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빌2:7)

우리는 가끔 정치인들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나는 마음을 완전히 비웠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 말은 이제 정치적인 야망을 모두 버렸으며 오직 대의만을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뜻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난 뒤에 보면 야망은 조금도 버리지 못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도 중요한 신학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을 비어’라고 할 때에 예수님께서 어느 정도 자신을 버리셨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이단은 예수께서 신적인 본성까지 버리셨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아무리 자신을 비운다 하더라도 신의 본성은 버리실 수가 없습니다. 단지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을 포기하셨을 뿐입니다. 그리고 “종의 형체”라고 할 때의 형체도 헬라어로 “몰페” 즉 “패션”입니다. 여기서 종의 형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일시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취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기의 종의 몰페라고 하는 것은 완전한 인간이 되신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으로서 출생과 성장의 과정을 거친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인간으로 겪는 모든 고통과 연약한 본성을 다 가지신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아기로 태어나셨고 유년 시절이나 청소년 시기를 다 거쳤습니다.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어른이 되거나 이틀 만에 헬라어나 히브리어를 유창하게 하신 것도 아닙니다. 이것이 종의 몰페인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의 몸과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모릅니다. 가끔 교회에서 수련회를 가서 음식을 해 먹으면 한 끼를 해 먹고 치우는데 세 시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우리의 감정이 약합니까? 조금만 불편하면 화가 나고 조금만 상태가 좋지 못하면 침체가 됩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인간이 되셨습니다. 그 이유는 칼뱅이 말한 것처럼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아들이 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연약한 인간이며 코로 숨을 쉬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으려면 바로 이런 연약함에 에워싸여 있는 우리 자신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오늘 많은 사람들은 자꾸 자신의 능력을 개발함으로 절대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의술이 자꾸 발달하면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은 우리가 한 피조물인 것을 하나님 앞에 인정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기도
하나님! 저희를 위하여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심에 감사드립니다. 주님을 찬양하며 사랑합니다. 저희의 부족한 삶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