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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로빈스, 모간 프리먼이 주연하고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쇼생크 탈출'의 마지막 부분, 쇼생크 교도소를 주인공 앤디가 탈출한 다음 악덕 교도소장이 앤디로부터 넘겨받은 성경책 속표지에 "당신 말대로 이 책 속에 길이 있었다"는 내용의 메모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악행을 덮는 도구로 기독교인의 신분을 교묘히 활용하며 살고 있던 교도소장이 앤디가 들고 다니던 성경책 속을 황급히 열어보는 순간, 그는 그만 넋이 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경책 속을 교묘하게 파내고 그 속에 십몇 년 간 교도소 석회암 벽면을 뚫는 데 사용한 망치를 넣고 다닌 홈이 깊숙이 패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기독교적인 입장과는 전혀 달리 문자적으로 적용하기는 했지만, 팀 로빈스가 열연한 영화 속 주인공 앤디의 그 말은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았을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권씩의 여러 가지 책들이 서점가에 새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연평균 독서 량이 제일 적은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국민 1인당 연 평균 두 권도 책을 못 읽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거의 책을 읽지 않고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풍토에서 많은 출판사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게 되고, 그런 탓에 어떻게든 대중적인 기호에 맞춰서 상업성이 있는 책만을 만들려고 출판사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정말 꼭 나와야 할 책은 나오지 못하고, 정말 꼭 살아남아야만 할 출판사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대중의 기호와 취미에 발맞추어 출판을 기획하고, 그렇게 해서 펴낸 어떤 책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좀 끈다 싶으면 어김없이 여기 저기 다른 출판사들이 비슷한 종류의 책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그래서 또 다시 다함께 망하는 길로 들어서곤 합니다.
그동안 저도 몇 권의 책을 펴냈기에 출판계의 흐름에 아주 문외한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는 신간서적들을 대략, 저자나 작가를 위한 책과 독자를 위한 책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책의 내용이 어떻든 상관없이 글쓴이의 이름과 명함을 내기 위해 만들어지는 책과, 순전히 독자들의 필요에 따라 독자들을 도와 좀 더 나은 삶의 길로 이끌어 주는 책다운 책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대체로 저자를 위한 책들은 장기적인 출판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도 형편없고 기껏해야 저자 개인의 신변잡기나 다소 부풀려진 인생 여정을 그린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선거 철이 다가올 때마다 정치판에서 이름을 내보고 싶어하는 유력인사들의 각종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습니다. 지지자들이 나눠먹기 식으로 그저 체면치레로 한 권 사주고는 나중에 단 한 줄도 읽지 않고 버릴 책, 출마하는 이의 이력에 빛나는 한 줄을 더 써넣기 위해 서둘러 만든 책들은 오히려 건전한 출판 문화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뿐 도움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그런 책 속에는 우리가 눈 여겨 볼만한 뜻 깊은 길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2007. 05. 31.)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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