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77세의 고령(高齡)이신 아버님께서 위암을 치료하기 위해 큰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두어 달 정도 식후에 거북하고 메스꺼운 느낌이 지속되자, 위 내시경 분야의 명의(名醫)로 알려진 전주 복음연합내과 김은화 원장님을 찾아 가 진찰을 받은 끝에 위암을 조기 발견하였고, 곧바로 전주예수병원 외과에서 손끝이 날래고 치밀하여 위 절제수술 분야의 명의로 역시 손꼽히는 이종명 과장님의 집도로 몹시 부담스러웠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 중이십니다. 위암판정을 받고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위의 내면 점막에 발생하는 선암종(腺癌腫)인 위암은 의술의 눈부신 발달로 조기위암일 경우에는 치료 후 5년 생존율이 95％에 이른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마다하시는 아버님을 힘들게 설득하여 수술을 받도록 한 것입니다.
위는 체내에 들어온 음식물을 잠시 동안 저장했다가 잘게 부수고 살균시키는 기관입니다. 저장되는 기간 동안 위점막은 음식물과 계속 접촉을 하는데 만약 음식물이 유해한 화합물이나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면, 위점막은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식습관의 차이에 따라 위암의 발생빈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암의 발생과 관계가 있다고 추정되는 음식물로는, 불에 그을린 고기나 생선, 소금에 절인 저장음식, 뜨거운 녹차, 아질산염아민 및 너무 많은 양의 자극성 음식물 등이 있습니다. 반면, 신선한 녹황색 채소, 과일과, 된장, 김치 같은 발효식품 등은 암 발생을 억제하는 음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암’의 발병 요인은, 인체 내에 있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 외에도, 탄화수소 벤젠 석면 등의 직업관련 화학물질, 생활폐수, 자동차 매연, 지나친 음주 흡연, 각종 살충제, 다양한 식품첨가제 등의 환경관련 화학물질, 그밖에 각종 바이러스, 암 유전자, 외상과 감염으로 인한 악성 인자의 확장과 전이 樗都求? 아무튼, 7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수술 후 아버님의 회복속도가 아주 빠름에도 불구하고, 위장의 활동력이 많이 떨어져 회복과정에서 미음 섭취와 금식을 며칠씩 되풀이하시며 조금씩 지쳐 가는 아버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영 편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아버님 앞에서 무슨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은 물론 음식 이야기조차도 가려서 해야 할 처지에 놓인 자식의 마음 또한 착잡하기 그지없습니다.
십수 년 전, 절친한 친구의 아버님께서 장이 막혀 극한 고통에 오래 시달리다가 결국 장 부분절제 수술을 받고 회복되신 후 “앞으로는 화장실 갈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해야겠다”며 웃으시던 모습을 뵌 적이 있는데, 요즘 위 절제 수술을 받고 회복단계에서 몹시 힘들어하시는 아버님을 보면서, 그저 편히 자고 일어나, 밥 먹고 화장실 다녀오고, 열심히 일하며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하나님께서 주신 보금자리에서 다시 단잠을 이루는 하루하루, 어찌 보면 따분할 정도로 틀에 박힌 우리네 일상사 하나하나가 다 크게 감사해야만 할 일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 전쟁을 넘어서(Beyond Culture Wars)≫라는 책에서 마이클 호튼이 잘 지적했듯이, “매일 먹고 마시는 일 하나 하나가 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일어나는 큰 기적”이므로 아주 평범하고 작은 일에서부터 하나님께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2005. 2. 21.)
* CBS 라디오 에세이 방송 원고
* 이광우 목사의 CBS전북방송 라디오 에세이 : 매주 월요일 밤 11:55, FM 103.7 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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