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느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마을에 사는 어느 부자가 매일 아침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1달러씩을 나눠주었습니다. 뜻밖의 호의에 사람들은 몹시 감격했습니다. 고마움과 감격으로, 돈을 준 부자를 만나면 정말 반갑게 극진히 인사도 했습니다. 한 두어 달 동안 그렇게 꾸준히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던 부자가 어느 날부터 돈 나누어주는 일을 멈췄습니다. 그러자 동네 사람들은 퍽 의아해 했습니다. 두어 주가 지난 다음, 부자는 다시 예전과 똑같이 아침 일찍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돈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돈을 다시 받기 시작한 사람들은 그럭저럭 감사한 마음으로 돈을 받았지만 맨 처음 돈을 거저 받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심드렁한 자세였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다음 그 부자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돈 나눠주는 일을 완전히 멈췄습니다. 부자가 돈은 주지 않자 화가 난 몇몇 사람들이 그 부자에게 “왜 내 돈을 주지 않느냐?”며 야무지게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죄로 얼룩져 썩어 냄새나는 우리들의 마음이 늘 이렇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뜻밖의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 줄 때, 처음에는 몹시 감격스러워하고 무던히 감사하다가도, 그 은혜와 사랑이 꾸준히 주어지면 어느 순간부터 감사하는 마음이 바람처럼 사라지고 맙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지속되지 않는 호의 때문에 짜증이 나고 역정이 납니다. 놀랍게도 거저 받은 은혜를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짜증과 역정은 이내 아주 거친 불평과 원망이 되어 오랜 세월 은혜 안에서 힘들게 만들어진 모든 관계를 한 순간에 엉망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늘 마시는 공기처럼, 새봄을 재촉하는 따사로운 햇살처럼, 우리 곁에 항상 있는 은혜 꾸준히 지속되는 사랑에 감사할 줄 알고, 그 감사를 바탕으로 꾸준한 세월의 무게 속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섬김이 나날이 더 깊어지기가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깊은 병으로 햇볕이 넉넉히 들지 못하는 방에 오랫동안 누워지내다가 방문을 열고 맞이하는 처음 햇살에 눈부시게 감사하듯이, 접싯물 속에라도 코를 박고 한 몇 분 동안 있어보아야 숨쉴 수 있는 공기가 비로소 절실하듯이, 지금 내 곁에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해 보이는 소소한 은총에 감사할 줄 아는 지혜는 아무나 얻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과 이웃들의 꾸준한 배려와 사랑을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랑으로 받아 진심으로 감사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감사가 불평으로 바뀌고 그 불평은 다시 한없는 원망의 칼날이 되어 자신과 이웃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고 맙니다. 행복은 요란한 사건 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남이 갖지 못한 것을 혼자만 몽땅 갖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햇살처럼 따사로운 행복은 남들도 다 조금씩 갖고 있는 지극히 작고 초라한 것들 속에 봄꽃향기처럼 조용히 무르녹아 있는 것입니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하나님께서 베푸신 자잘한 행복의 은은한 봄꽃향기를 조용히 한 번 맡아보십시오.(2006. 3. 16.)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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