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주께서 주신 용기로
감히...
지면을 통해 솔직하게 밝힙니다


아이를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와서 덥석 안기고 무릎에 앉기도 하고, 막 달라붙으려고 했는데
우리 아이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면서 오라고 해도 잘 오지도 않았으며
얼굴도 몹시 굳어 있었답니다.
집으로 데리고 온지 몇 달이 지나지 않자 조금씩 시끄러워지더니만 급기야
너무 산만하여 유아원이나 학교에서는 우리 아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거기에다가 하루가 멀다하고 진행되어지는 도벽증세에 머리가 너무 아파 왔습니다.
도벽과 병행되는 거짓말도 참을 수 없었고 아무도 없을 때에 닥치는 대로
먹어대는 것도 견딜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너무 먹어서 토해낼 정도였으니까요. 성적은 당연히 엉망이었고 빵점대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담임선생님에게서, 때로는 학부모님들에게
야단을 맞고 죄송하다고 빌어야했습니다.
그러길 6년이 지나니까 삶에 회의까지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 나는 몸져눕고 말았습니다. 찬양간증사역자가
가정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자식교육은 엉망이니 무슨 덕이 되나 싶어 사역까지
그만둘 생각, 그 외 여러가지 생각에 시달리다가...
그만 한달 정도를 집에서 꼼짝 안하고 지내게 되었고 밥만 먹으면
토해내고 앉아있기도 힘든 어지럼증이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내과에 가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자꾸만 찾아가니까 내과과장님이 그러셨습니다.
죄송하지만 신경정신과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는 수없이 남편과 나는 정신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서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와서 뇌신경세포가 너무 많이 손상되었다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뇌신경세포의 밸런스가 안 맞게 자랐다면서
이 아이가 앓고 있는 병은 자폐증종류의 하나이라고 했습니다.
그 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상식으로는 자폐증은 아무하고도 말도 안하고 혼자서만
지내는 것으로 알았는데 너무 산만하고 도벽이 심한 것도 자폐증의 일종이었나
봅니다. 어찌되었던지 의사선생님이 당장 약물치료를 하자고 제의해왔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나는 함께 매주일마다 신경정신과병원을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차츰차츰 아이가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도 콩콩 뛰면서 막혀왔던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 들었고 밥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기도한다는 자가..
더군다나 목사부인이 되어 가지고 옛날에 이어 두 번째로 신경정신과에나 드나들게
되었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롭고 약도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약을 당장 쓰레기통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아이 역시 약을 먹은
이후로 점점 더 둔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이도
서서히 약을 끊게 하고 남편과 나는 전보다 더 기도로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매일 밤마다 예배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아이를 데리고서 말입니다.

교회에 가면 권사님들이 와 계셨고 내가 울면 함께 울어주면서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하지만 아이는 다시 그 도벽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점점 더
심해져서 나는 거의 지치고 말았으며, 양쪽 집안에서도 너무나 큰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도로 보호시설로 보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한 내 힘으론 역부족이다
싶었고 아이를 위해서는 보내는 것이 낫다는 의견으로 좁혀졌지만 이미 친자로 호적에
올려놓은 상태라 변호사를 사서 법정에 서야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변호사를 구하러 다니고...드디어 약속날짜를 잡았습니다.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는 순간, 매일매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나를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던 아이..
내가 처음으로 학부모가 되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아이..
그리고 따지고 보면 미운 짓도 많이 했지만 이쁜 짓도 참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남편 몰래 울고 또 울고. 정을 떼기가 힘들어서 울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도 제가 집에 없을 땐 아이를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변호사를 만나러 가기로 한 하루전날..
그 날도 교회에 가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도대체 어찌해야합니까..
도저히 보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나님께 고백 드리면서, 그래도 보내야겠죠?
반문하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응답이 내게 임했습니다.
"얘야! 너도 내가 입양했단다..."

그 말씀 한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혀왔습니다. 순간..
나는 주님께 고백 드렸습니다. 맞습니다. 나는 마귀의 종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이 입양해주셔서 친자식으로 삼으셨네요.
도대체 이 죄인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라고 맡겨주신 일인데 어찌 이렇게 감당 못한다고 엄포나 놓고
짜증과 투정만 부리고 있단 말입니까
간증을 하러 다니는 사역자로 쓰임 받고 있는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보라고
특별하게 기회를 주신 건데, 이렇게 제대로 감당 못했으니 어찌합니까...
도대체 이 죄인을...
나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아니 심한 통곡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겁니다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보내지 말자고 애원했습니다.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내 손을 조용히 잡고는
고맙다고 하면서 자기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은 나로 하여금 너무나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간증집회마무리는 항상 사랑으로 끝맺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 몸소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억지로라도 기회를 허락하셨습니다.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합니다.
누군가 입양문제를 놓고 이야기한다면....

"제발 심사숙고하십시오.. 입양은 적당한 감성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구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대충 키우다 힘들다고 버리면 그 아인
두 번째 버림받는 거고 그 아인 결국 사회의 폐인이 되고 만답니다.
그러니 심사숙고하십시오..
가능하면 그냥 그대로 편하게 지내십시오..
그러나 입양을 해서 잘 키워 하나님나라의 큰 일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거야말로
최고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입양을 하는 자는 하나님이 특별히 인정하시어 뽑아주신 것이니
얼마나 보람되고 즐거운 일입니까.."

그리고 입양해서 잘 키우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 정말 멋지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지금 우리 아이는 나의 친자식으로 되어있고 누가 뭐래도 우리 집 장남입니다.
그래서 난 딸아이만 낳고 더 이상 그만 낳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왜냐면 아들을 낳는다면 나도 모르게 많은 차별을 할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우리 아이.. 많이 변했습니다, 1년 사이에 빵점을 면했을 뿐 아니라 반에서 중간이상의
실력(?)을 갖게 되었고 학교대표로 영어대회도 나가서 상도 타 왔구요,
컴퓨터도 잘하는데다가  제 엄마를 닮아서 목소리가 미성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도벽증세는 거의 없는 상태구요, 산만함도 거의 없어졌고 인정도 많고 표현도 적극적으로
잘하고 있어서 어떨 땐 저를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도벽이 심했을 때는 만원을 우습게 알았던 아이가, 요즘엔 엄마! 오백원만 주세요..
뭐 사먹고 올께요.. 라고 말한답니다.

나는 요즘도 아이에 대해 소홀해지거나 말썽을 부려서 미운 생각이 들 때면
이렇게 중얼거린답니다.

"주님, 저도 입양아죠? 이렇게 속을 썩이는데도 버리지 않으시고 사랑만 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저도 주님의 심장을 갖게 해주세요.."