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때, 어느 여자고등학교에서 여고2학년 학생이 자살해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살한 여고생이 마음 속으로 흠모하던 총각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분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그만 충격을 받아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개방되고 성도덕 또한 몹시 헐거워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귀에는 ‘전설의 고향’에나 등장함직한 옛날 이야기 같겠지만 사실이 그랬습니다. 선생님은 늘 하늘같아서 제 아무리 말썽꾸러기 말괄량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만은 밤샘 벼락공부를 해서라도 기어이 높은 점수를 얻어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증거입니다.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교육부장관이 있었습니다. 장관님의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어느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자식의 거친 말씨와 오만한 행동거지에 장관님이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자기 아버지가 교육부장관이라는 생각에 자기 담임선생님을 아주 형편없이 얕잡아 보는 염려스러운 자세가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입니다. 며칠 고민한 끝에 어느 날 어린 자식에게 아무 날 밤에 담임선생님을 집으로 모셔오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약속한 날 밤, 유난히 일찍 퇴근하여 정성껏 손님을 맞을 준비를 끝낸 장관님이, 초인종소리가 나자마자 마당을 가로질러 맨발로 뛰어나가 선생님께 허리를 굽혀 극진히 인사한 다음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안방으로 모셨습니다. 몹시 송구스러워하는 선생님을 극구 만류하여 식사가 끝날 때까지 지극 정성으로 밥상머리에서 몸소 아이 담임선생님을 섬겨 드린 다음 약간의 다과를 나누며 잠시 이야기를 나눈 끝에 선생님 댁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장관인 아버지의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어린 아이는 이내 자기 담임선생님이 장관인 자기 아버지보다 훨씬 더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뒤로 학교생활태도가 완전히 바뀌어 학교에 잘 적응한 결과 나중에 참 훌륭한 인재로 자라났다 합니다. 우리 사회가 참으로 엉망이지만, 교육만 잘되면 한 2-30년 뒤에는 그래도 희망이 있는데, 오늘날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하염없이 무너져내리는 교권의 황무지 주변 자포자기와 지나친 체벌 사이에서 버둥대고, 학생과 학부모는 또 그 나름대로 학습권과 학생의 인권을 무기로 소중한 훈육 동역자인 교사들과 끝없이 대립각을 세우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민족의 앞날을 낙관할 단서를 찾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교사의 체벌이 필요 없도록 가정에서라도 부모들이 자기 자식들을 따끔하게 훈육할 수 있는 체계가 먼저 갖추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해서 학교에서까지 자기 집구석에서처럼 한없이 날뛰는 철부지들 때문에 거의 모든 학교가 극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체벌을 해야하느냐 마느냐, 그게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어른들이 어른 역할을 제대로 안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생답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 모두 우리 양심의 종아리를 정직하게 걷고 하나님의 회초리 앞에 근신하며 서야만 할 때입니다.(2006. 7. 6.)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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