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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우리나라도 어느덧 아열대 기후 권에 들어간 듯합니다. 제주도에서만 살 수 있다던 야자수가 이미 남해도까지 북상한 것과, 한 겨울에도 강과 호수에 물이 잘 얼지 않는 것, 한 여름 느닷없이 쏟아지는 비가 열대성 호우와 엇비슷하다는 사실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됩니다. 앞으로 2-3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소나무 대나무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는 환경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그래 그런지, 요즘 같은 봄철에, 어느 동네 어느 집을 가도 곳곳에 아열대 지역 뺨칠 만큼 화사한 봄꽃들이 참 많이도 피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기저기 빈터에 누군가가 꽃나무들을 참 많이 심어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다 출장 길에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다보면 차창 밖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황홀하리 만치 이쁘고 고운 꽃들이 가득 심어진 길을 보며 마치 꿈속에서 꽃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도 많습니다.
딱딱하고 예리하게 각진 시멘트 건물에 너무 싫증이 난 까닭인지 요즘은 집이나 사무실 건물을 지을 때도 예전 우리네 시골의 곡선미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아기자기한 건축물들도 제법 눈에 뜨입니다. 각종 언론매체나 사람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친환경”이니 “자연 친화적”이니 하는 말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합니다. 요즘 들어 부쩍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웰빙’이라는 낱말도 ‘친환경’ 또는 ‘자연 친화적’이라는 낱말과 의미상 친족관계에 있는 듯합니다. 인간의 손길이 채 닿기 전의 자연 그대로의 세상이 사람에게 더 좋다는 것을 각종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잘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먹을거리와 관련해서 ‘유기농’이라는 말도 자주 들려옵니다. 인공 성장촉진제나 그 밖의 여러 가지 인공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생산된 먹을거리를 ‘유기농 농산물’로 특화시켜 꽤 비싼 값에 그것을 사고 팝니다. 모양이 좀 안 좋고 생산량이 좀 떨어지더라도 유기농으로 재배 생산한 식료품들이 사람 몸에 더 좋다는 것을 너나없이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희 전주열린문교회당 주변에 아기자기하게 지어진 단독주택들은 건축물의 모양새는 말할 것도 없고, 주택 주위 빈터를 아주 잘 활용하여 참으로 곱고 예쁘게 자그마한 정원들을 어찌 그리도 잘 가꾸어 놓았는지, 휴식 시간에 취미 삼아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더없이 좋은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예쁜 꽃만큼이나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무던히 좋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만 한 가지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환경재앙이 분명히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거대한 범위의 소중한 자연환경을 무차별 파괴하며 욕심껏 난개발을 하면서도, 자기 집 주변의 작은 화단과 식탁만은 자연 친화적으로 열심히 가꾸려는 사람들의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태도입니다. 그런 태도, 초대형 백화점에서 아주 비싼 옷은 거침없이 사면서도 백화점 앞 노점상 할머니한테서는 콩나물값 100원을 야무지게 깎는 부잣집 마나님의 몸짓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제 머리가 나쁘기 때문일 것입니다.(2007. 4. 26.)
이광우 목사의 CBS '5분 메시지' : 매주 목요일 오후 1:55, FM 103.7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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