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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요맘때쯤에 한동안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말이 많았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 실명제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개인의 말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와 개인의 말할 권리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먼저냐 하는 논쟁은 결국 별다른 뚜렷한 결론이 없이 흐지부지 되고 말았지만,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인터넷 세상에 저희 전주열린문교회 홈페이지를 선보인 지 벌써 꽤 오래되었습니다. 홈페이지 처음 틀을 짜는 일부터 시작해서 오늘까지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책임을 맡은 저로서는 날카롭게 맞서는 이 양쪽의 주장 가운데 어느 한 쪽을 편들기가 솔직히 몹시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교회는 무조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홈페이지 안에 있는 모든 정보와 자료를 마음껏 살펴보고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 교회 홈페이지가 차차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하루에도 여러 건씩 프로그램에 의해 상업성 광고나 음란사이트 자동연결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홈페이지에서 추한 내용의 글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의 비중이 차츰 커져 갔습니다. 어떤 때는 도무지 삭제할 수 없게 만든 낯뜨거운 화면들이 교회 홈페이지에 등록이 되고, 깊은 밤중에 서버관리업체 직원을 깨워 한 사람이라도 더 보기 전에 프로그램을 바로잡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서너 차례 홈페이지를 갱신하고 기능을 상향조정하면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회원제’로 전환하여 실명으로 로그인한 다음에 홈페이지를 열람하도록 운용체계를 바꿨습니다. 안전하고 자잘한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는 반면에, 그 전보다는 홈페이지의 활력이 약간 떨어지는 안타까움 때문에 여전히 고민은 많습니다.
네티즌들이 충분히 흐름을 정리해 나갈 수 있는 자정력이 있으므로 굳이 실명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저도 얼추 동의하면서도 솔직히 건전한 토론문화의 기초가 허약하기 그지없는 우리 사회의 네티즌 예절은 아직도 수준 이하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너무 많습니다. 내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고, 인터넷에 올린 글에 대해 그다지 무거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속 편한 생각 때문에, 1:1로 마주 앉아서는 차마 입에도 올리지 못할 상스러운 욕설과 비방, 그리고 허위사실을 만들어 퍼뜨림으로써 때로는 한 인간이나 공동체의 인격과 삶을 한 순간에 황폐화시키는 무지막지한 일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흑색선전이 50% 정도는 효과가 있다는 추악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욕플, 악플’에 시달리던 젊은 여배우가 악플로 자신을 괴롭힌 네티즌 수십 명을 결국 고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이 사건이 IT 강국의 네티즌다운 고상한 품격을 회복하는 아주 값진 전환점이 되기를 바랍니다.(2007. 5. 24.)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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