 인재(人災)냐를 따지는 으지짠한 분위기인데, 좀 정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홍수피해는 일찌감치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양심적인 학자들의 주장에 좀 더 무게가 실려 보입니다. 이 일이 천재(天災)라고 주장하는 정부 당국자들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대규모 댐 건설을 미룬 탓에 홍수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그렇다며 한사코 책임을 회피하면서 언론을 동원하여 대규모 댐의 추가건설만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여론을 몰고 가려 하지만, 이 또한 수해로 삶의 터전이 허망하게 무너져 절망하는 이재민들 앞에 몹시 낯뜨겁고 비겁한 책임회피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몰염치한 짓입니다. 얼마 전, 장마가 막 시작된 때 교회학교 여름행사 예정지를 답사하기 위해 전라북도 동부산악지역에서 손꼽는 관광단지를 지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경기도 지방에서 이미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 우리 고장에서도 장맛비가 심심찮게 오락가락하는 날, 중고등부 학생들과 함께 오를 산행 코스를 미리 살피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공원지대 근처 등산로로 접어들자마자 등산로 입구 공원관리소에서 관리하는 도로가 온통 진흙탕으로 엉망이어서 등산화를 신고도 발 디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꽤 오랫동안 지속되는 진흙탕길, 키발질을 하며 겨우 겨우 한 참을 올라간 끝에 마침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 전라북도 지방에 큰물이 져서 쓸려나가 잘려버린 도로 정비사업을 만 1년이 지나 또 한 번의 장마철이 시작된 뒤에야 허겁지겁 시작하고 있는 볼썽 사나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나마도 복구해야할 공사의 규모에 비추어 턱없이 부족한 소형 포크레인 한 대와 70세 가까워 보이는 노인 두어 명이 동원되어 오락가락하는 비를 맞으며 어린아이 소꿉장난하듯 세월아 네월아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그 노인네들이 작업하여 보수공사를 한 곳은 어쩌면 그 다음날 내린 한두 차례의 비로 완전히 헛수고가 되어버렸을 것입니다. 어디 전라북도만 그러겠습니까? 지구온난화의 후유증으로 우리 한반도는 이미 아열대기후가 되어 해마다 여름철이면 열대성 집중호우가 어김없이 내리는 현실입니다. 뒷북치듯 해마다 수해복구비용으로 쏟아 붓는 홍수같은 돈의 절반만이라도 미리 투입하여 일찌감치 다음 해를 대비했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따라, “다목적 댐 건설 타령만 하지말고 제발 머리를 좀 쓰라”는 신문기사의 한 대목이 참으로 속 아리게 다가옵니다. (2006. 7. 20.)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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